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16) - 공동저작물>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만화를 그릴 때, 혼자서 만화를 그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만화를 그리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명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명은 스토리를 쓸 수도 있고, 여럿이 함께 스토리를 구상해서 함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으며, 아니면 한명이 주도한 작품에 다른 여럿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어떤 저작권법적 문제들이 생길 수 있을까? 아래 예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1)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A가 어떤 만화 스토리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들은 B가 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만화를 완성했다. A는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2) C가 만화를 그리는데, D가 C로부터 돈을 받고 펜터치를 하고 지우개질을 하는 등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다. D는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3) E가 스토리를 쓰고 F는 그림을 그려 함께 만화를 완성했다. 그런데 E는 만화에 대한 자기 지분을 G에게 양도했다. G는 그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2. 혼자 창작하는 경우, 여럿이 창작하는 경우


(1)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물을 저작한 사람이 저작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한명이 전 과정을 맡아서 만화를 완성할 경우, 그 사람만이 저작권자가 된다(가장 간단한 형태).


(2) 한편, 여럿이 함께 저작한 만화는 통상 “공동저작물”이 된다. 우리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이란 둘 이상의 저작자가 공동으로 창작하여 각자의 기여분이 분리할 수 없거나 상호 의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이 된 경우의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이하에서는 2007. 6. 29.부터 시행되는 개정저작권법을 기준으로 함). 이 경우 공동저작자 모두가 저작권자가 된다.


(3) 공동저작물의 요건으로 ① 2인 이상이 창작에 관여해야 하고, ② 창작에 있어서 공동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③ 단일한 저작물이 창작되고 각자의 기여분이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3. “공동저작물”과 구별해야 할 것들


(1)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은 구별해야 한다. 결합저작물은 해당 저작물에 각자의 기여분(이바지한 부분)이 분리가능한 경우이다. 예컨대 한 만화책에 여러 작가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화를 그린 경우, 그 만화책은 단독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것이어서, 개별 작가가 개별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다.


(2) 또한 “공동저작자”와 “보조자”는 구별해야 하는데, “보조자”는 저작자가 아닌 단순한 조수이다. 조수는 저작자의 지휘 감독 하에 그의 손발이 되어 작업에 종사한 자로서 저작자의 창작활동을 돕는 자에 불과하고 스스로의 창의에 의하여 저작을 하는 자가 아니므로, 저작자가 아니다.


(3) “공동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은 구별해야 한다. 만화의 스토리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공동저작물”은 만화가와 스토리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화를 만드는 경우에 해당하고, 반면 스토리 작가가 혼자 구상해 만든 스토리를 만화가가 만화화한다면, 만화는 원작 스토리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유명한 일본 판례로 “캔디 캔디 판례”가 있다)


4. 공동저작물의 저작권의 행사


(1)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저작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5조 제1항).

예를 들어 두명이 공동으로 하나의 만화를 그린 경우, 두 사람의 합의가 없이는 작품의 “공표”를 할 수 없다. 다만, 각자는 신의에 반하여 그러한 공표의 합의를 방해할 수 없다.


(2)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고,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통상 재산권을 공유하는 경우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지만(민법 제263조), 공동저작물의 경우 자기의 지분을 양도할 수 없다는 데에 주의해야 한다.


(3)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은 공동저작자 간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그 저작물의 창작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배분된다. 각자의 이바지한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48조 제2항). 물론 그 지분을 약정하는 경우라면 그 약정에 따르면 된다.


(4) 공동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가 있는 경우, 공동저작물의 각 저작권자 또는 각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저작자 또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침해의 정지 등 청구를 할 수 있고, 그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관하여 자신의 지분에 관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9조).


5. 결론


그럼 처음의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1)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A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들은 B가 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만화를 완성한 경우, 이 문제는 공동저작물의 문제이자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된다. 우리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것은 “표현”이고 “아이디어”는 보호되지 않으므로, A는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여지가 없다(“만화가의 권리찾기” 5회 참조).


(2) C가 만화를 그리는데, D가 돈을 받고 펜터치를 하고 지우개질을 하는 등 어시스턴트 역할을 한 경우, D는 단순한 “보조자”로서 만화에 대한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그 법인 등이 된다”라고 규정하였는바, 사안과 같은 경우 위 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따라 그 이름으로 만화를 발표한 만화가만이 저작권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만화가의 권리찾기” 3회 참조).


(3) E가 스토리를 쓰고 F는 그림을 그려 만화를 완성한 후 E가 만화에 대한 자기 지분을 G에게 양도한 경우, 만화에 대해 E와 F는 공동저작권자가 될 터인데, 공동저작물에 대해서는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자기의 지분을 양도할 수 없으므로 G는 F에게 만화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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