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20) - 응용미술저작물>

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저작권의 성립에는 별다른 요건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을 저작하기만 하면 성립하는 것으로서, 여기서 그 창작의 정도 또한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고,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2227 판결)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응용미술은 디자인보호법(구 의장법)으로 보호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왔는바, 그렇다면 공예나 실용품과 같은 응용미술 작품 또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야 하느냐가 문제되는데, 이번에 살펴볼 “빤짝이 곰” 사건(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1462 판결)에서는 이에 대하여 판시한 사건입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봉제완구를 제조, 수입, 판매하는 업자이고, 피고는 완구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빤짝이 곰”을 미술저작물로서 등록한 사람이고빤짝이 곰은 안면, 몸통은 일반적인 곰인형의 형태로 목에는 리본을 묶었고, 곰의 형상을 단순화했으며, 곰인형의 겉에 빤짝이는 원단을 입혀 표면이 빤짝거리도록 한 특징이 있는데빤짝이 곰은 1999년경 통신회사 광고에 인기가수인 조성모가 이정현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던 인형으로 인기를 모았고, 이에 피고 회사는 빤짝이 곰 인형의 대량 판매실적을 올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빤짝이 곰에 대한 저작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저작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판례의 내용

 

(빤짝이 곰에 대한 미술작품으로서의 저작물성 판단

원심은, 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는 등으로, 이 사건 빤짝이 곰은 산업상 대량 생산의 목적으로 창작된 응용미술작품이고, 미술품으로서의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그 판시와 같은 인정사실에 나타난 제작목적, 기법 및 외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디자인적인 요소가 인형으로서의 미적인 고려와 기능적인 고려를 함께 반영한 것이어서 관념적 분리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응용미술저작물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빤짝이 곰에 대한 캐릭터로서의 저작물성 판단)

원심은 또한, 이 사건 빤짝이 곰은 텔레비전 상업광고의 소품으로 사용되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의해 대중적 인기를 끈 곰 인형에 불과하고, 그 외모, 행동, 성격이나 그 광고 내용 등에 비추어 독창적인 개성이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빤짝이 곰은 위 광고 이외에 다른 대중매체나 사업영역에 이용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또는 캐릭터의 개념이나 그 저작물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판례의 검토

응용미술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경우,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훨씬 넓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나, 이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응용미술품에도 저작권에 기한 권리주장이 가능해져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디자인보호법의 여러가지 제한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어 문제됩니다(예컨대 디자인 등록이 거절된 디자인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기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경우,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기간이 경과한 디자인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기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경우).

대법원은 “생활한복” 사건 등에서 “응용미술작품()...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인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것만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79판결), 2000년 개정 저작권법 제2조 제11호의 2에서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한 규정을 둔 이후 이른바 “히딩크 넥타이” 사건에서는 “위 도안이 우리 민족 전래의 태극문양 및 팔괘문양을 상하 좌우 연속 반복한 넥타이 도안으로서 응용미술작품의 일종이라면 위 도안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또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작권법 제2조 제112호에서 정하는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2004. 7. 22.선고 20037572판결) 응용미술저작물이 저작물로서 성립하는 범위를 넓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의 응용미술품(예컨대 전시용 마네킹의 디자인이 마네킹을 떠나서는 독자적인 저작물로 성립된다고 보기 힘든 경우)이라면 이를 만화에서 이용한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여지가 없을 것이고, 응용미술작품의 경우 저작권으로서 인정되는 범위가 약간 좁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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