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33) - 상표법에 의한 캐릭터의 보호>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이번 회에서는 만화가가 그린 캐릭터의 상표등록과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그리고 조금 황당한 것 같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타인이 상표로서 등록하면 어떤 상황이 되는 걸까요?
우선 상표라는 것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색채·홀로그램·동작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그 밖에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를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통상 여러분이 많이 보는 “나이키”, “삼성”등의 상표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상표의 사용"이라 함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상품에 관한 광고·정가표·거래서류·간판 또는 표찰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 또는 반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6호). 예를 들어 티셔츠에 “나이키”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카메라에 “삼성”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2. 창작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가. 상표등록의 장점
우선 창작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상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위와 같이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고도 상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면, 상표등록은 왜 하는 걸까요? 
상표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이를 상표로서 선등록 해버리는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창작자의 직접 사용 또는 제3자를 통한 사용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사용권의 문제), 다른 사람이 창작자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상품에 사용해도 이를 용이하게 금지시킬 수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금지권의 문제).
반면,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면 등록 과정에서 국가가 이를 심사하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개연성이 매우 높고, 타인이 창작자의 상표 사용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검증도 거친 셈이니, 그 사용이 매우 안전해집니다. 또한 등록된 상표를 타인이 사용하는 경우, 상표법에 의해 간단하게 이를 민형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나. 상표등록의 문제점

 

(1) 상표 출원 및 등록비용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에는, 우선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이 된 후 이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보통 상표출원 자체가 일반인이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변리사 등 전문가를 통해서 출원을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고, 그와 별도로 국가에 인지대, 등록료 등을 내야 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료를 재차 내야 하기 때문에 뚜렷한 상표 등록의 목적이 없다면, 그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2) 불사용취소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상표를 등록한 후 사용하지 않으면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관하여 상표법 제73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제1항에서는 “①등록상표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3.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표가 등록된 경우에도, 등록 후 3년 이상 등록된 상표를 실제로 지정상품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3자가 해당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고 특허심판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할 의사도 없이 상표를 등록해서 선점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뚜렷한 목적 없이 상표를 우선 등록만 하는 경우, 곧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3. 제3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가. 등록자가 해당 상표를 쓸 수 있는가.
이번에는 창작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 틈을 타서, 제3자가 이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에, 등록자가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우리 상표법 제53조(타인의 디자인권등과의 관계)에서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경우에 그 사용상태에 따라 그 상표등록출원일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 또는 그 상표등록출원일전에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지정상품중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의 사용은 특허권자·실용신안권자·디자인권자 또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표권자가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그것이 상표 등록 출원일 전에 발생한 창작자의 저작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표의 사용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은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등록자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작권자(창작자)는 해당 상표의 등록 출원일 전에 그러한 저작물을 스스로 창작해서, 그 저작권이 발생하였음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나. 등록자가 창작자의 캐릭터 사용을 막을 수 있는가
창작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 틈을 타서, 등록자가 이를 등록한 다음, 거꾸로 창작자(저작권자)의 캐릭터의 상표로서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시중에 있는 유명한 캐릭터를 창작자보다 먼저 등록해버린 다음, 정작 창작자가 이를 사용하려 하자 금지를 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이러한 일이 미키마우스, 키티 등 외국의 캐릭터에게 많이 일어났습니다).
상표등록은 상표를 우선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는 만큼, 상표의 창작자 여부와 상관 없이, 선등록한 자의 금지 청구는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는 상표법 등 다른 법률에 부정경쟁방지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상표권의 등록이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시킬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어 사용되고 있는 타인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형식상 상표권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그 상표의 등록출원 자체가 부정경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가사 권리행사의 외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는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상표법에 의한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사실에 터잡아 1982. 4. 3. 이만형의 상표등록출원 당시 원고의 이 사건 캐릭터가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고 이만형의 상표등록출원은 아직 원고의 상표등록 사실이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기화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 캐릭터의 이미지와 고객흡인력에 무상으로 편승하여 자신의 상품판매를 촉진할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이므로 피고가 사용하는 상표가 등록상표라고 하더라도 그 사용은 상표권의 남용으로서 상표권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는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표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경우, 위와 같은 경우에는 (물론 모든 캐릭터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한 캐릭터의 경우) 등록자의 등록상표에 의한 상표권 행사는 ”상표권의 남용“으로서 법원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4. 결론
캐릭터 사업을 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는 상표법의 강력한 법적 효력 때문에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고, 실무상 널리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창작자 본인(만화가)이 캐릭터를 상표로서 출원, 등록한다는 것은 비용이나 절차 면에서 쉬운 일이 아니고, 출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일부 권리구제의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장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해서 보호해야 할 것이고, 다만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의 소중한 캐릭터는 보다 간편하고 비용이 덜 드는 “저작권 등록”으로서 권리를 보호받음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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