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 (7) - 2차적 저작물>

이영욱

 

 

 Question:

 

 

칠칠군은 어느 날 일본의 동화작가가 쓴 동화책을 보고(물론, 칠칠군은 일본책을 보고 읽을 만큼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된 동화책을 보았다),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 동화책을 만화로 그려서 잡지에 기고했다.


그런데 한 달 뒤, 만화의 번역가라는 사람이 “당신은 내 저작권을 침해했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다시 한 달 뒤, 이번에는 일본의 동화작가라는 사람이 “당신은 내 저작권을 침해했소!”라고 똑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칠칠군은 누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1. 2차적 저작물이란?


외국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한다든지,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처럼, 기존의 저작물을 토대로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이 가해져서 새로운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 이것을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한다. 즉,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하여 창작한 새로운 창작물을 말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5조 제1항에서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된다.”라고 하여 2차적 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2차적 저작물의 예로는 위의 법조문과 같이 번역저작물, 편곡저작물, 변형저작물, 각색저작물, 영상제작저작물 등을 들 수 있다.


2. 2차적 저작물의 요건


통상, 2차적 저작물의 요건으로는, ①원저작물을 기초로 할 것과 ②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들 수 있다.


(1) ‘원 저작물을 기초로 한다’는 요건을 본다면,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토대로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을 가함으로써 만들어진 새로운 저작물을 말하는 것이므로,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두 저작물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두 저작물간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그 저작물은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다.


우리가 ‘만화가의 권리 찾기’(4)회에서 살펴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 기억나시는지? 중요한 원칙이므로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면, 이는 ‘저작권의 보호는 표현에만 미치고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표현을 따라하지 않고 아이디어만을 따라한다면 저작권 침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실질적 유사성’과 같은 맥락으로, 다른 저작물의 ‘아이디어’만을 참고로 한 경우에는 이는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저작물로 보아야 한다. 즉, 다른 작품의 ‘아이디어’만을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는 완전히 별개의 저작물이 된다. 


(2)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건은 ‘저작물의 복제’와 구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이다.


즉, 원저작물에 다소의 수정, 증감(예컨대, 기존에 있는 만화에 만화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만 바꾼 경우를 생각해보자)을 한 데 불과한 경우에는 이는 원저작물의 ‘복제물’에 불과할 뿐 2차적 저작물이 될 수 없고(따라서 당연히 저작권 침해),


2차적 저작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창작성’을 필요로 하며,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에 2차적 저작물 작성자가 부가한 창작성이 합쳐져서 보통 사람이 볼 때에도(사회통념상)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할 만한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는 것이다.(이것은 구별하기 약간 미묘한 문제이기는 할 것이다.)


3. 2차적 저작물의 법적 효과


(1)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은 저작자에게 속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21조에서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 또는 그 저작물을 구성부분으로 하는 편집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기초로 한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게 되면 저작권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2)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적 저작물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저작물이며 원저작물과는 별도의 보호를 받게 되므로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는 2차적 저작물의 독립적인 저작권을 취득한다.


(3) 위 두 가지를 합해본다면, 2차적 저작물을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불법적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2차적 저작물로서는 유효하게 보호받지만, 이것은 저작권자의 권리(2차적 저작물 작성권)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Answer:


그렇기 때문에 위의 예에서 칠칠군이 일본의 동화작가가 쓴 동화책의 번역본을 보고 원작자, 번역가의 허락 없이 만화를 그렸다면 원저작자에게는 위 소설의 저작권이 있고, 번역가에는 2차적 저작물(번역 저작물)에 따르는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만화가는 위 두 사람의 권리(아마도 그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를 모두 침해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칠칠군이 위 동화를 이용하여 적법하게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원소설가, 번역가의 허락을 모두 얻었어야 한다. 물론, ‘칠칠’군이 아예 일본 동화책만 보고 만화를 그렸다거나, 번역본의 ‘표현’ 부분은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면 칠칠군은 원작자의 권리만 침해한 것이 된다.


참고로, 위와 같은 얘기가 멀리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실제로 작년에 위의 경우와 아주 유사한 침해 문제로 법률 조언을 요청받기도 했었다는 점을 얘기해둔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