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15) - 만화에서 “실존인물” 사용시 주의점>


이영욱



1. 들어가며

우리가 만화를 그리면서 현재 생존하거나 이미 사망한 “실존인물”을 사용하여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명 연예인의 사진을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그의 사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의 유행어 또는 이미지를 따서 만화를 그릴 수도 있으며, 이미 사망한 실존인물을 모델로 그의 전기만화를 그릴 수도 있고, 실존인물이 쓴 책에서 스토리를 사용해 만화를 그릴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경우에 어떤 문제들이 생길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2. 초상권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얼굴)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예를 들어 그 사람의 사진 파일을 그대로 옮기어 만화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의 “초상권”이 문제된다.  


(2)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다.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3) 따라서, “타인의 초상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유명인의 경우는 아래 “퍼블리시티권”도 문제되니, 유명인의 얼굴을 만화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된다. 

 

3. 퍼블리시티권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초상, 이미지 등을 따와서 사용하는 경우에 특히 그 사람이 유명인일 경우에는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이 문제된다. 퍼블리시티권은 보통 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을 광고,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키는 바, 초상, 이미지 등의 “상업적 이용”시, 주로 “재산적 가치”가 문제되는 점에서 초상권과는 구별된다.


(2) “퍼블리시티권”은 법에 명문으로 규정된 권리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개그맨들 소속사인 A사가 통신업체인 B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소속 개그맨들이 TV프로그램인 ”웃찾사“의 코너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어 개인의 용모, 동작, 실연 스타일 등 총체적 인성에 대한 상품적 가치인 퍼블리시티권을 가지게 됐다”며 “원고의 동의없이 연기자들의 실제 캐릭터를 이용해 해당 코너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낸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3) 이처럼 유명인의 경우는 “초상권” 외에 “퍼블리시티권”도 문제되고, “퍼블리시티권”은 얼굴 뿐 아니라 이름(美 Jonnny Carson 사건), 행동거지의 모방(美 Woody Allen 사건), 역할모방(美 Vanna White 사건), 음성묘사(美 Midler 사건), 허위광고 등의 경우에 널리 인정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4. 명예훼손,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 침해의 문제


(1)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그 사람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키는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실 그대로를 그렸다”고 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면책이 될 수 있는 경우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여야 하는데(형법 제310조), 그 범위를 넓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2)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명한 판례는 상당수 존재하는데, 특히 방송프로그램이나 서적 등의 경우가 많다. 실무상 주로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는 인정되지만 이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는 경우가 아닌가가 문제되는바, 재판시에도 이 부분이 치열하게 다투어지곤 한다. 


(3) 따라서 만화를 그릴 때,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만화임을 밝히거나, 그를 연상케 하는 내용을 만화화한다면 해당 만화가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시키거나,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내용을 공개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5.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의 문제


(1)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이를 변형하여 창작한 새로운 창작물”을 말하는데, 타인이 저작한 책을 기초로 이를 만화로 창작한 경우 원저작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침해된다(예컨대 원작자인 “조앤 롤링”의 허락을 받지 않고 “해리 포터” 만화를 그리는 경우). 


(2) 자세한 내용은 “만화가의 권리찾기” 7회에서 다룬 바 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6. 결론

우리가 만화를 그릴 때, 우리 앞에 보이는 것은 종이와 그림 뿐이지만, 그 눈앞에 보이는 종이와 그림 뒤에는 수많은 법률관계가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화가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것”이겠지만,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고의 또는 과실로 다른 사람의 권리(저작권 등)를 침해하기 쉬운 위치에 있음을 항상 인식하고, 타인의 권리 침해시에는 민사상 책임 뿐 아니라 형사상 책임(징역, 벌금 등)도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하겠다(“만화가의 권리찾기” 4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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