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26) - “홍길동” 사건 >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이번회에서 살펴볼 “홍길동” 사건은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데, 상표권 침해와 캐릭터의 저작권 침해가 함께 다루어진 사건입니다. 검토 재판은 서울지방법원의 1심 판결로서 원고가 패소했고, 항소를 하지 않아 확정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2. 1. 11. 선고 2001가합4687 판결).


2. 사실관계

만화가 A는 허균의 널리 알려진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만화화하여 주인공을 홍길동으로 한 ‘풍운아 홍길동’, ‘홍길동’이란 제목의 만화책들을 저술하였고, 원고 B회사는 위 만화가 A로부터 위 만화책들에 관한 저작권 및 만화책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캐릭터들에 관한 저작권을 양도받은 후, 저작권양도등록을 마쳤습니다.

원고는 그 후 고전소설 홍길동전을 만화영화화하여, 만화가 A의 그림을 바탕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돌아온 영웅 홍길동 ’이란 제목의 만화영화를 제작하고, 관련 만화책과 그림책 등을 제작, 출판하였습니다. 또한 원고는 위 홍길동 그림, "홍길동“, ”HONG GIL DONG" 등을 상표로 하여 다수의 상품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마쳤습니다.

한편, 피고 C시는 학계에 의해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자신의 마을에 살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홍길동을 상품화하여 지역을 선전광고하고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계획을 세운 후, 제3의 프로덕션에게 홍길동 캐릭터의 개발을 의뢰하여 홍길동의 기본 캐릭터와 응용 캐릭터들을 개발하고, 보조 캐릭터들을 개발했습니다.

피고 C시는 캐릭터 관련 전시회에서 위 홍길동의 기본 및 응용 캐릭터와 보조캐릭터들을 광고하여, 위 피고의 홍길동 캐릭터들의 사용을 원하는 기업체들에게 사용을 허락함으로써, 캐릭터 사용허락을 받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제조,판매하는 초코렛, 우산, 티셔츠,시계 등의 상품에 피고가 개발한 홍길동 캐릭터들을 사용하여 제품을 제조, 판매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상표권과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면서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3. 상표권 침해에 관하여  

판례는 

“우선,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홍길동을 나타내는 그림과 ‘홍길동 ’,‘HONG GIL DONG ’ 또는 ‘H.gildong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으로써,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과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호칭 및 관념의 면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듯하다.

그러나, ...상표의 유사여부는 궁극적으로는 상표법의 제도적 목적인 상표 모용에 의한 혼동초래 행위를 금하여 상표에 화체된 상표권자의 영업상의 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상품의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며, 비록 2개의 상표가 상표 자체의 외관 ·칭호 ·관념에서 서로 유사하여 일반적 ·추상적 ·정형적으로는 양 상표가 서로 유사해 보인다 하더라도 당해 상품을 둘러싼 일반적인 거래실정과 수요자의 일상 언어생활 등을 종합적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거래사회에서 수요자들이 구체적 ·개별적으로는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 ·혼동할 염려가 없을 경우에는 양 상표가 공존하더라도 당해 상표권자나 수요자 및 거래자들의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양 상표가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아니하다 할 것인바, ...홍길동이 허균의 유명한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으로서 수요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고, 관공서나 금융기관 등에서 통상적인 한국인의 이름을 나타내는 명칭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홍길동이란 호칭 및 관념만으로는 수요자들이 홍길동이란 호칭 및 관념을 갖는 상표가 사용된 상품을 특정 출처의 상품으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등록상표들의 상표권자인 원고에게만 위와 같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홍길동이란 호칭과 관념의 사용을 독점적으로 허락하는 것이 상표법 제6조, 제51조 규정 등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부당한 점, 이 사건 등록상표들의 외형은 홍길동을 단순한 고딕체로 필기한 것으로서 그 글씨체 등에 있어서 수요자들의 인상에 남을 뚜렷한 특징이 없고,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은 대부분 홍길동을 나타내는 그림과 문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홍길동을 나타내는 그림 부분이 수요자들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에,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그 전체적인 외관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의 사용허락을 받은 기업들이 자신들이 제조, 판매하는 초코렛, 우산, 양산, 티셔츠, 시계 등의 상품에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독자상표들을 함께 사용할 것이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사용되더라도 수요자들이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사용된 상품을 원고가 제조, 판매하는 상품으로 구체적·개별적으로 상품의 품질이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등록상표들과 피고의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4. 저작권 침해에 관하여

판례는, 

“...피고가 이 사건 원고 저작물을 베껴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개발하는 등 이 사건 원고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개발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원고 저작물과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이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을 표현함에 있어 얼굴과 몸통의 비례, 캐릭터의 연령, 얼굴 모양, 표정, 인상 등이 상이한 점에 비추어 보면, ...소외 프로덕션이 피고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개발함에 있어 이 사건 원고 저작물을 베껴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개발하는 등 이 사건 원고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개발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원고 저작물을 베끼는 등 이 사건 원고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 사건 피고캐릭터들을 개발한 다음, 이 사건 피고 캐릭터들을 사용하여 초코렛, 우산, 양산, 티셔츠, 시계 등의 상품을 제조, 판매함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원고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5. 맺음말

본 판례는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었으나, 상표권 침해와 저작권 침해 양자를 다룬 재미있는 판례였다고 생각됩니다.

우선은 “홍길동”이라는 것이 공공의 영역에 있는 우리 고전소설상 인물이라는 점이 많이 고려되었다고 생각되고, 상표의 경우 “상품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를 기준으로 판단하였고, 저작권 침해의 경우 보통 (1) 의거성과 (2) 실질적 유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나 본 사건에서는 아예 “의거성”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