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35) - 저작권의 보호기간>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만약 모차르트가(또는 그 후손이)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저작권을 갖고 있다면? 세종대왕이(또는 그 후손이) 한글에 대해 저작권을 갖고 있다면? 이 사람들은 아마 지금도 한해 수십, 수백억원의 수입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저작물의 보호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만약 우리가 그린 만화의 저작권이 우리 사후에까지 미친다면, 그리고 만화가 우리 사후에까지 사랑받는다면 아마도 우리가 그린 만화를 갖고 우리의 아들 딸들이 저작물로부터 나오는 수입을 갖고 먹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About a boy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직업이 없는데도, 아버지가 작곡한 캐롤 곡의 저작권료로 부유한 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보호기간을 무한정하게 길게 인정한다면, 저작권자야 행복하겠지만 인류의 문화발전은 힘들 것입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저작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대의 업적에 기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작권법에서 정한 일정한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은 다시 공유의 영역으로 돌아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보호기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2. 보호기간의 원칙
저작권법 제39조(보호기간의 원칙) 제1항에서는 “저작재산권은 ... 저작자의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후 50년간 존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간 존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합니다. 저작재산권은 그때부터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 존속하고, 저작자가 사망한 다음에도 50년간 존속하는데, 물론 권리 행사는 저작자의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들(민법에서 정한 상속권자들)이 행사할 것입니다. 다만 저작인격권(성명표시권, 공표권, 동일성유지권)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은 뚜렷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공동저작물의 경우는 공동저작자 중 맨 마지막으로 사망한 저작자의 사망 후 50년간 존속합니다. 외국의 경우, 유명한 저서는 학자인 아버지와 아들 의 “공저”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아버지가 단독으로 쓴 가치 높은 책을, 아들과의 공동저작물로 함으로써 아버지의 사망후 50년간이었던 저작권 보호기간이 아들의 사망후 50년간으로 늘어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3. 업무상저작물의 보호기간
저작권법 제41조(업무상저작물의 보호기간)에서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공표한 때부터 50년간 존속한다. 다만, 창작한 때부터 50년 이내에 공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창작한 때부터 50년간 존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저작물”이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하에 법인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합니다(저작권법 제2조 제31호). 즉,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회사가 만든 저작물”로서, 저작권 산업에 회사들(영화사, 방송국, 드라마제작사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요즘, 이런 업무상저작물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처럼 업무상저작물의 경우, 개인의 저작물보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짧아지기 쉽습니다(업무상저작물은 공표한 때로부터 50년, 개인의 경우 저작물을 만든 개인의 사망후 50년이므로). 따라서 회사에서 만든 저작물이라고 해도, 이를 창작한 개인의 저작물로 등록한다면 실질적으로 더 오랜 기간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가 됩니다(실제로 미국의 “미키마우스”는 월트디즈니사의 저작물이 아니라, 월트 디즈니 본인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4. 기타 규정들
영상저작물 및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은 공표한 때부터 50년간 존속하고, 다만 창작한 때부터 50년 이내에 공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창작한 때부터 50년간 존속합니다(저작권법 제42조). 그러나 프로그램 같은 경우, 몇 년만 지나면 이미 경제적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겠죠. ^^;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을 계산하는 경우에는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을 창작 또는 공표한 다음 해부터 기산합니다(저작권법 제44조).

 

 

5.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기간과 외국의 보호기간
1998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Copyright Term Extension Act. 이를 발의한 의원 이름을 따서 “소니보노(Sonny Bono)법”이라고도 합니다)에서는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저작자의 사후 50년"에서 "저작자의 사후 70년"으로, 업무상 저작물의 경우는 “최초 발행한 해로부터 75년간 또는 창작된 해로부터 100년간 중 먼저 종료되는 기간”에서 “최초 발행한 해로부터 95년간 또는 창작된 해로부터 120년간 중 먼저 종료되는 기간”으로 연장하였습니다.
보호기간의 연장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EU), 일본의 일부 저작물에서도 이루어졌는바, 우리나라에서도 한미FTA에 따르는 저작권법 개정법이 발효되면 보호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저작자의 사후 70년으로 개정된다면, “잘 만든 저작물 하나로 3대(저자, 아들딸, 손자손녀)가 먹고 사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후에까지 보호받을 만한 가치 있는 저작물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 잠정적으로 '우리만화'에 연재중이던 '만화가의 권리찾기' 연재는 여기서 종료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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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권리찾기(34) - 인터넷을 통한 권리침해에 대한 보호>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최근에 저작권법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일 것입니다. 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전국민의 저작권자화”, “전국민의 저작권 침해자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터넷이 저작권법 질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납니다. 
만화의 경우를 보면, 인터넷 포탈의 블로그, 까페 등에 의한 침해, 인터넷 게시판에 의한 침해, 나아가 웹하드, P2P에 의한 침해 등 다양한 경로로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만화가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권리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물론 개별 업로더, 다운로더에게 일일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명확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실은 이러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위로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은 인터넷 사업자이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권리침해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의 방법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올해 우리 대법원은 비록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판례를 하나 내놓았습니다(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그래서 이번 회에서는 위 판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2. 사실관계
A는 2004. 4. 친구의 소개로 B를 만나 교제하다가 2005. 4.경 B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B의 어머니인 C는 A가 임신한 B를 학대하고 버리려고 한다는 이유로 A의 뺨을 때리고 A의 회사와 학교생활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말하였고, 이에 A의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B는 2005. 4. 자신의 거주지에서 여러 통의 편지 형식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그러자 C는 2005. 5. 5. 인터넷 사업자인 D가 운영하는, 사망한 딸인 B의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글을 게시하였는데, 그 내용은 B가 자살한 것은 A의 비도덕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였고, C는 위 미니홈피에 이러한 사실을 널리 퍼뜨려줄 것을 호소하였다. 

E, F, G는 각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였는데, 위 E 등의 사이트에는 관련 뉴스기사가 게재되고, 각 블로그, 카페에도 관련 게시물들이 게재되었다. D, E, F, G(이하 “D 등”이라고 함)는 각 5. 7. 내지 5. 16.경부터 위 게시물들을 삭제하거나 A의 실명을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시켰다.
A는 6. 27. D 등에게 자신의 명예훼손이 우려되니, 관련 기사에 달린 A 관련 댓글 전체 삭제, 관련 추모, 안티 까페, 미니홈피, 블로그 등 A의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 폐쇄, A와 관련된 검색시 나타나는 정보 등의 차단 및 삭제를 요구했으나, D 등은 그런 요구만으로는 게시물 특정을 할 수 없어 해결책 마련이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하여 삭제를 요구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요지

[다수의견]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 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ㆍ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ㆍ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

[별개의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대법원은 위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D등에게 A에게 각 수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4. 결론 및 판례의 검토

위 판례는 명예훼손에 관한 판례이기는 합니다만, 웹하드나 P2P 사업자의 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규정(동법 제102조 내지 제104조)에 의한 면책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판례의 입장에서 보건대, 저작권 침해의 문제에도 유추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위 판례의 어떤 입장에 따르는 경우에도, 만화가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의 권리침해 장면을 부지런히 찾아서 증거자료로 확보해놓고, (2) 그러한 침해가 일어나는 공간을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가능한 한 많이, 자주, 자신의 권리 침해 사실을 알리고, 권리 침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이를 알리는 것은 내용증명 등 우편의 방법도 좋고, 근거가 남을 수 있는 메일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한 고지도 좋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해 상태가 남아 있을 경우, 해당 자료를 또 다시 증거자료로 확보해놓는 것입니다. (4) 그럼에도 만족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모아놓은 자료를 근거로, 이를 직접 업로드한 사용자에 대하여 또는 인터넷 사업자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위 대법원 판례의 A씨처럼).

 

한편, 위 대법원 판례에서 두가지 입장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전자(다수의견)의 입장은 인터넷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인터넷 사업자의 관리통제가 가능하다면, 인터넷 사업자가 권리자로부터 침해 중단 조치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게시물의 존재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별개의견)은 사업자가 권리자로부터 게시물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해서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해당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위 대법원 판례에 입장에 의하면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권리침해 거의 전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되므로, 지나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이는 또한 인터넷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유력한 학설의 비판이 있습니다.
만화가(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당연히 대법원 다수의견이 저작권자에게 유리합니다(^^;)..

 

최근 저작권법 개정에 대해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상당 부분은 오해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IT(인터넷 기술)이 매우 빨리 발달하면서, 기존 저작권법 질서에 충돌이 생기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만화가(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이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권리에 대한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바, 가만 있으면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기고, 또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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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권리찾기(33) - 상표법에 의한 캐릭터의 보호>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이번 회에서는 만화가가 그린 캐릭터의 상표등록과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을까요? 그리고 조금 황당한 것 같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타인이 상표로서 등록하면 어떤 상황이 되는 걸까요?
우선 상표라는 것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색채·홀로그램·동작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그 밖에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를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통상 여러분이 많이 보는 “나이키”, “삼성”등의 상표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상표의 사용"이라 함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상품에 관한 광고·정가표·거래서류·간판 또는 표찰에 상표를 표시하고 전시 또는 반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6호). 예를 들어 티셔츠에 “나이키”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카메라에 “삼성”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2. 창작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가. 상표등록의 장점
우선 창작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상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위와 같이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고도 상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면, 상표등록은 왜 하는 걸까요? 
상표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이를 상표로서 선등록 해버리는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창작자의 직접 사용 또는 제3자를 통한 사용에 복잡한 문제가 생기고(사용권의 문제), 다른 사람이 창작자의 캐릭터를 무단으로 상품에 사용해도 이를 용이하게 금지시킬 수 없는 문제점이 있습니다(금지권의 문제).
반면,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면 등록 과정에서 국가가 이를 심사하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개연성이 매우 높고, 타인이 창작자의 상표 사용을 막을 수도 없다는 검증도 거친 셈이니, 그 사용이 매우 안전해집니다. 또한 등록된 상표를 타인이 사용하는 경우, 상표법에 의해 간단하게 이를 민형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나. 상표등록의 문제점

 

(1) 상표 출원 및 등록비용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에는, 우선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이 된 후 이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보통 상표출원 자체가 일반인이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변리사 등 전문가를 통해서 출원을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고, 그와 별도로 국가에 인지대, 등록료 등을 내야 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료를 재차 내야 하기 때문에 뚜렷한 상표 등록의 목적이 없다면, 그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2) 불사용취소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상표를 등록한 후 사용하지 않으면 상표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관하여 상표법 제73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제1항에서는 “①등록상표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상표등록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3.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표가 등록된 경우에도, 등록 후 3년 이상 등록된 상표를 실제로 지정상품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3자가 해당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고 특허심판원에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할 의사도 없이 상표를 등록해서 선점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뚜렷한 목적 없이 상표를 우선 등록만 하는 경우, 곧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3. 제3자가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

 

 

가. 등록자가 해당 상표를 쓸 수 있는가.
이번에는 창작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 틈을 타서, 제3자가 이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경우에, 등록자가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우리 상표법 제53조(타인의 디자인권등과의 관계)에서는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경우에 그 사용상태에 따라 그 상표등록출원일전에 출원된 타인의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 또는 그 상표등록출원일전에 발생한 타인의 저작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지정상품중 저촉되는 지정상품에 대한 상표의 사용은 특허권자·실용신안권자·디자인권자 또는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상표권자가 자신의 등록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그것이 상표 등록 출원일 전에 발생한 창작자의 저작권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상표의 사용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은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등록자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해당 상표를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작권자(창작자)는 해당 상표의 등록 출원일 전에 그러한 저작물을 스스로 창작해서, 그 저작권이 발생하였음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나. 등록자가 창작자의 캐릭터 사용을 막을 수 있는가
창작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 틈을 타서, 등록자가 이를 등록한 다음, 거꾸로 창작자(저작권자)의 캐릭터의 상표로서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시중에 있는 유명한 캐릭터를 창작자보다 먼저 등록해버린 다음, 정작 창작자가 이를 사용하려 하자 금지를 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이러한 일이 미키마우스, 키티 등 외국의 캐릭터에게 많이 일어났습니다).
상표등록은 상표를 우선 등록한 사람에게 권리가 있는 만큼, 상표의 창작자 여부와 상관 없이, 선등록한 자의 금지 청구는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는 상표법 등 다른 법률에 부정경쟁방지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다른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상표권의 등록이 자기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시킬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고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어 사용되고 있는 타인의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형식상 상표권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그 상표의 등록출원 자체가 부정경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가사 권리행사의 외형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는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되어 상표법에 의한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 사실에 터잡아 1982. 4. 3. 이만형의 상표등록출원 당시 원고의 이 사건 캐릭터가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하였고 이만형의 상표등록출원은 아직 원고의 상표등록 사실이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기화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 캐릭터의 이미지와 고객흡인력에 무상으로 편승하여 자신의 상품판매를 촉진할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이므로 피고가 사용하는 상표가 등록상표라고 하더라도 그 사용은 상표권의 남용으로서 상표권자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이는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표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4487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경우, 위와 같은 경우에는 (물론 모든 캐릭터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이미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을 획득한 캐릭터의 경우) 등록자의 등록상표에 의한 상표권 행사는 ”상표권의 남용“으로서 법원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4. 결론
캐릭터 사업을 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는 상표법의 강력한 법적 효력 때문에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고, 실무상 널리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창작자 본인(만화가)이 캐릭터를 상표로서 출원, 등록한다는 것은 비용이나 절차 면에서 쉬운 일이 아니고, 출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일부 권리구제의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장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캐릭터를 상표로서 등록해서 보호해야 할 것이고, 다만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의 소중한 캐릭터는 보다 간편하고 비용이 덜 드는 “저작권 등록”으로서 권리를 보호받음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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