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 찾기 (11) - 계약서의 작성(1)>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필자는 최근 만화의 연재, 출판 계약과 관련한 몇가지 사례를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체로 위와 같은 계약시에는 매체사(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이 우월적 위치에서 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계약서 내용도 매체사, 출판사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해서 만화가에게 내밀고, 만화가는 그 계약서로 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결국 만화가에게 상당히 불리한 내용으로 계약이 체결되곤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가 접한 수건의 계약서들도 매체사, 출판사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성된 것으로, 통상적인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어서, 만화가로서는 아예 그런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는 편이 이득이 될 듯한 내용이었다(계약서가 없으면, 차후에 분쟁이 생길 때 통상 출판계약의 관행에 따르게 될 것이므로).


그럼, 아래에서는 일단 ‘출판계약’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 특히 ‘권리 설정’의 범위를 둘러싼 계약서들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검토해본다(2회 연재 예정).


2. 출판계약에 대해서


출판계약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바, 크게 분류하자면 ①저작재산권 전부를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②복제권과 배포권만을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복제권, 배포권 양도계약’, ③저작권자가 출판자에 대하여 출판을 허락하고, 이에 대하여 출판자는 자기의 계산으로 복제, 배포할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출판허락계약’, ④저작자와 출판자 사이에 체결되는 출판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준물권계약인 ‘출판권설정계약’으로 나눌 수 있다.


크게 나누어 보면, ①, ②의 경우는 ‘저작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양도’하는 계약이 되고(즉, 물권적 ‘권리 양도’ 계약), ③, ④의 경우는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인 만화가가 보유하고 단지 ‘출판할 수 있는 권리‘만을 허락하는 계약이 되는바(즉, 채권적 ’사용 허락‘ 계약), 통상 출판계약이라는 것은 작가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출판사에게 일정 기간을 정해서 출판을 허락하는 내용이니 만큼, ③, ④의 경우가 될 것이고, 대법원 판례도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보는 경우는 매우 좁게 보고 있다.


3. 필자가 본 계약서들의 ‘권리 설정’에 관한 내용


(1) A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을’(만화가)은 본 계약에도 불구하고 위 연재만화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②‘을’(만화가)은 ‘갑’(매체사)에게 위 연재만화의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 등의 작성권 등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갑’의 인터넷 사이트에 ‘을’의 원고를 연재하는 권리 포함)을 부여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위 계약서의 경우, 저작권의 주된 내용인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모두 매체사에게 양도한 후, 도대체 만화가가 갖는 ‘저작권’이라는 것은 아무런 내용도 없게 된다.

즉, 위 계약서에 따르면 실제로 만화가가 갖는 ‘저작권’이라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양도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저작인격권’ 정도가 남고, 나머지 ‘저작재산권’은 모두 매체사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이 되어, 보통의 ‘출판계약’의 경우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다. 


(2) B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 저작물은 저작권법상 결합저작물의 지위를 갖는다. 저작물의 스토리부분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인 D에게 있으며, 작화부분의 저작재산권은 결합저작물의 성격상 ‘갑’(출판사)에게 양도된 것으로 간주한다. 단,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화권의 경우 상호협의 하에 결정한다.

② 을(만화가)은 저작물에 대하여 ‘갑’(출판사)에게 유무선 전송권, 연재권을 부여하고, 출판권을 설정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위 사안의 경우, 만화가는 B사의 주선으로 글 부분 원작자인 D의 소설을 만화화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소설물을 만화화한 저작물은 결합저작물이 되는 것으로 보이고, 스토리 부분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인 D에게 저작권이 있을 것이나, 작화 부분의 저작권은 당연히 만화가에게 있는 것인데, 위 계약서에 따르면 작화 부분의 저작권이 엉뚱하게 출판사에게 있는 것이 되어 실제로 그 내용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듯 하다. 이 또한 보통의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 된다. 

또한, 제2항에서는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전송권, 연재권, 출판권을 부여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있을 듯 하나, 이 경우에도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해당 부분 권리를 완전히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용기간’을 정해야 할 것이다(해당 계약서의 다른 조항에도 기간에 관한 내용은 없었음).


(3) C사의 계약서를 보면

 

"① ‘을’(만화가)은 본 저작물의 출판에 관하여 ‘갑’(출판사)에게 출판권을 설정한다. 단, 갑의 출판권은 을의 동의없이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한다.

② ‘을’(만화가)은 위 저작물에 대한 2차적 저작물 및 저작물의 이미지를 이용한 상품화(캐릭터 라이센싱) 권리를 포함해 출판계약서에 명시된 출판권 이외의 모든 저작권을 ‘갑’(출판사)에게 양도한다."

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C사의 경우, 제1항에서 ‘출판권을 설정’한다는 것은 통상의 출판 계약의 내용이 될 것이나, 제2항에서 만화가가 출판사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상품화권 등을 포함한 모든 다른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위 계약서들과 똑같은 문제가 있는바, 이는 출판 계약의 범주를 훨씬 넘는 ‘저작권 양도 계약’으로 판단되는바, 이 또한 보통의 ‘출판계약’보다 만화가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내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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