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 찾기(8) - 캐릭터의 저작물성>


이영욱


1. 들어가며


여태까지의 ‘권리 찾기’가 조금 ‘재미없는’ 이론에만 치우친 것 같아서, 앞으로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만화, 캐릭터 관련 판례를 이론 한편, 판례 한편의 순으로 다루어보기로 하겠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만화, 캐릭터 관련 판례는 많은 편이 아니고, 미국과 유럽의 판례는 우리나라와 법제도와 그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상당히 달라 주로 검토대상은 우리나라 판례와 일본의 판례가 될 것이다.


이번에 살펴볼 판례는 일본의 ‘사자에 양’ 사건 판례이다(東京地裁 1976. 5. 26. 판결). 위 사건에서 법률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은 ‘캐릭터가 독자적인 저작물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예컨대,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의 해당 장면을 베낀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될 것이나, 만약 그전에 등장한 적이 없는 미키마우스가 생활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그렸다고 할 경우에도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가 하는 점에서 문제된다.


2. 사실관계

 

 

<이 사건 버스의 '사자에' 얼굴>


원고는 일본의 만화가로서 그의 대표작인 ‘사자에 양’이라는 4컷 만화를 1946년부터 위 판결이 있던 1976년까지 아사히신문 등에 연재하여 왔다. 피고는 버스운송업자인데, 관광버스 영업을 시작하면서 영업의 명칭을 ‘사자에 양 관광’으로 하고 1951년부터 1970년까지의 기간 동안 관광버스의 차체에 위 연재만화 주인공들의 얼굴을 그려 넣고 그 버스를 운행하여 대절버스 업무를 하였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위 관광버스의 명칭 ‘사자에 양’은 1951년 일반으로부터 공모한 것이고, 피고는 1951년부터 차체의 양쪽에 그림과 같이 캐릭터의 머리부분그림(두부화)를 그린 관광버스 1대를 가지고 영업을 개시하여 1964년에는 버스가 27대가 되고 1970년 원고가 캐릭터의 사용 중지를 요구하여 그 사용을 중지하였다. 만화 ‘사자에 양’에서 주인공 사자에는 주부로 등장하고, 그 외 남동생인 가쯔오, 누이동생인 와까메, 남편인 마스오 등이 등장하고 있다.


3. 법원의 판단


" 만화 ‘사자에 양’에는 ...사자에 양은 평범한 월급자의 아내로서 가사, 육아 혹은 이웃교제 등에서 명랑한 성격을 전개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고 또 기타의 등장인물들도 그 역할, 용모, 자태 등에서 각 등장인물 자체의 성격이 일관된 항구적인 것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특정한 날의 신문에 게재된 특정한 4칸의 만화 ‘사자에 양’은 그 자체로서 저작권을 발생시키는 저작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 특정한 4칸의 만화에는 특정한 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나 ...역으로 화제 내지 줄거리가 어떤 것이라도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용모, 자태 등으로 보아 그 인물이 사자에, 가쯔오, 와까메 등이라고 인정된다면 그 만화는 ...타인이 작성한 만화일지라도 만화 ‘사자에 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해석된다.


게다가 또 위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연재되는 만화의 등장인물은 화제 내지 줄거리의 단순한 설명자라기보다 오히려 화제 내지 줄거리 쪽이야말로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에 걸맞는 것으로서 선택되고 표현되는 쪽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환언하면 만화의 등장인물 자체의 역할, 용모, 자태 등 항구적인 것으로서 주어진 표현은 언어로 표현된 화제 내지는 줄거리나 특정한 칸에서의 특정한 등장인물의 표정, 두부의 방향, 몸의 움직임 등을 초월한 것이라 해석된다. 그리하여 캐릭터라는 말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연재만화에서 예를 든다면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용모, 자태, 성격 등을 표현하는 것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본 건 두부화는 ...누가 보아도 그곳에 연재만화 ‘사자에 양’의 등장인물인 사자에 양, 가쯔오, 와까메가 표현되어 있다고 감지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곳에는 연재만화 ‘사자에 양’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본 건 두부화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만화 ‘사자에 양’의 특정한 칸 속에서 어쩌면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비를 할 것도 없이 본 건에서 피고의 본 건 행위는 원고가 저작권을 가지는 만화 ‘사자에 양’이 긴 세월 동안 신문지상에 게재되어 구성된 만화 사자에 양의 캐릭터를 이용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손해에 대하여 검토하건대, 증인 ...의 증언에 의하면 만화 기타의 캐릭터를 상품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계약에서 그 사용료는 캐릭터가 사용되는 상품 판매가격의 적어도 3% 이상의 액으로 정해지고 있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는 것이 인정되는 바,

피고의 본 건 행위의 경우는 관광버스에 의한 운행 수업이 위 상품의 판매가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위 인정사실에 입각, 본 건 두부화가 그려진 관광버스에 의한 운행수입의 3% 에 해당하는 액을 본 건 두부화에 대한 통상 받아야 할 금액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


4. 판례의 검토


위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캐릭터 사용행위가 복제권의 침해라고 주장한다면, 위 만화의 어느 부분에 대하여 어떻게 복제권의 침해를 하였는지 구체적으로 주장하여야 하고 추상적인 캐릭터 이론을 내세우는 저작권 침해의 주장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법원은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특정 만화의 칸을 들 것도 없이 피고는 캐릭터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우리나라 학설상 캐릭터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나, 이처럼 캐릭터를 따로 저작물로 보호하면 ‘표현’이 없는 추상적 개념을 보호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캐릭터의 발생시점을 정하기가 애매해진다는 점 등을 들어 캐릭터의 독자적 저작물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저작권자는 저작권 침해자가 자신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저작물(만화 등)의 어느 부분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를 입증해야 할 것이고, ‘캐릭터’라는 저작물을 침해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된다.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는 캐릭터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는 듯한 판결이 있으며, 이를 명시적으로 부정하는 판례는 없다.


참고자료

저작권에 관한 외국판례선(3)-일본편,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저작권법, 오승종, 이해완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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