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13)- 저작인격권(2)>

 

 이영욱

 

1. 들어가며

 

이번 회에서는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에 관하여 중요한 판례 중 하나인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31309 판결, 이른바 롯티 사건을 살펴보겠다.

 

 ‘동일성유지권’이라 함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3조 제1). , 저작자는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지고, 3자에 의해 변경, 삭제, 개변되지 않을 저작물의 불가침권을 가진다는 것으로서, 저작물의 수정, 변개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저작물에 대한 수정이 저작물을 개선하여 가치를 높이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판례의 사실관계

 

피신청인 회사는 산하 놀이동산의 개점에 앞서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신청인 등 디자인 작가 10명을 선정하여 일정한 위촉료를 주고 도안제작을 위촉하여, 그 중에서 신청인이 너구리를 주제로 하여 그린 도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후, 도안채택료로서 당선금을 지급하였다.

 

당시 신청인과 피신청인 회사는 캐릭터제작계약을 체결되었는데, 그 계약에 따르면 신청인 회사는 피신청인측이 제작된 도안에 대한 소유권과 저작권 등 모든 권리를 가지고, 나아가 수정요구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신청인이 제작한 너구리 도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피신청인 회사의 요구로 신청인이 수차에 걸친 수정, 보완 끝에 기본도안 및 응용도안이 제작되었는데, 피신청인 회사가 도안에 대해 불만을 느껴 다시 수정을 요구하자 신청인은 나로서는 수정을 하여도 같은 도안 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면서 더 이상 수정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피신청인 회사는 제3자에게 신청인이 제작한 도안을 참고로 하여 현재 피신청인 회사가 현재 놀이동산에서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인 롯티를 완성하게 하고, 상표등록까지 하였다.

 

그러자 신청인은 자신이 제작한 캐릭터 도안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양도하였지만, 피신청인 회사가 제3자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도안은 자신이 만든 너구리 도안을 변형하여 만든 것으로서, 이는 원저작자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작물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아래 그림은 현재 피신청인이 사용하고 있는 도안과 신청인이 최초에 제작한 도안이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한 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사실에 의하면 신청인이 제작한 위 너구리도안은 순수미술작품과는 달리 그 성질상 주문자인 피신청인의 기업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변경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위 캐릭터제작계약에 의하여 피신청인측에서 도안에 관한 소유권이나 저작권 등의 모든 권리는 물론 도안의 변경을 요구할 권리까지 유보하고 있었음을 알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청인이 피신청인측의 수정요구에 대하여 몇차례 수정을 하다가 자기로서는 수정을 하여도 같은 도안 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의 수정을 거절한 사실까지 보태어 보면, 신청인은 그의 의무인 위 도안의 수정을 거절함으로써 피신청인측이 위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하지 아니하겠다는 취지의 묵시적인 동의를 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신청인측이 제3자로 하여금 신청인이 제작한 너구리도안을 일부 변경하게 한 다음 변경된 기본도안과 응용도안을 그 기업목적에 따라 사용하고있다 하더라도 위 변경은 신청인의 묵시적인 동의에 의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13조 제1항에 규정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4. 판례에 대하여

 

위 판례에 대하여는 이 사건과 같은 도안의 변경행위로 신청인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된 바 없으므로 인격적, 정신적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두형 변호사),

 

신청인이 끝내 수정을 거절한 것을 도안을 변경하더라도 이의하지 아니하겠다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본 것은 부당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청인의 도안을 보고 제3자가 그와 유사한 새로운 도안을 그린 것으로서 두 도안의 주체가 바뀐 이상 복제권 내지 제2차 저작물작성권 침해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처음부터 저작인격권은 문제될 수 없다(이상정 교수) 등의 여러가지 견해가 나오고 있다.

 

위 판례에 대해서 학문적, 법리적으로 분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본 연재의 성격상 그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판례 및 판례에 대한 견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도안의 변경을 요구할 권리 부분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우리가 위 판례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모두 양도해버린 경우에도, 저작인격권은 저작한 사람 자신에게 전적으로 속하는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양도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원 저작자가 저작인격권 동일성유지권은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타인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서 중대한 왜곡을 일으키는 변형을 하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화를 그리는 입장에서는 저작권, 저작권자의 보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겠지만, 저작권 또한 사회공동체 생활에서 공정한 이용, 문화의 향상발전 등 다른 목적이나 다른 법적 이념에 의해서 제한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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