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15) - 만화에서 “실존인물” 사용시 주의점>


이영욱



1. 들어가며

우리가 만화를 그리면서 현재 생존하거나 이미 사망한 “실존인물”을 사용하여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그의 사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의 유행어 또는 이미지를 따서 만화를 그릴 수도 있으며, 이미 사망한 실존인물을 모델로 그의 전기만화를 그릴 수도 있고, 실존인물이 쓴 책에서 스토리를 사용해 만화를 그릴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경우에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2. 초상권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얼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예를 들어 그 사람의 사진 파일을 그대로 옮기어 만화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초상권”이 문제된다.  


(2)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다.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3) 따라서, “타인의 초상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유명인의 경우는 아래 “퍼블리시티권”도 문제되니, 유명인의 얼굴을 만화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3. 퍼블리시티권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 이미지 등을 따와서 사용하는 경우에 특히 그 사람이 유명인일 경우에는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이 문제된다. 퍼블리시티권은 보통 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을 광고,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키는 바, 초상, 이미지 등의 “상업적 이용”시, 주로 “재산적 가치”가 문제되는 점에서 초상권과는 구별된다.


(2) “퍼블리시티권”은 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권리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개그맨들 소속사인 A사가 통신업체인 B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소속 개그맨들이 TV프로그램인 ”웃찾사“의 코너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어 개인의 용모, 동작, 실연 스타일 등 총체적 인성에 대한 상품적 가치인 퍼블리시티권을 가지게 됐다”며 “원고의 동의없이 연기자들의 실제 캐릭터를 이용해 해당 코너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낸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3) 이처럼 유명인의 경우는 “초상권” 외에 “퍼블리시티권”도 문제되고, “퍼블리시티권”은 얼굴 뿐 아니라 이름(美 Jonnny Carson 사건), 행동거지의 모방(美 Woody Allen 사건), 역할모방(美 Vanna White 사건), 음성묘사(美 Midler 사건), 허위광고 등의 경우에 널리 인정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4. 명예훼손,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 침해의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 사람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키는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 그대로를 그렸다”고 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면책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여야 하는데(형법 제310조), 그 범위를 넓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2)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명한 판례는 상당수 존재하는데, 특히 방송프로그램이나 서적 등의 경우가 많다. 실무상 주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는 인정되지만 이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가가 문제되는바, 재판시에도 이 부분이 치열하게 다투어지곤 한다. 


(3) 따라서 만화를 그릴 때,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만화임을 밝히거나, 그를 연상케 하는 내용을 만화화한다면 해당 만화가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내용을 공개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5.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의 문제


(1)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하여 창작한 새로운 창작물”을 말하는데, 타인이 저작한 책을 기초로 이를 만화로 창작한 경우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침해된다(예컨대 원작자인 “조앤 롤링”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해리 포터” 만화를 그리는 경우). 


(2) 자세한 내용은 “만화가의 권리찾기” 7회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6. 결론

우리가 만화를 그릴 때, 우리 앞에 보이는 것은 종이와 그림 뿐이지만, 그 눈앞에 보이는 종이와 그림 뒤에는 수많은 법률관계가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화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것”이겠지만,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고의 또는 과실로 다른 사람의 권리(저작권 등)를 침해하기 쉬운 위치에 있음을 항상 인식하고, 타인의 권리 침해시에는 민사상 책임 뿐 아니라 형사상 책임(징역, 벌금 등)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하겠다(“만화가의 권리찾기” 4회 참조).  



 

 

만화가의 권리찾기(14) - 패러디


이영욱 


1. 들어가며

 

최근 나오는 만화들에서, 이미 존재했던 유명한 기존 만화를 패러디 한다거나(슈퍼맨, 스파이더맨, 둘리), 유명한 대중 문화를 패러디 하는(광고, 개그) 등 ‘패러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패러디에 관한 우리나라 판례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고, ‘패러디’는 현단계에서는 어떠한 식으로건 단정짓기 어려운 주제이나, 일전에 우만연에서 행했던 강좌에서 많은 분들이 ‘패러디’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던 만큼, 기존 연구들을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하겠다.

 

 


2. 패러디와 저작권 침해, 2차적 저작물

 

패러디는 보통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약점이나 진지함을 목표로 삼아 이를 흉내내거나 과장하여 왜곡시킨 다음 그 결과를 알림으로써 원작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하여 비평이나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패러디는 통상 2가지 요소를 포함하는 데 그것은 ① 패러디의 원작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② 그것이 원작 그 자체가 아닌 패러디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패러디한 ‘원작’만이 드러나는 경우라면 그것은 ‘실패한 패러디’로서 패러디가 아닌 복제권 침해 등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게 된다.

 

패러디는 보통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침해와 관련하여 문제된다. 우리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은 ① 원저작물을 기초로 할 것과 ②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요건로 하는바, 패러디는 보통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원저작물과는 다른 실질적 개변이 이루어지는 경우이므로, 패러디는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패러디가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과는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로서, 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문제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저작권법 제25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이 적용될 수 있으나, 패러디의 문제를 위 조항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미흡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미국에서 발전된 ‘공정사용’의 판례이론을 통하여 원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지 않는 패러디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검토해본다.

 

 


3. 미국 판례에서 나타난 패러디의 요건


(1) 비평 또는 논평이 있었는지 여부

패러디는 원작을 비평 또는 풍자해야 하고, 그것이 원작을 비평 또는 풍자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상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패러디에서는 통상 비평 또는 논평을 곁들이고 있으므로 이 요건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2) 저작물 사용의 목적과 성격

원작을 이용해 패러디를 만드는 행위가 상업적 성격을 가지는 것인지 비상업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인지가 문제되나, 이 기준은 결정적인 것은 아니고 상업적 성격을 가진 이용행위에서도 패러디가 인정된 사례가 다수 있다.


(3) 이용된 분량과 실질적 가치

이는 원작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분량을 차용했는가를 살펴보는 기준인바, 미국 판례는 최초에는 “원작을 인식하기에 필요한 분량까지만” 차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으나, 최근에는 패러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떠올리는 이상의 차용”도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원작의 거의 그대로를 복사하는 것은 만약 그것이 패러디의 성격을 갖추었다고 해도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4) 원작의 시장수요에 대하여 미치는 영향

이 요소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정사용의 네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시한 바 있고, 다른 3가지 요소도 모두 직간접으로 본 요소와 연관이 되어 있다. 이것은 패러디가 원작의 시장적, 경제적 가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여, “원작의 현재 또는 잠재적인 시장적, 경제적 가치를 감소시키거나 그러한 수요를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패러디”에 대해서는 자유이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관련 판례


(1) 미국연방대법원의 이른바 “Pretty Woman" 사건

 

랩 그룹인 2 Live Crew는 Roy Orbison의 발라드곡 “Oh, Pretty Woman"을 패러디하여 코믹한 가사를 통하여 원작을 풍자하고, 그 곡명도 똑같이 “Oh, Pretty Woman"으로 불렀다. 이에 저작권을 갖고 있는 Acuff-Rose Music사가 가수와 레코드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저작물이 상업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공정사용의 항변이 당연히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면서, 그 사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성격,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 전체에서 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항소심은 “원작으로부터 지나치게 많이 베꼈다”고 판단했으나 그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이는 공정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2) 독일 연방대법원의 “Alcolix"사건

 

    

 

 

원고들은 로마와 갈리아족의 싸움을 배경으로 하는 Asterix와 Obelix라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유명한 만화인 “Asterix”라는 만화의 저작자 등이고, 피고는 Alcolix라는 만화의 발행인인 동시에 편집인인데, “Alcolix”라는 만화는 그 배경을 현대로 하여 Alcolix와 Obenix라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잔혹성을 가진 두 주인공이 등장하고, “미군부대”가 “갈리아 마을”을 공격하는 등 풍자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원고들은 Alcolix가 Asterix를 표절하였고, 원고들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자신의 만화가 패러디임을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Alcolix가 Asterix만화의 특징들을 오히려 강조해서 사용했고, 만화의 여러 가지 점을 볼 때 이를 Asterix의 패러디로 볼 수는 없으며 Asterix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에 대해, 항소심은 “과연 Alcolix에서 Asterix를 어느 정도로 이용한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확정하지 않았고, “Alocolix라는 만화가 독립적인 신작으로 성립했는지”를 판단하지 않았으며, 패러디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작의 특성에 비추어볼 때 종래의 저작물로부터 차용된 개성적인 특징들이 퇴색하였음을 전제로 하나 이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판시하면서, 위와 같은 여러가지 점에서 항소심은 "Alcolix“가 전체적으로 보아 독자적인 새로운 저작물로 여겨질 수 있는지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면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5. 결론

 

“패러디”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또는 우리나라와 법제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판례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내의 학자 또는 실무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만화가로서 패러디를 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은, ① 원작의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용해서는 안된다, ② 원작의 시장적 가치를 침해하는 내용을 그려서는 안된다, ③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본 작품이 패러디임을 알게 하여 원작과의 혼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생각된다.

 

이런 문제가 소송화된 경우, 법원으로서도 “지나치게 베꼈다” “이미 알려진 명성있는 작품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판단이 들면 어느 정도 손해배상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니 주의가 필요하겠다. 

 

 



<참고문헌>

‘저작권법’(제3판), 오승종 이해완, 박영사

‘패러디 항변을 둘러싼 저작권법상 쟁점과 과제’, 김원오, 안암법학 제14호, 2002년

“패러디와 저작물의 자유이용”, 엄동섭, 창작과권리(세창출판사), 1998년

 

 <만화가의 권리찾기(13)- 저작인격권(2)>

 

 이영욱

 

1. 들어가며

 

이번 회에서는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에 관하여 중요한 판례 중 하나인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31309 판결, 이른바 롯티 사건을 살펴보겠다.

 

 ‘동일성유지권’이라 함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3조 제1). , 저작자는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지고, 3자에 의해 변경, 삭제, 개변되지 않을 저작물의 불가침권을 가진다는 것으로서, 저작물의 수정, 변개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저작물에 대한 수정이 저작물을 개선하여 가치를 높이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판례의 사실관계

 

피신청인 회사는 산하 놀이동산의 개점에 앞서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청인 등 디자인 작가 10명을 선정하여 일정한 위촉료를 주고 도안제작을 위촉하여, 그 중에서 신청인이 너구리를 주제로 하여 그린 도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후, 도안채택료로서 당선금을 지급하였다.

 

당시 신청인과 피신청인 회사는 캐릭터제작계약을 체결되었는데, 그 계약에 따르면 신청인 회사는 피신청인측이 제작된 도안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 등 모든 권리를 가지고, 나아가 수정요구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신청인이 제작한 너구리 도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피신청인 회사의 요구로 신청인이 수차에 걸친 수정, 보완 끝에 기본도안 및 응용도안이 제작되었는데, 피신청인 회사가 도안에 대해 불만을 느껴 다시 수정을 요구하자 신청인은 나로서는 수정을 하여도 같은 도안 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면서 더 이상 수정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피신청인 회사는 제3자에게 신청인이 제작한 도안을 참고로 하여 현재 피신청인 회사가 현재 놀이동산에서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인 롯티를 완성하게 하고, 상표등록까지 하였다.

 

그러자 신청인은 자신이 제작한 캐릭터 도안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양도하였지만, 피신청인 회사가 제3자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도안은 자신이 만든 너구리 도안을 변형하여 만든 것으로서, 이는 원저작자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아래 그림은 현재 피신청인이 사용하고 있는 도안과 신청인이 최초에 제작한 도안이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한 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사실에 의하면 신청인이 제작한 위 너구리도안은 순수미술작품과는 달리 그 성질상 주문자인 피신청인의 기업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변경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위 캐릭터제작계약에 의하여 피신청인측에서 도안에 관한 소유권이나 저작권 등의 모든 권리는 물론 도안의 변경을 요구할 권리까지 유보하고 있었음을 알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청인이 피신청인측의 수정요구에 대하여 몇차례 수정을 하다가 자기로서는 수정을 하여도 같은 도안 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의 수정을 거절한 사실까지 보태어 보면, 신청인은 그의 의무인 위 도안의 수정을 거절함으로써 피신청인측이 위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하지 아니하겠다는 취지의 묵시적인 동의를 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신청인측이 제3자로 하여금 신청인이 제작한 너구리도안을 일부 변경하게 한 다음 변경된 기본도안과 응용도안을 그 기업목적에 따라 사용하고있다 하더라도 위 변경은 신청인의 묵시적인 동의에 의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에 규정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4. 판례에 대하여

 

위 판례에 대하여는 이 사건과 같은 도안의 변경행위로 신청인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바 없으므로 인격적, 정신적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두형 변호사),

 

신청인이 끝내 수정을 거절한 것을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하지 아니하겠다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본 것은 부당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청인의 도안을 보고 제3자가 그와 유사한 새로운 도안을 그린 것으로서 두 도안의 주체가 바뀐 이상 복제권 내지 제2차 저작물작성권 침해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처음부터 저작인격권은 문제될 수 없다(이상정 교수) 등의 여러가지 견해가 나오고 있다.

 

위 판례에 대해서 학문적, 법리적으로 분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본 연재의 성격상 그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판례 및 판례에 대한 견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안의 변경을 요구할 권리 부분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우리가 위 판례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모두 양도해버린 경우에도, 저작인격권은 저작한 사람 자신에게 전적으로 속하는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양도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원 저작자가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은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타인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중대한 왜곡을 일으키는 변형을 하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화를 그리는 입장에서는 저작권, 저작권자의 보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겠지만, 저작권 또한 사회공동체 생활에서 공정한 이용, 문화의 향상발전 등 다른 목적이나 다른 법적 이념에 의해서 제한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만화가의 권리 찾기 (12) - 계약서의 작성(2)>


                                                                                                                  이영욱 변호사

 


지난 회에서 우리는 계약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권리 설정’ 부분을 보았다. 이하에서는 계약서의 다른 부분들을 살펴본다.


4. 필자가 본 계약서들의 다른 부분들에 관하여

 

(1) 추가적 권리 설정 부분


제0조 ① ‘을’(만화가)는 ‘갑’(출판사)에게 저작물에 대하여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준다. 

② 제1항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의 세부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본 계약에 따라 독점적·배타적으로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만화 및 이에 부수되는 캐릭터관련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2. 저작물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의 성명·형상 등 기타사항을 이용하여 2차적 저작물이나 편집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제0조 “갑”(매체사)은 위 연재 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위 연재만화 저작물의 사용(단행본 출판, 번역, 개작, 연극, 영화, 방송, 녹음, CD출판물, 인터넷 및 온라인 등 일체의 위 연재만화 이용에 관한 권리)에 관한 최우선적인 권리를 갖는다.

 

제0조 위 제0조의 경우 위 연재만화의 사업에 대해 “갑”과 “을”이 협의하여 별도의 계약에 의하여 정하되 적극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갑”은 “을”의 허락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우선적으로 진행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조항의 큰 문제점은 만화가는 계약을 ‘출판’, ‘매체 연재’라는 내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위와 같은 조항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만화가는 자신의 저작권 등 다른 권리를 양도해 버리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은 계약의 내용은 단행본 출판, 연재물 출판의 범위를 넘어서서 출판사, 매체사에게 작가의 저작물을 양도하거나 저작물의 추가 사용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위 계약서들을 보면, 만화 저작물을 사용하여 상품화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출판사에 아예 넘기거나, 우선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허락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은, 해당 부분에 대해 출판사에게 일방적으로 저작권법 위반 등에 대해 면책의 여지를 주게 된다.  


(2) 계약상의 지위 양도


제0조 ① “을”(만화가)은 “갑”(매체사)에게 위 연재만화의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 등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부여한다.

② “갑”(매체사)은 제3자에게 제3항의 권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할 수 있다.


‘출판사(매체사)가 제3자에게로 자신의 계약상의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거나, ‘해당 권리를 허락할 수 있다’거나 하는 내용은 만화가에게 매우 불리하다. 왜냐하면, 만화가는 해당 매체의 특성과 내용을 보고, 당해 매체에 한정하여 연재를 허락하거나 출판을 허락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조항에 의하면 실제로 만화가가 자신의 작품의 유통 및 사용에 대해서 거의 제어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통상의 계약서에서는 ‘허락 없는 계약상 지위 양도, 권리 양도’ 등에 경우에, 이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한 사례에서는 출판사가 만화가의 만화를 이용한 상품화권에 대해, 자신의 자회사에게 매우 저렴하게 권리를 양도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수익은 자회사가 대부분 수익하고, 출판사는 자회사로부터 매우 저렴하게 사용료를 받은 후, 그 중 일부를 작가에게 분배하여 문제가 된 사안이 있다(당시 계약서에도 ‘제3자에게 권리 이전, 지위 이전 가능’ 조항이 있었다).


(3) 연재의 계속 부분

 

제0조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갑”(매체사)은 “을”(만화가)에게 1주간의 기간을 정하여 최고하고 그럼에도 시정이 되지 아니하면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 만화의 인기도가 하락하여 계속 연재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2. 위 만화가 “갑”의 편집방향과 다르게 진행되는 경우

3. “을”(만화가)이 본 계약의 각 조항에 위반한 경우

4. “갑”(매체사)이 편집 방향을 전환하는 등으로 위 만화의 연재중단이 결정된 경우


위 조항에서 ‘편집방향을 전환하여 연재중단이 결정되는 경우’를 해지 사유로 하는 것은, 계약의 일방에게 자유로운 해지권을 주는 셈이 되어(이러한 것을 ‘수의조건’이라고 한다) 계약의 해당 부분은 무효로 볼 소지가 있다. 또 계약위반이 해지사유가 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갑’의 계약위반 부분을 뺀 것은 지나치게 불공평한 조항으로 판단된다. 


5. 결어


(1) 계약서는 작성한 대로 효력을 가진다.

우리는 자칫 “이런 계약서는 불공평한 내용이니까, 나중에 법원에서 무효라고 판단할 꺼야”라는 등으로 안이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작성된 계약서는 원칙적으로 작성된 내용대로 효력을 가지고, 법원이 해당 부분을 무효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 현저히 부당한 계약일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중요하고 복잡한 계약서의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자문 내지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2) 특히 권리의 설정, 양도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계약서는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하므로, 특히 ‘권리의 설정’, ‘권리의 양도’ 부분은 극도로 주의해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칫,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의 귀중한 지적재산권을 남에게 거저 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3) 계약서의 양식은 자유롭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특별한 양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구두 계약’은 거의 의미가 없으니만큼, 문서로 작성해야겠지만, 정식 조항을 갖춘 계약서 작성이 힘들면 계약의 중요한 내용(연재 매체, 횟수, 대가 등만 넣은)만을 넣은 ‘메모’ 형식으로 작성한 후 쌍방이 이름을 쓰고 사인을 해도 좋다.

또한 작성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상대방 회사의 대표이사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면 직접 거래상대방(실무자)로부터라도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이 말은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아예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결국 해당 부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때, 법원은 그 계약의 내용을 ‘만화가는 대가를 받고, 출판사는 만화가의 만화를 사용하여 출판, 연재를 하는’ 정도의 내용으로 판단할 것이다.

필자가 살펴본 계약서들 상당수가 출판, 연재의 범위를 넘어 ‘권리 양도’ 등의 내용을 갖고 있음을 볼 때,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작가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가의 권리 찾기 (11) - 계약서의 작성(1)>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필자는 최근 만화의 연재, 출판 계약과 관련한 몇가지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체로 위와 같은 계약시에는 매체사(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이 우월적 위치에서 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계약서 내용도 매체사,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해서 만화가에게 내밀고, 만화가는 그 계약서로 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결국 만화가에게 상당히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이 체결되곤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가 접한 수건의 계약서들도 매체사, 출판사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성된 것으로, 통상적인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어서, 만화가로서는 아예 그런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는 편이 이득이 될 듯한 내용이었다(계약서가 없으면, 차후에 분쟁이 생길 때 통상 출판계약의 관행에 따르게 될 것이므로).


그럼, 아래에서는 일단 ‘출판계약’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 특히 ‘권리 설정’의 범위를 둘러싼 계약서들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검토해본다(2회 연재 예정).


2. 출판계약에 대해서


출판계약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바, 크게 분류하자면 ①저작재산권 전부를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②복제권과 배포권만을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복제권, 배포권 양도계약’, ③저작권자가 출판자에 대하여 출판을 허락하고, 이에 대하여 출판자는 자기의 계산으로 복제, 배포할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출판허락계약’, ④저작자와 출판자 사이에 체결되는 출판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준물권계약인 ‘출판권설정계약’으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나누어 보면, ①, ②의 경우는 ‘저작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양도’하는 계약이 되고(즉, 물권적 ‘권리 양도’ 계약), ③, ④의 경우는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인 만화가가 보유하고 단지 ‘출판할 수 있는 권리‘만을 허락하는 계약이 되는바(즉, 채권적 ’사용 허락‘ 계약), 통상 출판계약이라는 것은 작가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출판사에게 일정 기간을 정해서 출판을 허락하는 내용이니 만큼, ③, ④의 경우가 될 것이고, 대법원 판례도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보는 경우는 매우 좁게 보고 있다.


3. 필자가 본 계약서들의 ‘권리 설정’에 관한 내용


(1) A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을’(만화가)은 본 계약에도 불구하고 위 연재만화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②‘을’(만화가)은 ‘갑’(매체사)에게 위 연재만화의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 등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갑’의 인터넷 사이트에 ‘을’의 원고를 연재하는 권리 포함)을 부여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위 계약서의 경우, 저작권의 주된 내용인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모두 매체사에게 양도한 후, 도대체 만화가가 갖는 ‘저작권’이라는 것은 아무런 내용도 없게 된다.

즉, 위 계약서에 따르면 실제로 만화가가 갖는 ‘저작권’이라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양도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정도가 남고, 나머지 ‘저작재산권’은 모두 매체사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이 되어, 보통의 ‘출판계약’의 경우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다. 


(2) B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 저작물은 저작권법상 결합저작물의 지위를 갖는다. 저작물의 스토리부분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인 D에게 있으며, 작화부분의 저작재산권은 결합저작물의 성격상 ‘갑’(출판사)에게 양도된 것으로 간주한다. 단,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화권의 경우 상호협의 하에 결정한다.

② 을(만화가)은 저작물에 대하여 ‘갑’(출판사)에게 유무선 전송권, 연재권을 부여하고, 출판권을 설정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위 사안의 경우, 만화가는 B사의 주선으로 글 부분 원작자인 D의 소설을 만화화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소설물을 만화화한 저작물은 결합저작물이 되는 것으로 보이고, 스토리 부분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인 D에게 저작권이 있을 것이나, 작화 부분의 저작권은 당연히 만화가에게 있는 것인데, 위 계약서에 따르면 작화 부분의 저작권이 엉뚱하게 출판사에게 있는 것이 되어 실제로 그 내용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듯 하다. 이 또한 보통의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 된다. 

또한, 제2항에서는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전송권, 연재권, 출판권을 부여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을 듯 하나, 이 경우에도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해당 부분 권리를 완전히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용기간’을 정해야 할 것이다(해당 계약서의 다른 조항에도 기간에 관한 내용은 없었음).


(3) C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 ‘을’(만화가)은 본 저작물의 출판에 관하여 ‘갑’(출판사)에게 출판권을 설정한다. 단, 갑의 출판권은 을의 동의없이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한다.

② ‘을’(만화가)은 위 저작물에 대한 2차적 저작물 및 저작물의 이미지를 이용한 상품화(캐릭터 라이센싱) 권리를 포함해 출판계약서에 명시된 출판권 이외의 모든 저작권을 ‘갑’(출판사)에게 양도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C사의 경우, 제1항에서 ‘출판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통상의 출판 계약의 내용이 될 것이나, 제2항에서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상품화권 등을 포함한 모든 다른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위 계약서들과 똑같은 문제가 있는바, 이는 출판 계약의 범주를 훨씬 넘는 ‘저작권 양도 계약’으로 판단되는바, 이 또한 보통의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 된다.


 

<만화가의 권리 찾기 (10) – 저작인격권 (1)>

이영욱



Question:

 

 

출판사에 만화를 그려준 만화가 양군은 자신의 만화 내용이 엉뚱하게 바뀐 채로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출판사에 항의하였지만, 출판사에서는 만화 원고를 넘기고서는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과연 양군은 출판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1.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가 통상 저작권의 내용으로 알고 있는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은 ‘저작재산권’, 즉 저작물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를 말하고,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그 내용으로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 유지권’이 있다.


양도, 상속이 가능한 ‘저작재산권’과는 달리,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에게 전속적으로 귀속하는 일신전속적 권리로서 타인에게 양도될 수도 없고 상속되지도 않는다(그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저작인격권 자체는 저작권자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다. 대법원 1995.10. 2. 선고 94마2217 판결). 따라서 ‘저작권을 모두 양도한다’는 계약을 한다고 해도 양도되는 것은 저작재산권 뿐이고, 저작인격권은 양도되지 않는다.

 

2. 저작인격권의 내용


(1) 공표권

‘공표권’이라 함은 미공표저작물에 대해 공표여부를 결정할 권리, 즉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여부, 공표한다면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공표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1조).


(2) 성명표시권

‘성명표시권’이라 함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2조).

그런데 만화가와 보다 관련이 깊은 저작인격권은 위 공표권이나 성명표시권 보다는 아래의’동일성유지권’이라고 하겠다.


(3) 동일성유지권

‘동일성유지권’이라 함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즉, 저작자는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지고, 제3자에 의해 변경, 삭제, 개변되지 않을 저작물의 불가침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① 학교교육 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표현의 변경 ② 건축물의 증축, 개축 그 밖의 변경 ③ 기타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 만이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고, 이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은 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저작물이란 저작자의 사상, 감정을 표현한 것이므로 저작물의 수정, 변개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저작물에 대한 개변이 저작물을 저급하게 만드는 경우 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개선하여 가치를 높이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3.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과 모습


(1)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


동일성유지권에 대한 침해가 되기 위하여는


①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호에 개변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원래의 저작물의 동일성에 손상이 가해져야 한다. 개변의 결과 원 저작물의 동일성에 손상이 올 정도로 중요한 부분의 침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② 또한 그와 같은 개변에도 불구하고 개변전 저작물의 표현 형식상의 본질적 특징을 직접적으로 감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변의 정도가 심하여 저작물의 본질적 특징을 감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이 되는 것이고, 원작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는 되지 않는다.


(2)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모습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저작물의 무단이용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고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은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저작자의 승낙 없이 함부로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호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게 된다.


판례상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문제된 사안으로서, 국내 사진작가가 일본의 시사주간지에 "한국으로부터의 누드"라는 제목으로 누드사진을 게재하였는데, 국내 월간잡지의 발행인들이 그 사진을 위 작가의 승낙없이 국내 월간잡지에 옮겨 실으면서 원래 제목과는 달리  "한국여대생 연예인 누드사진이 포르노로 둔갑" 또는 "사진예술작품들 일본으로 건너가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는 제목을 붙여 월간잡지에 인용, 게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는 위 작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위 작품들을 "포르노로 둔갑" 또는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동시에 위 작가의 명예도 훼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1990. 2.13. 선고 서울고등법원 89나32908 판결)


그렇다면 만화 또는 캐릭터의 경우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는 어떤 경우에 이루어지게 될까?

예컨대 저작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그림의 가로, 세로의 비율을 변경하는 행위, 만화나 캐릭터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삭제하는 행위, 만화나 캐릭터에 다른 요소를 더 그리는 행위(더 그려서 그림이 나아졌다고 해도 마찬가지), 만화나 캐릭터에 색을 임의로 바꾸는 행위  등의 경우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있다고 볼 것이다.


4. 저작인격권 침해의 효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사용의 경우 당장 ‘성명표시권’ 침해부터 문제될 수 있을 것이고(무단사용하면서 성명을 표시하지는 않을 테니까), 저작자로부터의 저작물 사용 허락 등으로 ‘저작재산권’ 침해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동일성 유지권 침해 등 ‘저작인격권’ 침해 사실 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된다.


판례는 글을 임의로 표절 작성해 월간지에 게재한 사안에서 성명표시권 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하면서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자는 그의 명예와 감정에 손상을 입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치된다’(1989.10.24. 선고 대법원 89다카12824)고 판시하여 위자료 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저작권자는 이러한 저작권침해자에게 손해배상(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으며(저작권법 제95조), 침해자를 저작권법위반죄로 형사고소할 수도 있다. 


Answer:

그렇다면, 우리가 살펴본 사안에서 양군은 저작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출판사를 형사고소를 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 우리 판례상 유명한 사안으로 ‘로티’사건이 있는바, 이는 다음회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만화가의 권리찾기(9) - 출판계약과 만화 원고의 보관의무>

: 서울남부지방법원 2004. 6. 3. 2003가합2452 판결

이영욱 



1. 들어가며


만화가가 만화 원고(原稿)를 작성하여 이를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고 출판사에게 인도한 경우, 위 만화 원고에 대하여 문제될 수 있는 권리는 ①원고 자체에 대한 소유권과 ②만화의 저작권이다.


이번 회에서 다루는 우리나라 판례(서울남부지방법원 2004. 6. 3. 선고 2003가합2452 판결, 판결 확정)는 만화가의 만화 원고를 보관하다가 분실한 만화출판사의 책임에 대한 판례이다. 이 때, 만화가가 출판사에 대하여 만화 원고 분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위 만화 원고에 대한 권리가 만화가에게 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고, ‘원고 보관의무’라는 측면에서는, 만화의 저작권보다는 주로 만화 원고의 소유권이라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2. 판례의 내용


(1) 사실관계


원고 만화가 A는 1993. 4. 8. 피고 B출판사와 중국 삼황오제부터 송나라까지의 역사를 기술한 중국의 역사책을 극화한 ‘만화 C’라는 만화 10권을 작화•출판하기로 하는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의 주요 내용으로


‘(1)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만화에 관한 출판권을 설정하고, 피고는 그 복제 및 배포에 관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계약서 제1조)

(2) 이 사건 만화의 출판권은 초판 발행일로부터 만 5년간 존속하고, 원고와 피고 중 어느 한쪽에서 계약 만료일로부터 6개월 전까지 계약 해지의 통고가 없는 한 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자동적으로 갱신되어 유효기간이 3년간 연장되는 것으로 한다.(계약서 제4조 제1, 2항)


(3) 원고는 이 사건 만화 중 1~3권은 1993. 12. 30.까지, 4~10권은 1994. 10. 30.까지, 출판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완전한 원고(原稿)를 피고에게 인도한다.(계약서 제5조 제1항)

(4) 이 사건 만화의 저작에 필요한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제작•선전 및 판매에 따른 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계약서 제8조)


(5) 작화료는 150,000,000원(= 면당 60,000원×250면×10권)으로 하고, 각 권당 30,000부 이상의 판매분에 대해서는 권당 정가의 10%를 인세로 지급한다.(계약서 제11조 제1항)

(6) 피고는 원고에게 현장 답사 및 자료 조사를 위하여 필요한 한 달간의 중국 여행경비를 제공한다.(계약서 제12조)’는 내용이 있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1994. 5.경부터 1998. 8.경까지 이 사건 만화 10권 총 2,560면 상당의 원고를 그려서 피고에게 인도하였고, 피고는 이를 스캔파일로 제작•편집한 후 인쇄필름을 만들어 만화를 인쇄•출간하였다.  


원고는 2002. 7. 13. 피고에게 이 사건 출판계약이 2002. 10. 30.자로 종료됨을 통고한 후 2002. 8. 14. 피고에게 만화 원고를 반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만화 원고를 분실하여 그 요구에 응하지 못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만화 원고를 바탕으로 제작한 스캔파일을 원고가 사용하는 특별한 도화지에 출력한 결과, 그 세밀도는 원화에 못지 않고 수정작업을 함에 있어서도 원화와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2) 법원의 판단


① 만화 원고의 소유권의 귀속에 대한 판단


우선 법원은 만화 원고의 소유권은 만화가에게 있음을 전제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만화에 대한 출판권만을 설정받았으므로 그 편집•출간을 위하여 원고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원고를 잘 보관하였다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함에도 이를 분실하여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단하였다. 


② 재산적 손해 부분


위 법원은 ‘이 사건 원고의 분실에 따라 원고가 입은 재산적 손해는, ① 이 사건 원고의 분실에 따라 이 사건 만화의 재출간이 불가능해짐으로써 발생하는 일실이익(또는 재출간이 가능할 경우에는 원고의 분실로 말미암아 재출간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과 ② 이 사건 원고 자체의 재산적 가치(금전적 평가액)의 합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원고는 스캔파일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고 그 출력물의 질 역시 원화에 뒤진다고 할 수 없으며 수정작업을 함에 있어서도 원화와 거의 비슷한 효과를 가짐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이 사건 원고가 분실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만화의 재출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거나 그 재출간에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일실이익 내지 추가비용의 손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사건 원고 자체의 재산적 가치는 분실 당시 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격이  될 것이나, 만화원고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현실하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실 당시 이 사건 원고의 제작을 위하여 통상인이 지급할 대가, 즉 원고료(작화료)가 그 재산적 가치라고 봄이 타당하다.


...1993년 당시 이 사건 원고의 작화료,  원고가 만화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지명도, 이 사건 만화의 작품성과 대중적 인기, 이 사건 원고에 관하여 만화애호가들의 소장욕구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점, 원고가 대표작의 원고를 모아 만화박물관을 설립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면당 120,000원을 기준으로 하여 산출한 269,520,000원(= 120,000원 × 이 사건 원고 중 만화가 그려져 있는 2,246면)이 이 사건 원고의 재산적 가치라 봄이 상당하다.’ 라고 판단하였다.


다만, 위 법원은 ‘피고가 애초 1994. 10. 30.까지 모든 원고를 인도받기로 하였으나 원고의 사정으로 ...4년여가 경과한 1998. 8.경에 비로소 나머지 부분을 인도받은 데다가... 원고가 약 4년간 이 사건 원고의 반환요구를 지체하여 피고로 하여금 장기간 그 보관의무를 지게 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분실사고가 발생한 점 등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기여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책임비율을 70%로 제한함이 상당하고, 결국 원고의 재산적 손해는 188,664,000원(= 269,520,000원 × 0.7)에 달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③ 정신적 손해 부분


위 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원고의 분실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100,000,000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므로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인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3. 판례의 검토


(1) 序


저작권과 저작물의 소유권(위 사안들에서는 만화 원고의 소유권)이 만화가, 출판사 중 누구에게 귀속하느냐에 대해서는 다음의 네가지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저작권과 저작물의 소유권(만화 원고)가 모두 만화가에게 있음을 판시하고 있다.


(2) 저작권 부분


①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이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2조 제2항). 그렇다면 위 만화의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만화가가 원시적으로 취득한다.

다만,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는바(저작권법 제41조 제1항), 그렇다면 위 판례에서 저작권자인 만화가는 출판권설정계약으로써 저작재산권을 출판사에 양도한 것이 아닌가 문제된다.


② 일반적으로 출판이라고 하는 것은 저작물을 인쇄 그 밖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발행하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출판계약이라 함은 출판자가 복제, 배포권을 취득함과 동시에 복제, 배포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이라고 할 것이다.

출판계약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바, 크게 분류하자면 ①저작재산권 전부를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②복제권과 배포권만을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복제권, 배포권 양도계약, ③저작권자가 출판자에 대하여 출판을 허락하고, 이에 대하여 출판자는 자기의 계산으로 복제, 배포할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출판허락계약, ④저작자와 출판자 사이에 체결되는 출판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준물권계약인 출판권설정계약으로 나눌 수 있다.


③ 우리가 살펴본 판례에서는 ‘출판권 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서 1조에서는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만화에 관한 출판권을 설정하고, 피고는 그 복제 및 배포에 관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라고 하였는바, 그렇다면 위 계약은 출판사로 하여금 단지 ‘복제 및 배포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갖게 하는 계약’으로서, 저작재산권의 양도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출판허락계약 내지 출판권설정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④ 우리 판례에서는 이른바 ‘매절’ 계약(책 판매량과 상관없이 출판자가 저작권자에게 미리 한번에 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에 대하여도 ‘...신청인과 위 000 사이의 1987.3.31.자 계약은 저작물 이용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지급하는 형태로서 소위 매절계약이라 할 것으로, 그 원고료로 일괄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라는 등의 소명이 없는 한 이는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계약이 저작권양도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신청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서울민사지방법원 1994. 6. 1. 선고 94카합3724 판결)라고 판시하여,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절계약도 저작권양도계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위 사안에서 출판권 설정계약으로 저작권이 양도되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고 저작권은 여전히 원 저작자인 만화가에게 있다.


(3) 원고의 소유권 부분


① 만화 원고에 대해서는, 만화가가 만화원고지를 사서 원고지에 그림을 그려 원고를 완성할 때에 위 원고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위 사안들에서 만화가가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음으로써 그 원고의 소유권을 양도하였다고 볼 수 있는가?


② ‘만화 C’의 경우 계약서 1조에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만화에 관한 출판권을 설정하고, 피고는 그 복제 및 배포에 관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였는바, 이것을 출판허락계약 내지 출판권설정계약이라고 한다면, 저작자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출판사에게는 복제권과 배포권만을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이라고 할 것이므로, 그 계약의 내용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비추어 이는 ‘만화 원고의 소유권은 당연히 만화가에게 있음을 전제로’ 출판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원고를 출판사로 하여금 이용케 하는 계약이라고 할 것이므로, 소유권은 만화가인 A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4) 재산적 손해 부분


① 재산적 손해부분에 관해서는 우리 판례에서는 ①원고의 분실로 인해 발생하는 일실이익 손해부분과 ②만화 원고의 분실 자체로 인한 재산적 손해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② 원고의 분실로 인해 발생하는 일실이익 손해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판례는 원고가 분실되었다고 해도 이것이 제판 필름 내지 스캔한 데이터에 의해 같은 형태로 재출판될 수 있다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③ 한편, 만화 원고의 분실 자체로 인한 재산적 손해 부분에 대해 우리 판례는 이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만화가 A 선생 정도 되는 저명한 만화가의 경우 원고료가 최상급에 이르는 점, 제작된 만화원고 또한 수집용 등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한편 일본 판례인 ‘천사의 달걀’ 판례(동경지방재판소 平成 14. 8. 26. 선고 2000ワ20514 판결)에서는 이 부분의 손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5) 정신적 손해 부분

우리 판례는, 통상의 다른 판례에서 설시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산적 손해를 전보받은 경우 추가적으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위 일본 판례에서는 대신 이 부분 위자료를 인정해 주었다).


4. 결론


만화 원고에 대하여 발생할 수 있는 권리는 만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원고 자체에 대한 소유권이다.


저작권 부분: 이 경우 저작권은 원시적으로 저작자인 만화가에게 있고, 출판계약을 체결하여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만화 원고를 넘겨주는 경우에도 통상 출판계약의 내용이 만화가가 만화 원고를 제작하여 출판사에게 인도하고, 출판사는 해당 만화 원고를 이용하여 책을 출판하는 출판허락계약 내지 출판권설정계약이므로 저작권이 양도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출판사는 단지 일정기간 출판할 수 있는 권리만을 갖고, 모든 저작권은 만화가가 갖고 있는 것이 된다. 물론, 저작권이 양도된 경우에는 출판사가 저작권(저작재산권)을 모두 행사한다.


만화원고의 소유권 부분: 만화 원고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만화가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고, 위와 같이 만화의 출판계약이 저작권은 만화가에 있음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고 한다면, 출판계약은 단지 ‘출판’이라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간 동안 출판사로 하여금 위 만화 원고를 이용하도록 하는 채권적 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만화 원고에 대한 소유권을 양도하는 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따라서 만화 원고를 분실한 출판사는  만화가의 소유권을 침해함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아예 만화 원고의 소유권 자체를 양도하는 계약을 한 경우라면, 출판사가 만화 원고를 분실해도 이는 자기의 물건을 분실한 것이므로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라면 어떨까? 저작권을 모두 넘기면서, 작품 소유권만은 내가 가질테니 원고를 언제건 돌려달라는 의사가 분명히 표시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아마도 저작재산권을 모두 양도한 것은 만화 원고의 소유권까지 양도하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각 사안마다 계약서의 내용, 주변의 여러 사정,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해서 ‘당해 저작권 양도 계약에 동산의 소유권까지 양도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만화가의 권리 찾기(8) - 캐릭터의 저작물성>


이영욱


1. 들어가며


여태까지의 ‘권리 찾기’가 조금 ‘재미없는’ 이론에만 치우친 것 같아서, 앞으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만화, 캐릭터 관련 판례를 이론 한편, 판례 한편의 순으로 다루어보기로 하겠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만화, 캐릭터 관련 판례는 많은 편이 아니고, 미국과 유럽의 판례는 우리나라와 법제도와 그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상당히 달라 주로 검토대상은 우리나라 판례와 일본의 판례가 될 것이다.


이번에 살펴볼 판례는 일본의 ‘사자에 양’ 사건 판례이다(東京地裁 1976. 5. 26. 판결). 위 사건에서 법률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은 ‘캐릭터가 독자적인 저작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예컨대,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의 해당 장면을 베낀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될 것이나, 만약 그전에 등장한 적이 없는 미키마우스가 생활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그렸다고 할 경우에도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가 하는 점에서 문제된다.


2. 사실관계

 

 

<이 사건 버스의 '사자에' 얼굴>


원고는 일본의 만화가로서 그의 대표작인 ‘사자에 양’이라는 4컷 만화를 1946년부터 위 판결이 있던 1976년까지 아사히신문 등에 연재하여 왔다. 피고는 버스운송업자인데, 관광버스 영업을 시작하면서 영업의 명칭을 ‘사자에 양 관광’으로 하고 1951년부터 1970년까지의 기간 동안 관광버스의 차체에 위 연재만화 주인공들의 얼굴을 그려 넣고 그 버스를 운행하여 대절버스 업무를 하였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위 관광버스의 명칭 ‘사자에 양’은 1951년 일반으로부터 공모한 것이고, 피고는 1951년부터 차체의 양쪽에 그림과 같이 캐릭터의 머리부분그림(두부화)를 그린 관광버스 1대를 가지고 영업을 개시하여 1964년에는 버스가 27대가 되고 1970년 원고가 캐릭터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여 그 사용을 중지하였다. 만화 ‘사자에 양’에서 주인공 사자에는 주부로 등장하고, 그 외 남동생인 가쯔오, 누이동생인 와까메, 남편인 마스오 등이 등장하고 있다.


3. 법원의 판단


" 만화 ‘사자에 양’에는 ...사자에 양은 평범한 월급자의 아내로서 가사, 육아 혹은 이웃교제 등에서 명랑한 성격을 전개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고 또 기타의 등장인물들도 그 역할, 용모, 자태 등에서 각 등장인물 자체의 성격이 일관된 항구적인 것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특정한 날의 신문에 게재된 특정한 4칸의 만화 ‘사자에 양’은 그 자체로서 저작권을 발생시키는 저작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 특정한 4칸의 만화에는 특정한 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나 ...역으로 화제 내지 줄거리가 어떤 것이라도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용모, 자태 등으로 보아 그 인물이 사자에, 가쯔오, 와까메 등이라고 인정된다면 그 만화는 ...타인이 작성한 만화일지라도 만화 ‘사자에 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해석된다.


게다가 또 위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연재되는 만화의 등장인물은 화제 내지 줄거리의 단순한 설명자라기보다 오히려 화제 내지 줄거리 쪽이야말로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에 걸맞는 것으로서 선택되고 표현되는 쪽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환언하면 만화의 등장인물 자체의 역할, 용모, 자태 등 항구적인 것으로서 주어진 표현은 언어로 표현된 화제 내지는 줄거리나 특정한 칸에서의 특정한 등장인물의 표정, 두부의 방향, 몸의 움직임 등을 초월한 것이라 해석된다. 그리하여 캐릭터라는 말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재만화에서 예를 든다면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용모, 자태, 성격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본 건 두부화는 ...누가 보아도 그곳에 연재만화 ‘사자에 양’의 등장인물인 사자에 양, 가쯔오, 와까메가 표현되어 있다고 감지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곳에는 연재만화 ‘사자에 양’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 건 두부화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만화 ‘사자에 양’의 특정한 칸 속에서 어쩌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비를 할 것도 없이 본 건에서 피고의 본 건 행위는 원고가 저작권을 가지는 만화 ‘사자에 양’이 긴 세월 동안 신문지상에 게재되어 구성된 만화 사자에 양의 캐릭터를 이용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손해에 대하여 검토하건대, 증인 ...의 증언에 의하면 만화 기타의 캐릭터를 상품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계약에서 그 사용료는 캐릭터가 사용되는 상품 판매가격의 적어도 3% 이상의 액으로 정해지고 있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 인정되는 바,

피고의 본 건 행위의 경우는 관광버스에 의한 운행 수업이 위 상품의 판매가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위 인정사실에 입각, 본 건 두부화가 그려진 관광버스에 의한 운행수입의 3% 에 해당하는 액을 본 건 두부화에 대한 통상 받아야 할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


4. 판례의 검토


위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캐릭터 사용행위가 복제권의 침해라고 주장한다면, 위 만화의 어느 부분에 대하여 어떻게 복제권의 침해를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주장하여야 하고 추상적인 캐릭터 이론을 내세우는 저작권 침해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법원은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특정 만화의 칸을 들 것도 없이 피고는 캐릭터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우리나라 학설상 캐릭터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나, 이처럼 캐릭터를 따로 저작물로 보호하면 ‘표현’이 없는 추상적 개념을 보호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캐릭터의 발생시점을 정하기가 애매해진다는 점 등을 들어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저작권 침해자가 자신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저작물(만화 등)의 어느 부분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고, ‘캐릭터’라는 저작물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된다.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는 캐릭터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듯한 판결이 있으며, 이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판례는 없다.


참고자료

저작권에 관한 외국판례선(3)-일본편,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저작권법, 오승종, 이해완 (박영사)

<만화가의 권리찾기 (7) - 2차적 저작물>

이영욱

 

 

 Question:

 

 

칠칠군은 어느 날 일본의 동화작가가 쓴 동화책을 보고(물론, 칠칠군은 일본책을 보고 읽을 만큼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번역된 동화책을 보았다),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그 동화책을 만화로 그려서 잡지에 기고했다.


그런데 한 달 뒤, 만화의 번역가라는 사람이 “당신은 내 저작권을 침해했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다시 한 달 뒤, 이번에는 일본의 동화작가라는 사람이 “당신은 내 저작권을 침해했소!”라고 똑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칠칠군은 누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일까?


1. 2차적 저작물이란?


외국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한다든지,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경우처럼, 기존의 저작물을 토대로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이 가해져서 새로운 저작물이 작성된 경우 이것을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한다. 즉,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하여 창작한 새로운 창작물을 말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5조 제1항에서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된다.”라고 하여 2차적 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2차적 저작물의 예로는 위의 법조문과 같이 번역저작물, 편곡저작물, 변형저작물, 각색저작물, 영상제작저작물 등을 들 수 있다.


2. 2차적 저작물의 요건


통상, 2차적 저작물의 요건으로는, ①원저작물을 기초로 할 것과 ②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을 들 수 있다.


(1) ‘원 저작물을 기초로 한다’는 요건을 본다면,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토대로 이것에 새로운 창작성을 가함으로써 만들어진 새로운 저작물을 말하는 것이므로,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두 저작물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두 저작물간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면 그 저작물은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독립된 저작물이다.


우리가 ‘만화가의 권리 찾기’(4)회에서 살펴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 기억나시는지? 중요한 원칙이므로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면, 이는 ‘저작권의 보호는 표현에만 미치고 소재가 되는 아이디어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표현을 따라하지 않고 아이디어만을 따라한다면 저작권 침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실질적 유사성’과 같은 맥락으로, 다른 저작물의 ‘아이디어’만을 참고로 한 경우에는 이는 2차적 저작물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저작물로 보아야 한다. 즉, 다른 작품의 ‘아이디어’만을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는 완전히 별개의 저작물이 된다. 


(2) ‘실질적인 개변’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건은 ‘저작물의 복제’와 구별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이다.


즉, 원저작물에 다소의 수정, 증감(예컨대, 기존에 있는 만화에 만화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만 바꾼 경우를 생각해보자)을 한 데 불과한 경우에는 이는 원저작물의 ‘복제물’에 불과할 뿐 2차적 저작물이 될 수 없고(따라서 당연히 저작권 침해),


2차적 저작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창작성’을 필요로 하며,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에 2차적 저작물 작성자가 부가한 창작성이 합쳐져서 보통 사람이 볼 때에도(사회통념상)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할 만한 실질적인 차이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는 것이다.(이것은 구별하기 약간 미묘한 문제이기는 할 것이다.)


3. 2차적 저작물의 법적 효과


(1)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은 저작자에게 속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제21조에서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 또는 그 저작물을 구성부분으로 하는 편집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기초로 한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게 되면 저작권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2)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차적 저작물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저작물이며 원저작물과는 별도의 보호를 받게 되므로 2차적 저작물의 작성자는 2차적 저작물의 독립적인 저작권을 취득한다.


(3) 위 두 가지를 합해본다면, 2차적 저작물을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불법적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2차적 저작물로서는 유효하게 보호받지만, 이것은 저작권자의 권리(2차적 저작물 작성권)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Answer:


그렇기 때문에 위의 예에서 칠칠군이 일본의 동화작가가 쓴 동화책의 번역본을 보고 원작자, 번역가의 허락 없이 만화를 그렸다면 원저작자에게는 위 소설의 저작권이 있고, 번역가에는 2차적 저작물(번역 저작물)에 따르는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만화가는 위 두 사람의 권리(아마도 그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를 모두 침해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칠칠군이 위 동화를 이용하여 적법하게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원소설가, 번역가의 허락을 모두 얻었어야 한다. 물론, ‘칠칠’군이 아예 일본 동화책만 보고 만화를 그렸다거나, 번역본의 ‘표현’ 부분은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면 칠칠군은 원작자의 권리만 침해한 것이 된다.


참고로, 위와 같은 얘기가 멀리 들릴지 모르지만, 필자는 실제로 작년에 위의 경우와 아주 유사한 침해 문제로 법률 조언을 요청받기도 했었다는 점을 얘기해둔다.



 <만화가의 권리찾기 (6) - 저작권의 발생과 등록>

이영욱


1. 들어가며


저작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은 경우, 우리 법상 민사상, 형사상 조치가 가능함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의 전제로 당연히 ‘저작권의 발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언제 발생하는가? 또 저작권의 발생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2. 저작권의 발생


(1)방식주의와 무방식주의


우선, 저작권은 언제 발생하는가? 우리 저작권법 제10조는 ‘저작권은 저작한 때로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른바 ‘무방식주의’라고 한다.

즉, 저작권은 그 저작물이 최소한의 창작성을 비롯한 저작물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저작한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내가 친구에게 이메일을 쓴 바로 그 시점에서 이메일 내용의 저작권이 발생하고, 수업시간 중에 낙서를 한 그 시점에서 낙서의 저작권이 발생하며, 노래를 휘파람으로 불었다면 휘파람을 분 그 시점에서 저작권이 발생한다. 매우 간단하고, 또 매우 광범위하다.


한편, 다른 얘기지만 ‘방식주의’라는 것이 있다. 즉, 저작권의 발생에 어떤 방식을 요건으로 하는 입법례를 말한다. 통상 그 방식으로는 저작권의 등록, 납본, 또는 ⓒ표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저작권법은 무방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표시는 멋으로 첨가하는 것 정도라면 모를까, 우리 법상 별다른 의미는 없다


(2) 저작권 발생 사실의 입증


그렇다면 내가 만약 나의 저작물을 대중지에 게재했다는 등 대외적으로 발표한 시점이 명백하다면 저작권 발생의 입증은 비교적 쉽겠지만, 내가 캐릭터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잠깐 올려본 후, 나의 포트폴리오로 고이 갖고 있다고 하자. 그 때 누군가 나의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 어떻게 그 사람이 나의 저작물을 표절했다, 이미 발생한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까?


거꾸로, 누군가가 나의 만화에 대해서 ‘그건 나의 만화(저작물)를 표절한 것이다. 그건 이미 2년 전에 내가 그린 것이었어!’라고 주장하고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실제 소송에서는 ‘입증의 문제’를 거쳐야 하지만 (저작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주장자가 상대방의 저작권 침해를 입증해야 한다) 이 문제를 그나마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저작권의 등록’이다.


3. 저작권의 등록

 

(1) 저작권 등록의 필요성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법상 저작권은 ‘저작한 때’ 발생하며 등록 등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의 완성으로 저작권이 발생하지만, 저작권 관련 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등록과 납본이 필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저작권 침해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 저작권의 등록이라는 것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커다란 캐릭터 회사들의 경우 저작권 등록제도를 상당히 활용한다고 한다.)


(2) 저작권 등록의 방법


저작권의 등록을 하기 위해서, 현재 방문신청, 우편신청, 인터넷신청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방문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지하철 5호선 방화역(김포공항을 지나서... 상당히 멀다)에 있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www.copyright.or.kr)를 방문하여 저작권 등록을 하면 된다. 필요양식을 갖춰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가서 신청을 하면, 간단한 형식적 심사 후 며칠 뒤 ‘등록증’을 찾을 수 있다. 우편신청의 경우도 위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보다 간편하게는 최근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인터넷신청을 하면 된다. 자세한 설명은 저작권등록시스템(www.cros.or.kr)을 방문하면 쉽게 알 수 있다.


(2) 저작권 등록의 효과


저작물을 등록한 경우, 등록한 내용대로 저작자/창작연월일/공표연월일 등의 추정력이 생기고(저작권법 제51조), 나아가 등록되어 있는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그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저작권법 제93조), 침해 상대방이 입증책임을 지게 되며, 그 밖에 대항력, 보호기간 연장 등의 효과가 있다.


(3) 저작권 등록의 비용


등록의 비용은 1저작물 1등록의 원칙에 따라 한 저작물 당 3만원이고(캐릭터의 경우 낱개의 캐릭터를 등록), 통상 캐릭터 회사들의 경우 낱개의 캐릭터를 등록하고, 동시에 그 캐릭터의 매뉴얼(설정집)을 등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비용이 조금 부담스러울지 모르겠으나(따라서 정말 가치 있는 저작물만 등록해야 할 것이다), 소송에서 영수증 하나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소송 승패가 갈리는 일은 너무나 허다한 만큼, 보험 드는 셈 치고 나의 소중한 저작물을 등록 한번 해보심은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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