<만화가의 권리찾기(25) - 만화가와 애니메이션의 관계 >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이번 원고에서는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때,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누가 되는지, 또한 만화가가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어떤 권리를 갖게 되는지도 함께 생각해봅니다.

 

2. 만화가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권리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만화가가 직접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만화가는 애니메이션의 공동저작자가 되어 저작권자로서의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만화가가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 저작권법 제5조 제2항은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와는 별도로, 만화가의 권리는 애니메이션에도 미칩니다. 따라서 상품화사업자인 제3자가 만화의 2차적 저작물인 애니메이션을 이용하여 상품화를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물론이고 원저작물(만화)의 저작자인 만화가의 허락도 함께 얻어야 할 것이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권리 침해가 있는 경우에도 만화가는 자신의 권리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누구?

영상저작물에는 매우 많은 사람이 관여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의 경우, 총감독, 미술감독, 원작자, 콘티 제작자,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장, 촬영감독 등) 과연 그 저작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복잡한 논의를 생략하고 현재의 통설적 입장을 보면,

(1) 창작자 원칙에 의한 판단 - 저작권법의 일반원칙인 ‘창작자 원칙’(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여기서 저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영상저작물(애니메이션)의 작성에 실질적으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 업무상저작물 규정에 의한 판단 - 영상저작물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9조(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이 적용되어 사용자(회사)가 저작권자가 되고, 실제로 영상저작물의 제작 실태에 비추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영상저작물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피용자들을 고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우에는 각 피용자가 아닌 제작사가 저작자가 됩니다. 다만 총감독과 같이 독립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사용종속 관계(고용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만화가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사용종속 관계(고용 관계)에 따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바, 그렇다면 “만화가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실질적으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저작자로 볼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에 관한 일본의 판례들을 살펴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생각됩니다.

 

4. 일본의 관련 판례

 

(1) "우주전함 야마토" 사건[동경지방재판소 2003년 판례]

원고는 유명한 만화가이고, 피고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프로듀서로서, 애니메이션 작품 "우주전함 야마토"의 저작권자는 원고인가 피고인가가 다투어진 사안입니다.

일본의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를 저작권자로 인정하고, 원고는 저작자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즉, “창작자 원칙에 의한 판단”에 해당되는 판례입니다.

(판례의 내용) (본건 저작물 1에 대하여) 피고는 그림 콘티 작업의 전제가 되는 설정 디자인, 미술, 캐릭터 디자인의 작성작업에 관해서 상세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피고에 따라 디자인을 확정하였다.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피고와 총작화감독인 B이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여하고(캐릭터 설정), 그것에 기인하여 ... 원고, B 및 C가 공동하여 캐릭터1, 캐릭터2를 디자인하고, 원고가 캐릭터3, 캐릭터4 및 캐릭터5를 각각 디자인하였으며, 크린업 작업을 하고 완성한 후에, 피고가 원안을 확정하였다. 또한 "우주전함 야마토"의 본체의 디자인은 원고가 담당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 디자인콘셉트를 명확히 지시하고, 피고가 원안을 확정하였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가 본건 저작물 1에 대하여 본건 기획서의 작성부터 영화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제작과정에 관여하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시를 하며 최종결정을 하여, 본건 저작물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2)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건[동경지방재판소 2004년 판결]

원고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이고, 피고 회사는 애니메이션 작가, 만화가 등을 위한 교섭, 경리, 취재 등 대행업무 등을 한 기획회사입니다. 원고 회사는 (i) 본 애니메이션이 원고 회사의 프로듀서 A 등의 직무저작물이므로 원고 회사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저작자가 되고, (ii)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본건 애니메이션 제작의 발의와 책임을 갖고 있는 영화제작자는 원고 회사이므로 원고 회사가 저작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본건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기여한 것은 피고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B등이므로 저작권은 피고 회사에게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일본 법원은 원고 회사의 (i)주장은 배척하였지만, (ii)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회사를 저작권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즉, 위 법원은 본건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총감독인 B인데, B는 제작사인 원고 회사 사이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한 것이므로 저작권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례의 내용)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현장에서의 제작작업 전반에 관하여, 그 성과에 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 최종적인 결정을 행한 것은 총감독 B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감독으로서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자"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그것에 대해, 프로듀서인 A ...는 주로 스폰서, 텔레비젼 방송국, 광고대리점 등의 교섭 등을 담당하고 창작적으로 구체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으며, 스탭에 대하여 지시를 한 것은 없었다. A등은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창적에 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 회사의 주장은 그 전제를 결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법 제1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에 관해 저작자 인격권 및 저작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 회사는 C사와 상기 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사를 갖는 것에 이르렀고, 또한 스스로 제작비용을 부담하여 자기의 계산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하였다.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 발주자인 C사에 대하여 그 제작의 진행관리 및 완성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었으므로, 원고 회사는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 발의와 책임을 갖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 따르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영화제작자는 원고 회사임을 알 수 있다.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것은 총감독을 담당하는 B라고 할 것이고, B는 원고 회사가 C사와 제작계약에 기반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을 안 것에다가, 총감독으로서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참가하여 제작작업에 대해 보수도 원고 회사로부터 D사를 통하여 받았으므로 ... 이러한 사실들에 따르면, B는 영화제작자인 원고 회사에 대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참가하는 것을 약속한 것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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