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18) - 캔디·캔디 사건>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이번 회에 살펴볼 2002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인 “캔디·캔디” 사건은 만화의 스토리작가와 만화, 만화가 사이의 법률관계에 대한 판례이다. 이 판례에 대해서는 일본의 많은 학자가 평석을 발표하였고,  일본의 저작권 판례선집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법률적 쟁점도 많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판례라고 하겠다.


2. 사건의 개요(판결로 인정된 사실관계)


(1) 원고는 월간 소녀 만화 잡지 "나카요시"에 연재되고, 후에 텔레비전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끈 "캔디·캔디"라는 제목의 만화(이하 "본건 연재만화"라고 함)의 원작자(스토리작가)이고, 피고1은 그 만화의 작화를 한 만화가이다.


(2) 본건 연재만화는 아래와 같은 순서에 따라 제작되었다.

원고가 각 회의 스토리를 창작해 이것을 소설 형식의 원고(원작 원고)로 만들어 담당 편집자에게 건네준다. 그 때, 담당 편집자가 원작 원고를 보고 요망을 말해 거기에 응해 원고가 수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담당 편집자가 원작 원고의 복사본을 만화가인 피고1에게 건네주면, 피고1은 그 원작 원고에서 만화에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그 외의 부분에 근거하여 지면에 칸을 나누고, 그림을 간략화한 형태로 그려 만화의 초안을 작성한다. 피고1은 완성된 초안을 담당 편집자에게 보이고 협의를 해서 필요에 따라 피고1이 수정을 하거나, 담당 편집자가 다시 원고와 협의를 해 스토리 수정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해서 초안이 완성되면 다시 피고1이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펜 터치를 한 후 마지막에 연필을 지워 만화가 완성된다.

원고는 해당회의 만화의 교정쇄를 본 후, 다음회의 원작 원고를 작성한다.


(3) 만화의 연재가 끝난 후, 피고1은 위 만화의 주인공인 “캔디”의 그림을 그리고, 광고회사인 피고2는 피고1의 허락을 얻어(스토리작가인 원고의 허락은 얻지 않았음) 그 그림을 사용해서 석판화(리도그라프) 및 그림엽서를 작성해서 판매하려고 했다.


(4) 그러자 원고는 피고들에게 ① 연재만화 중 특정의 컷 그림(본건 콤마화), ② 만화잡지 표지에 나왔던 “캔디”를 그린 그림(본건 표지화), ③ 연재가 끝난 후 그린 그림(본건 원화)에 대해서, 자신이 ① 본건 연재만화의 “공동저작자”로서의 권리 ② 본건 연재만화는 자신의 원작 원고를 원저작물로 한 2차적저작물이므로 자신이 그 원작 원고의 “원저작자”의 권리를 갖고 있음을 선택적으로 주장하여, 주인공을 그린 그림의 작성, 복제, 배포를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5) 이에 대해 피고1은 ① 본건과 같이 만화 제작시 원작자(스토리작가)와 작화자가 다른 경우, 작화자가 작성한 본건 콤마화가 스토리를 나타내지 않을 때는, 이야기 원고에 의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번안”이 아니고, ② 본건 표지화과 본건 원화는, 원고의 원작 원고에 의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작한 캐릭터 원화를 복제한 것이므로 본건 연재만화의 주인공의 그림의 “복제”는 아니라는 등으로 반론했다  1심은 본건 연재만화는 원고의 원작 원고를 번안한 것에 따라 창작한 2차적저작물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에 피고1은 항소하였다(피고2는 1심에서 패소 후 항소하지 않음).

  

 

 

3. 동경고등법원,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


(1) 항소심인 동경고등법원은

"저작권법 28조는, 「2차적저작물의 원저작물의 저작자는 해당 2차적저작물의 이용에 관해 이 관에 규정할 권리로 해당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가 가지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권리를 전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에 의하면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는 결과적으로 2차적저작물의 이용에 관해서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와 같은 내용의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 분명하고, 한편 공소인(피고1)이 2차적저작물인 본건 연재만화(본건 연재만화 자체가 피항소인(원고) 작성의 이야기 원고의 2차적저작물인 것은 원판결의 인정하는 대로이고 공소인도 당심에 있어 이것을 다투지 않았다)의 저작자로서, 본건 연재만화의 이용의 한 태양으로서의 본건 콤마화의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는 것도 분명한 이상, 본건 콤마화에 대해 그것이 스토리를 나타내고 있는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피항소인이 공소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는 일도 분명하다고 해야 한다.

…2차적저작물은, 그 성질상, 어느 면에서 보면,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해 그것을 계승하는 요소(부분)와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의 독자적인 창작성만이 발휘되고 있는 요소(부분)의 쌍방을 항상 가지는 것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이 상기와 같이 상기 양요소(부분)를 구별하는 일 없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하나는 상기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현실에는 곤란 또는 불가능한 일이 많아 이 구별을 요구하게 되면 권리관계가 현저하게 불안정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하나는 2차적저작물인 이상, 엄격하게 말하면 그것을 형성하는 요소(부분)로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여 피고1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원고 승소). 


(2) 일본 최고재판소는

“본건 연재만화는 피상고인(원고)이 각 회마다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창작해 이것을 400자 원고용지 30매에서 50매 정도의 소설 형식의 원고로 해 상고인(피고1)에 의해 만화화에 해당되어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개 그 원고에 의거해 만화를 작성한다고 하는 순서를 반복하는 것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관계에 의하면, 본건 연재만화는 피상고인 작성의 원고를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일 수 있기 때문에, 피상고인은 본건 연재만화에 대해 원저작자의 권리를 가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차적저작물인 본건 연재만화의 이용에 관해, 원저작물의 저작자인 피상고인은 본건 연재만화의 저작자인 상고인이 가지는 것과 동일의 종류의 권리를 전유(소유)해, 상고인의 권리와 피상고인의 권리가 병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고인의 권리는 상고인과 피상고인의 합의에 의하지 않으면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피상고인은 상고인이 본건 연재만화의 주인공 캔디를 그린 본건 원화를 합의에 의하지 않고 작성하거나, 복제하거나, 또는 배포하는 것의 금지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피고1의 상고를 기각하였다(원고 승소).


4. 판례의 검토


(1) 위 판례에서 스토리작가를 만화의 “공동저작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만화를 2차적저작물로 보고 스토리작가는 “원저작자”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어느 쪽으로 본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만화를 이용함에 있어서는 스토리작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법적 효과에 있어서는 다소의 차이가 생긴다.

결국 위 문제는 해당 만화가 저작된 실제 모습을 살펴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만화를 저작하면서 스토리와 작화로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 저작한 것이라면 공동저작물, 스토리원작이 나와있고, 이를 바탕으로 만화를 저작한 것이라면 만화는 2차적저작물), 위 사안에서는 본건 연재만화를 스토리작가가 작성한 원고를 원저작물로 한 2차적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고, 그에 따라 스토리작가인 원고를 “원저작자”로 판단하였다.


(2) 위 판례에서는 만화의 내용 중 사용되었던 “본건 콤마화”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건 표지화”, “본건 원화”(본건 원화의 경우 만화 연재가 종료된 후에 작성되었음)는 스토리작가와는 상관없이 만화가가 그린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도 스토리작가의 저작권의 효력이 미치는가가 문제되었다.

동경고등법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2차적저작물(이 사건에서는 본건 연재만화)에는 원저작물(이 사건에서는 원작 원고)의 창작성에 의거한 측면이 있고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의 독자적인 창작성만이 발휘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고, 만화가 2차적저작물인 이상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하지 않는 부분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아 결과적으로 위 그림들 모두 원저작물(원작 원고)의 창작성에 의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3) 본 판결은 결과적으로 스토리 작가의 저작권을 매우 넓게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는바, 이에 대해서는 특히 스토리작가의 이야기의 창작성과 관계 없는 연재만화 주인공의 그림을 그린 경우에도 복제권 침해가 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일본 학자들의 비판이 많고, 또한 일본 저작권법 제65조 제3항(우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단서)의 “전 2항의 경우에, 각 공유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제1항의 동의를 거절하거나 전항의 합의를 방해해서는 안된다(우리 저작권법: 이 경우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정당한 이유”를 탄력적으로 해석해서 타당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일본 학자의 견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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