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 그리는 변호사 이영욱씨
"법조인의 애환 시원히 긁어주고 싶어"


“화려하게만 보이는 법조인들의 삶이지만 그 안에 고민과 애환이 적지 않아요. 그걸 시원하게 긁어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대한변협신문에서 ‘변호사25시’라는 4컷만화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영욱(38·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는 4칸의 공간속에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만화는 복잡한 일, 대놓고 말하기 곤란한 일들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제 만화가 법조인들의 가슴에 뭉친일들을 시원하게 풀어내 공감을 얻고, 그래서 다시 가슴에 담겨지는 만화가 됐으면 합니다.”

그런 그의 의도가 통했는지 작품을 게시한 그의 홈페이지(www.godolee.com)에는 동료 법조인들이 남겨준 응원의 댓글이 가득하다. ‘판사님의 표정에도 일희일비하는 변호사의 심정을 너무 잘 그려줘 고맙다’는 동료 변호사들의 격려부터 ‘판사경험도 없으신데 우리 마음속을 어찌 그리 잘 아신답니까’하는 판사들의 댓글까지 그의 인기는 법조3륜 구별없이 식을 줄을 모른다.

애초 이 변호사는 법률보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유명 애니메이션 광고대행사에 취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대학재학 중에도 만화동아리 ‘그림세상’에 참여해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애니메이션부문에서 단편상·각본상을 수상했고 신한새싹만화상에서도 동상을 수상하는 등 각별한 만화사랑을 보여왔다.

이 변호사는 사실 그림이라면 형이 더 잘 그렸다고 말한다. 그의 형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재직중인 이영창 판사다.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그의 형 역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지만 방향을 바꿔 법조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그런 형의 변심(?)은 이 변호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바쁜 고시생활 중에서도 그의 만화사랑은 식지 않았다. 짬짬이 그려낸 만화원고를 한 고시전문 신문사가 연재를 제안해 온 것. 그래서 나온 것이 ‘고돌이 고시생일기’다. 이 연재물은 훗날 단행본으로 발간돼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고돌이 군의 첫 모티브는 제 친구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안타깝게 사법시험을 포기하면서 서서히 저의 모습으로 다시 투영되고 있어요.”

그의 합격과 함께 고시생이던 고돌이 군도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연재만화도 ‘고돌이의 고시생일기’에서 ‘연수생일기’로 업그레이드 됐다. 이제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문을 나선지 5년째 접어든 중견 청년변호사. 고돌이 군도 경력 5년차의 어엿한 고 변호사가 되어 활발한 변론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할말은 당당히 하고 약간은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는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고 변호사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것이 고 변호사를 보는 팬들의 시각이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강호에서 ‘저작권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재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만화와 저작권분쟁을 조명한 ‘만화 창작 및 이용의 저작권법상 문제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최근 드라마, 영화 등으로 커지고 있는 만화원작과 2차 저작물간의 저작권문제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요즘 열정을 쏟고 있는 분야는 만화로 배우는 판례시리즈다. 이미 지난해 4월 ‘만화로 배우는 형사소송법 판례 120’을 비롯해 지난달 ‘만화로 배우는 민법판례 120’을 발간했다. “이번 민법판례는 형의 도움이 컸습니다. 앞으로 채권과 가족법, 행정법 등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복잡한 판례를 쉽게 이해하는 데 만화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다고 말한다. “만화는 소통입니다. 제 만화를 통해 법률을 어렵게만 느끼던 일반 국민들이 법률과 소통하고, 답답함을 하소연할 곳 없던 법률가들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소통의 장이 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권용태 kwonyt@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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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2. 법률신문 기사입니다.

참고로.. 사진은 좀 퍼져보이게 나온 겁니다.. >.<   (저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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