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 찾기 (10) – 저작인격권 (1)>

이영욱



Question:

 

 

출판사에 만화를 그려준 만화가 양군은 자신의 만화 내용이 엉뚱하게 바뀐 채로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다. 출판사에 항의하였지만, 출판사에서는 만화 원고를 넘기고서는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과연 양군은 출판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1.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크게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으로 나누고 있다. 우리가 통상 저작권의 내용으로 알고 있는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은 ‘저작재산권’, 즉 저작물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를 말하고, ‘저작인격권’이란 저작자가 저작물에 대하여 가지는 인격적 이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권리로서, 그 내용으로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 유지권’이 있다.


양도, 상속이 가능한 ‘저작재산권’과는 달리, ‘저작인격권’은 저작권자에게 전속적으로 귀속하는 일신전속적 권리로서 타인에게 양도될 수도 없고 상속되지도 않는다(그 권한 행사에 있어서는 이를 대리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저작인격권의 본질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저작인격권 자체는 저작권자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다. 대법원 1995.10. 2. 선고 94마2217 판결). 따라서 ‘저작권을 모두 양도한다’는 계약을 한다고 해도 양도되는 것은 저작재산권 뿐이고, 저작인격권은 양도되지 않는다.

 

2. 저작인격권의 내용


(1) 공표권

‘공표권’이라 함은 미공표저작물에 대해 공표여부를 결정할 권리, 즉 저작물을 공표할 것인지 여부, 공표한다면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공표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1조).


(2) 성명표시권

‘성명표시권’이라 함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또는 저작물의 공표에 있어서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2조).

그런데 만화가와 보다 관련이 깊은 저작인격권은 위 공표권이나 성명표시권 보다는 아래의’동일성유지권’이라고 하겠다.


(3) 동일성유지권

‘동일성유지권’이라 함은 저작자가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말한다(저작권법 제13조 제1항). 즉, 저작자는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유지할 권리를 가지고, 제3자에 의해 변경, 삭제, 개변되지 않을 저작물의 불가침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① 학교교육 목적상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표현의 변경 ② 건축물의 증축, 개축 그 밖의 변경 ③ 기타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 만이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고, 이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은 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저작물이란 저작자의 사상, 감정을 표현한 것이므로 저작물의 수정, 변개는 저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저작물에 대한 개변이 저작물을 저급하게 만드는 경우 뿐만 아니라 저작물을 개선하여 가치를 높이게 되는 경우에도 동일성유지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3.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과 모습


(1)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요건


동일성유지권에 대한 침해가 되기 위하여는


①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호에 개변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하여 원래의 저작물의 동일성에 손상이 가해져야 한다. 개변의 결과 원 저작물의 동일성에 손상이 올 정도로 중요한 부분의 침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② 또한 그와 같은 개변에도 불구하고 개변전 저작물의 표현 형식상의 본질적 특징을 직접적으로 감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개변의 정도가 심하여 저작물의 본질적 특징을 감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별개의 새로운 저작물이 되는 것이고, 원작에 대한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로는 되지 않는다.


(2) 동일성유지권 침해의 모습


동일성유지권 침해는 저작물의 무단이용의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고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은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는데, 쉽게 이야기해서 저작자의 승낙 없이 함부로 그 저작물의 내용, 형식, 제호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는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게 된다.


판례상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문제된 사안으로서, 국내 사진작가가 일본의 시사주간지에 "한국으로부터의 누드"라는 제목으로 누드사진을 게재하였는데, 국내 월간잡지의 발행인들이 그 사진을 위 작가의 승낙없이 국내 월간잡지에 옮겨 실으면서 원래 제목과는 달리  "한국여대생 연예인 누드사진이 포르노로 둔갑" 또는 "사진예술작품들 일본으로 건너가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는 제목을 붙여 월간잡지에 인용, 게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는 위 작가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것일 뿐 아니라 위 작품들을 "포르노로 둔갑" 또는 "포르노성 기획으로 전락"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동시에 위 작가의 명예도 훼손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1990. 2.13. 선고 서울고등법원 89나32908 판결)


그렇다면 만화 또는 캐릭터의 경우 동일성유지권의 침해는 어떤 경우에 이루어지게 될까?

예컨대 저작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그림의 가로, 세로의 비율을 변경하는 행위, 만화나 캐릭터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삭제하는 행위, 만화나 캐릭터에 다른 요소를 더 그리는 행위(더 그려서 그림이 나아졌다고 해도 마찬가지), 만화나 캐릭터에 색을 임의로 바꾸는 행위  등의 경우 동일성유지권의 침해가 있다고 볼 것이다.


4. 저작인격권 침해의 효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무단사용의 경우 당장 ‘성명표시권’ 침해부터 문제될 수 있을 것이고(무단사용하면서 성명을 표시하지는 않을 테니까), 저작자로부터의 저작물 사용 허락 등으로 ‘저작재산권’ 침해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동일성 유지권 침해 등 ‘저작인격권’ 침해 사실 만으로도 불법행위가 성립하게 된다.


판례는 글을 임의로 표절 작성해 월간지에 게재한 사안에서 성명표시권 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하면서 ‘저작인격권이 침해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자는 그의 명예와 감정에 손상을 입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치된다’(1989.10.24. 선고 대법원 89다카12824)고 판시하여 위자료 청구를 인정한 바 있다.

저작권자는 이러한 저작권침해자에게 손해배상(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으며(저작권법 제95조), 침해자를 저작권법위반죄로 형사고소할 수도 있다. 


Answer:

그렇다면, 우리가 살펴본 사안에서 양군은 저작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출판사를 형사고소를 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인격권과 관련하여 우리 판례상 유명한 사안으로 ‘로티’사건이 있는바, 이는 다음회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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