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5) - 저작권의 보호범위>

                                                                이영욱 


 

1. 들어가며

 

오늘은 조금은 따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에 다룰 주제는 ‘저작권법의 목적’으로 크게 보면 여기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저작권법 전반의 쟁점들에 대한 입장들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문제이다.

 

예를 들면, 만화가로서 저작자는 자신의 만화라는, 저작물의 권리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만화가들도 어릴 때에는 남의 만화를 보고 베껴보지 않았는가? 내 만화에서 다른 만화(예술)의 영향을 받은 요소는 아예 없으며 100%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예컨대 내 만화에서 만화의 칸을 나누고 말풍선을 그려 넣는 것도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남의 작품을 보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2. 저작권법의 목적

 

과연 저작권법의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저작권법 제1조는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1) 저작자의 권리보호

 

물론 저작권법의 가장 중요한 존재이유는 저작자와 저작인접권자의 이익보호이다. 사실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집이나 돈처럼 유형적으로 보이는 권리도 아니고, 저작권이 인정된 것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소유권은 이미 로마시대부터 보호되었지만 저작권이 보호된 것은 18세기 이후이다). 또한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누구나 저작권법이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저작자의 이익보호는 저작권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지만 저작자가 창작한 저작물 또한 결국 선인들이 쌓아놓은 문화유산의 바탕 아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유명한 예로 데즈카 오사무는 ‘아톰’의 뾰족한 머리가 미키마우스의 귀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고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2) 저작권의 권리보호의 제한

그렇다면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보호에도 그 목적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작권의 보호범위를 분명히 해서 그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저작권자와 저작물을 보호하고 그 범위 밖에서는 이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이를 ‘public domain’의 영역이라고 한다) 경계선을 그어주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법에서 ‘공정한 이용’과 ‘문화의 향상발전’에도 저작권법의 목적이 있다고 함은 그러한 뜻에서 볼 수 있다.


3. 저작물의 성립요건과 보호범위

 

대법원에 따르면 저작물이란 ‘표현의 방법형식 여하를 막론하고 학문과 예술에 관한 일체의 물건으로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의 정의에 따르면 과연 우리 일상생활에서 저작물 아닌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작권의 범위가 넓어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자의 권리보호 뿐만 아니라 일반 공중의 저작물의 이용과 그를 통한 문화발전에도 그 목적이 있느니만큼, 저작물의 보호범위를 확정할(어찌보면 좁힐)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호범위’에 관하여 만화가가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것으로 ‘아이디어 표현 이분법’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이는 ‘저작권의 보호는 표현에만 미치고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로,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저작권법상 원칙 중 하나이다.


4. 저작권의 보호범위와 저작권 침해(표절)

 

예를 들어, ‘뚱뚱하지만 실력있는 노처녀가 우연히 멋지고 젊은 남성으로부터 구애를 받는다’라는 스토리는 ‘아이디어’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테마로 하여 만화를 그린다고 해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컨대 ‘프랑스에서 파티셰가 되는 공부를 하고 온 노처녀가 젊고 멋진 커다란 서양요리 음식점의 사장으로부터 계약 연애의 제안을 받는다’와 같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포함한 만화를 그린다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고 그린 것이어야 하는 등의 고려해야 할 다른 많은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막강한 능력을 가진 자가 악당들을 무찌른다’라는 아이디어를 사용하여 만화를 그리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의 변신복장 가슴에 S자를 그려넣고 평소에는 그가 신문기자로 일하며 위급할 때만 변신을 한다는 만화라면 ‘슈퍼맨’의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표절’이라고 말하는 것은 크게 이런 범주에서 보면 문제의 쟁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러한 ‘아이디어’에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준다면, 그런 아이디어를 이용한 일반 공중의 다른 저작물의 자유로운 생산, 이용을 막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공정한 이용 도모와 이를 통한 문화향상’은 저작권법의 커다란 두 개의 테마이다.

 

<만화가의 권리찾기(4회)-저작권의 침해 및 보호>  

                                        

 

 

 


1. 들어가며

 

이번 회에서는 ‘캐릭터’를 예로 하여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법상 보호구조를 알아보겠다.

 

이 부분은 보통 만화가 여러분들에게는 ‘타인이 나의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가 문제되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만화가인 내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도 쉽게 생길 수 있다. 예컨대, 만화가가 타인의 유명소설을 허락없이 만화화하는 경우(필자가 아는 것만도 이런 경우가 몇 건 있다), 만화 안에 유명인의 사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만화 안에서 타인의 유명캐릭터, 예컨대 ‘미키마우스’ ‘슈퍼맨’ ‘둘리’를 패러디하는 경우 모두 저작권 침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만화가는 스스로 민사형사상 책임을 지는 아찔한(!)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이러한 구제조치의 구조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2. 캐릭터의 저작권 발생

 

우리법상 저작권은 무방식주의로, 등록, 공표 등 절차가 필요없고 저작하는 순간 저작권이 발생함이 원칙이다.

 

다만, 본인이 그 캐릭터를 그 시기에 저작했음에 대해 현실적인 입증이 곤란할 수 있으니만큼 캐릭터 또는 만화를 최초 공표한 자료(매체)를 잘 보관하고 있거나, 가장 확실하게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저작권등록을 하도록 하자(자세한 내용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홈페이지 http://www.copyright.or.kr 참조).


3. 저작권 침해

 

상대방이 나의 저작물과 똑같은 저작물을 만든 경우, 상대방은 무조건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아야 하는가?

 

우리법상 저작물의 성립요건인 창작성(originality)은 저작물의 작성이 개인적 정신활동의 소산이라는 의미이고, 특허법이나 실용신안법상 ‘신규성’처럼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므로 위와 같은 경우 상대방이 나의 저작물을 베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저작한 것이라면(예컨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나와 똑같은 저작물을 만든 경우) 그도 역시 저작권을 취득하게 되고 저작권 침해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의 캐릭터 저작권을 침해, 즉 모방하였다는 것은 주장자, 즉 침해를 당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그 입증의 문제는 실제 사안이 닥치면 거기서 검토해볼 문제이니만큼 일단 여기서는 침해가 있는 것으로 전제함).


4. 저작권 보호조치

 

캐릭터는 저작권법 외에 다른 관련 지적재산권법(의장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해서도 보호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저작권법상 보호제도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상대방이 나의 캐릭터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내가 상대방에게 물을 수 있는 책임은 크게 (1)민사책임과 (2)형사책임이 있다. 보통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 민사상 책임추궁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경우 징역 또는 벌금 등 형사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다. 즉, 나의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물론, 상대방을 고소하면 상대방은 형벌에도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내가 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도 마찬가지).


 

(1) 민사적 보호조치방법

 

가장 중요한 민사상 구제방법이라고 한다면 역시 손해배상청구일 것이다. 손해배상은 재산상 손해(저작권침해행위로 인하여 저작권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잃은 손해 등)와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지적재산권에 대한 손해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저작권법 제93조에서는 입증책임 등에 대한 여러 가지 특칙을 두고 있다.

 

이 밖에 피해자는 저작권법상 침해의 정지청구, 침해의 예방청구, 손해배상의 담보청구권, 물건의 폐기 및 적절한 조치 청구권(제91조),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청구권’(제95조)도 갖고 있다.


(2) 형사적 보호조치방법

 

피해자는 민사적 조치와 함께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즉 저작권법 제97조의5에서는 ‘저작재산권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공연·방송·전시·전송·배포·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이하에서 저작인격권침해죄 등 여러 형사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권법상 위 형사벌은 ‘고의범’만 처벌한다(즉 과실로 저작권침해를 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또한 동법상 위 형사벌은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다(제102조). 즉 간통,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침해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침해가 있는 경우,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우선 형사고소부터 한 후 형사절차에서 침해자로부터 ‘합의금’의 형태로 민사소송에서 받아낼 손해배상금을 받아낸 후 형사고소를 취하해 주는 약간의 편법도 가능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형사절차에서 합의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형사절차에서 법원이 피고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을 하는 것은 아니며,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는 ‘무작정 고소’보다는 제대로 고소장을 갖춘 고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가의 권리찾기(3회) - 저작권은 누구 것?>  

                                                              이영욱

 

사례1)

 

사례2)

 

 

1. 들어가며

위의 사안은 실제로 저작권 문제 상담에서 많이 보이는 사례들을 구성해 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례1)에서 ‘양군’이 만든 캐릭터는 양군의 것일까, 회사의 것일까? 또한 사례2)에서 ‘칠칠군’이 만든 캐릭터는 칠칠군의 것일까, 회사의 것일까? 저작권 귀속의 판단을 위해 ‘단체명의 저작물’이라는 것이 그 기준이 된다.


2. 저작권자의 결정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저작한 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고, 등록 등 다른 절차도 필요 없다. 또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저작자는 원래 창작자, 즉 자연인 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나 법인 등 법인격 있는 단체에서 그의 기획 하에 만든 저작물을 회사 자체의 저작물로 인정하는 것 또한 필요한 경우가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 저작권법에서도 일정한 경우 ‘업무상 저작물’이라는 개념으로 이 경우에는 저작한 자가 아닌 사용자 등이 저작자가 되는 ‘단체명의저작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즉 우리 저작권법은 제9조에서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자’라는 제목으로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로서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된 것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다만, 기명저작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단체명의 저작물의 요건


위 법조문에 따라 ‘단체명의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살펴보면

①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할 것

   - 즉 회사에서 기획한 것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작성될 것(사용관계의 존재)

   - 즉 회사에 고용된 피용자가 만든 것

③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일 것

   - 즉, 피용자의 주된 업무가 그런 저작물을 만드는 것일 것

④ 단체 등의 명의로 공표될 것

   - 즉 피용자의 이름으로 발표된 경우가 아닐 것

⑤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을 것

   - 아마도 종업원을 위해 이런 규정을 두는 회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다.

 

위와 같은 요건에 해당하면 저작자는 그것을 직접 창작한 회사 사원이 아니라 회사가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저작재산권 뿐만 아니라 성명 등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저작인격권 또한 회사의 것으로 된다(예컨대 캐릭터 상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캐릭터 개발 디자이너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4. 사안의 경우


(1) 사례 1)의 경우

 

사례 1)에서 양군의 경우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 관하여 기획하였고, 양군은 회사직원으로 회사에 속해 있으므로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작성되었고, 또 양군은 위 캐릭터를 업무상 작성하였고(하는 일이 그러한 것인 경우), 이 캐릭터가 양군의 명의로 공표된 것이 아니고,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는 아마도 대체로 그런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테니 저작권은 온전히 회사의 것으로 귀속된다.

 

양군이 월급을 제대로 못받았다거나, 회사에서 대우가 형편없었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임금채권’ 등 다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유는 될지 몰라도 저작권의 귀속에 대해서는 달리 말할 여지가 없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양군은 위 저작물에 대한 재산적 권리 뿐 아니라 ‘저작인격권’ 즉 위 저작물이 자신이 만든 것임을 표시해 달라는 권리조차 행사할 수 없다.


(2) 사례 2)의 경우

 

한편 사례 2)의 칠칠군의 경우 요건 중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작성될 것(사용관계의 존재)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즉, 돈을 받고 고용되어 지휘를 받는 사용-피용관계가 갖추어진 경우에는 단체명의저작물로 볼 것이지만, 사례의 ‘프리랜서’ 계약과 같은 도급이나 위임계약 등에 있어서는 수임인이나 수급인은 위임인이나 도급인에게 독립된 지위에 서고 자신의 재량에 의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피용자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저작한 수임인이나 수급인이 저작자가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창작자로서는 처음에 계약을 할 때 ‘저작권을 일괄하여 양도한다’는 등의 불공정한 계약만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이 경우 저작자는 계약서를 안 쓰는 것이 거꾸로 유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캐릭터의 저작자는 칠칠군이고, 아마 칠칠군이 대가를 받고 회사에 허락한 것은 ‘회사 홈페이지에 캐릭터를 사용하는 권리’ 정도로 보이는 만큼 칠칠군은 그 외의 회사의 캐릭터 사용에 대해서는 형사상/ 민사상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가의 권리찾기(1, 2회) - 못받은 원고료 받기>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열심히 두달간 일한 원고료 200만원을 못받은 고돌이..과연 방법은 없는걸까?

 

그 방법 중 하나로 ‘소송’이란 것은, 아마도 겁도 나고 달갑지 않은 것이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나라가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는 유용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청구금액 200만원 정도의 소액사건의 경우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지 한번 살펴보자.


2.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1)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증거자료를 확보하자.

 

소송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증거, 그것도 ‘서면에 의한 증거’다. 이것만 있다면 소송에서는 거의 이긴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돈을 받아내는 것은 별문제로 하고).

 

물론, 계약서가 있다면 최고지만 우리나라의 풍토상 아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늦었지만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 용기를 내보자. 출판사가 자꾸 차일피일 미룬다면 차후에라도 원고료를 준다는 각서나 약정서를 써달라고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서 원고료를 준다는 확인답장을 받아 놓는다. 양식 있는 거래처라면 미안해하면서 이 정도는 해 줄 것이다. 정 힘들면 대화내용을 녹음(핸드폰 통화내역 녹음도..) 해서 나중에 법원 근처에 녹취 서비스를 하는 속기 사무실에 가서 문서화해서 제출한다(그 비용이 20만원 정도).


(2) 내용증명이라는 것이 있다.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기 위해서는 서면을 작성한 후 3장 복사해서 우체국에 가면 1부는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1부를 상대방에게 발송하며, 1부는 돌려준다. 그 비용은 몇천원 정도이다(우체국 홈페이지 www.epost.go.kr참조. 동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내용증명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내용증명은 특별히 공적인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며, 단지 ‘이러한 내용의 글을 이때 발송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증거자료가 확보된 후 엄포용으로 쓸 일이다. 섣불리 보냈다가는 오히려 상대방이 경계심을 가지고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


(3) 가압류라는 것이 있다.

소송가액이 큰 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미리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한다. 그러나 이런 사건의 경우 액수가 그리 크지 않은데 가압류까지 하자면 너무 번거롭고 아마도 회사의 재산이 200만원 정도는 있을 테니 가압류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소장의 작성


(1) 소장 작성은 어떻게?

소송과 친하지 않은 보통 사람에게는 소장 작성이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이것을 작성하기 위해 법원 앞에 있는 ‘법무사’에게 찾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10만원~20만원 정도의 비용을 달라고 한단다.


(2) 소장 작성의 예시

이번 사건의 경우 소장을 한번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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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장


원   고         고돌이 (750303-1010100)

                서울시 서대문구 공덕동 000-00

                전화번호: (02) 2020-2020

피  고          악질출판사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000-00

                대표자 000 (법인등기부등본에 나타난대로 작성하면 된다)


원고료 청구의 소


청 구 취 지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2,000,000원(*약속했던 원고료) 및 2005. 4. 1.(*원래 원고료를 주기로 한 다음날)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시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항은 가집행 할 수 있다.

라는 재판을 구합니다.


청 구 원 인

1. 원고는 2004. 1. 1. 피고와 피고가 출간하는 ‘만화로 쉽게 배우는 영문법’이라는 책에 200만원을 받고 만화삽화를 그려 넣어주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 그래서 원고는 2004. 3. 1. 피고에게 위 책의 삽화를 완성하여 넘겨주었는데, 피고는 원고료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차일피일 이를 미루고만 있습니다.

3. 그래서 원고가 이에 항의하자 피고회사의 편집부장인 김갑동은 2004. 5. 1. ‘원고료는 곧 주면 될 것 아니냐’라며 각서를 한 장 작성하여 주었습니다(갑 제1호증). 그러나 위 각서를 작성해 준 후에도 피고가 원고료를 지급하지 않아 본 소송에 이른 것입니다.


입 증 방 법

1. 갑 제1호증(차용증서)

2. 그 밖의 입증방법은 소송의 진행에 따라 수시로 제출하겠습니다.


첨 부 서 류

1. 위 입증방법                    1통

2. 송달료 납부서                 1통

3. 소장부본                         1통(피고의 수)

4. 법인등기부등본               1통(가까운 등기소에 가서 회사이름을 말하고 뗀다)


                                                                2005. 3. 1.

                                                                원고 고돌이 (인)

 

서울서부(또는 중앙)지방법원 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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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장의 제출

작성한 소장은 어떤 법원에 제출해야 할까? 통상의 경우 관할법원은 피고 주소지의 관할 법원이 원칙이지만,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채권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도 관할법원이 되고(지참채무의 원칙), 그렇다면 고돌이의 경우는 자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될 것이다(소장 하단에 들어갈 ‘~지방법원 귀중’에는 이 관할법원을 적는다)

그렇다면 자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법원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대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에 들어가서 ‘전국법원위치정보’를 통해 관할법원을 알 수 있다. 


(4) 소장과 함께 제출해야 할 것들

 

① 소장에 첨부하여 제출하는 입증자료, 즉 증거를 함께 제출한다. 원고가 제출하는 서증에는 ‘갑 제0호증’이라는 표시를 증거의 한쪽에 한다.

② 피고의 수에 따른 소장부본을 첨부한다(원본은 법원에서 보관하고 부본은 상대방에게 송달한다).

 

③ 소송에 필요한 인지대와 송달료도 납부하고 소장에 첨부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계산도 가능하고(예컨대 www.oseo.com), 비용을 법원 내에 있는 은행에 이를 납부하고 인지와  납부서를 첨부한다.

④ 출판사의 등기부등본(법인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뗄 수 있다(www.scourt.go.kr).

 

위와 같은 사항들이 약간 복잡하다면, 법원의 접수처나 민원실에 물어보자. 아마 성심껏 가르쳐줄 것이다. 


4. 재판


(1) 소송절차에 들어간다

고돌이의 200만원 원고료 청구사건은 소가가 2,000만원 이하의 금전의 지급을 구하는 사건이므로 소액사건에 해당한다.

고돌이가 소장을 접수시키면, 법원에서 상대방에게 소장을 보내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하고, 이를 다시 원고에게 보내준다. 그 후 법원에서는 원고와 피고 모두를 불러 ‘변론기일’을 열게 된다. 


(2) 절차의 진행

이 경우 소액사건이므로 아마 한번의 변론기일을 열 것으로 생각된다.

난생처음 법정에 나가니 조금 떨릴 수 있지만, 꾹 참고 나가서 침착하게 판사가 묻는 말에 대답하자. 아마도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증거가 뚜렷해 다툴 여지가 없다면 출판사에서는 아예 법정에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송절차 중 증거절차가 약간 복잡한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특별히 서증 또는 증인 등 증거문제가 등장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재판장은 위 변론기일을 연 후 변론종결, 즉 ‘결심’을 하고 아마도 2주 뒤에는 판결을 선고할 것이다.

 

 

(3) 판결선고 및 판결의 확정

지정된 판결선고기일에 출석하면 재판장이 법정에서 판결의 주문을 낭독할 것인데, 아마도  서류증거 등이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원고 승소’(^^)할 것이다.

재판이 끝나면 판결문이 집으로 등기우편으로 날아올 것이고, 비슷한 시기에 상대방이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은 승소 확정된다.


5. 집행


(1) 집행이란?

 

판결에서는 이겼지만 아직 ‘돈을 받아내는’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 돈을 받아내보자.

승소했다면 상대방도 시간을 끌수록 연 20%의 이자가 늘어나므로 쉽사리 돈을 줄 수도 있으니 먼저 상대방에게 지급할 용의가 있는지를 물어보자.

 

그러나 출판사에서 순순히 돈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는 ‘강제집행’ 절차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집행 전반, 특히 부동산 집행은 자세하고 내용이 많으니 여기서는 간단히 200만원에 걸맞는(?) 유체동산 집행을 살펴보겠다.

 

(2) 유체동산 집행

 

확정 후 소송을 제기한 법원 민사과로 판결문을 가지고 가서 ‘집행문’ 및 관련된 서류를 받아 법원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집행관에게 강제집행신청을 하면 집행관은 채무자 소유의 유체동산이 있는 현장(예컨대 출판사 사무실)에 출동하여 압류를 실시한다.

 

이어 집행관은 압류물 가격을 평가하고 압류물을 경매하여 채권자에게 경매대금을 배당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때 압류물이 현금인 경우 환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행관이 직접 채권자에게 인도하므로 금고의 현금부터 압류할 수 있으면 하자.


 

6. 마치며

 

이상 매우 간략하게 소액소송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참고할 만한 유용한 사이트로는 대법원 사이트(www.scourt.go.kr)과 법률구조공단 사이트(www.klac.or.kr)를 참조하기 바란다. 위 사이트들에 가면 소송절차 전반에 대한 안내와 많은 유형의 서식 샘플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고료 또는 인세의 액수가 크다면 상대방 회사도 무언가 핑계(?) 또는 대비가 있을 것이고, 그만큼 신중하게 준비를 해야 하므로 소송 준비 단계부터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백번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만연에서 매월 발행중인 '우리만화'에 연재중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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