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25) - 만화가와 애니메이션의 관계 >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이번 원고에서는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때,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누가 되는지, 또한 만화가가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어떤 권리를 갖게 되는지도 함께 생각해봅니다.

 

2. 만화가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권리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만화가가 직접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만화가는 애니메이션의 공동저작자가 되어 저작권자로서의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만화가가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해도, 우리 저작권법 제5조 제2항은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애니메이션 그 자체의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와는 별도로, 만화가의 권리는 애니메이션에도 미칩니다. 따라서 상품화사업자인 제3자가 만화의 2차적 저작물인 애니메이션을 이용하여 상품화를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물론이고 원저작물(만화)의 저작자인 만화가의 허락도 함께 얻어야 할 것이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권리 침해가 있는 경우에도 만화가는 자신의 권리침해를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누구?

영상저작물에는 매우 많은 사람이 관여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애니메이션의 경우, 총감독, 미술감독, 원작자, 콘티 제작자,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장, 촬영감독 등) 과연 그 저작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복잡한 논의를 생략하고 현재의 통설적 입장을 보면,

(1) 창작자 원칙에 의한 판단 - 저작권법의 일반원칙인 ‘창작자 원칙’(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여기서 저작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영상저작물(애니메이션)의 작성에 실질적으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 업무상저작물 규정에 의한 판단 - 영상저작물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9조(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이 적용되어 사용자(회사)가 저작권자가 되고, 실제로 영상저작물의 제작 실태에 비추어 보면 거의 대부분의 영상저작물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입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피용자들을 고용하여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우에는 각 피용자가 아닌 제작사가 저작자가 됩니다. 다만 총감독과 같이 독립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사용종속 관계(고용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만화가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사용종속 관계(고용 관계)에 따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바, 그렇다면 “만화가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실질적으로 창작적 기여를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저작자로 볼 것인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에 관한 일본의 판례들을 살펴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들이라고 생각됩니다.

 

4. 일본의 관련 판례

 

(1) "우주전함 야마토" 사건[동경지방재판소 2003년 판례]

원고는 유명한 만화가이고, 피고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프로듀서로서, 애니메이션 작품 "우주전함 야마토"의 저작권자는 원고인가 피고인가가 다투어진 사안입니다.

일본의 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를 저작권자로 인정하고, 원고는 저작자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즉, “창작자 원칙에 의한 판단”에 해당되는 판례입니다.

(판례의 내용) (본건 저작물 1에 대하여) 피고는 그림 콘티 작업의 전제가 되는 설정 디자인, 미술, 캐릭터 디자인의 작성작업에 관해서 상세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피고에 따라 디자인을 확정하였다.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피고와 총작화감독인 B이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여하고(캐릭터 설정), 그것에 기인하여 ... 원고, B 및 C가 공동하여 캐릭터1, 캐릭터2를 디자인하고, 원고가 캐릭터3, 캐릭터4 및 캐릭터5를 각각 디자인하였으며, 크린업 작업을 하고 완성한 후에, 피고가 원안을 확정하였다. 또한 "우주전함 야마토"의 본체의 디자인은 원고가 담당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 디자인콘셉트를 명확히 지시하고, 피고가 원안을 확정하였다.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가 본건 저작물 1에 대하여 본건 기획서의 작성부터 영화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제작과정에 관여하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지시를 하며 최종결정을 하여, 본건 저작물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2)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사건[동경지방재판소 2004년 판결]

원고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이고, 피고 회사는 애니메이션 작가, 만화가 등을 위한 교섭, 경리, 취재 등 대행업무 등을 한 기획회사입니다. 원고 회사는 (i) 본 애니메이션이 원고 회사의 프로듀서 A 등의 직무저작물이므로 원고 회사가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저작자가 되고, (ii)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본건 애니메이션 제작의 발의와 책임을 갖고 있는 영화제작자는 원고 회사이므로 원고 회사가 저작자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피고 회사는 본건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기여한 것은 피고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는 B등이므로 저작권은 피고 회사에게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일본 법원은 원고 회사의 (i)주장은 배척하였지만, (ii)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회사를 저작권자로 인정하였습니다. 즉, 위 법원은 본건 애니메이션의 저작자는 총감독인 B인데, B는 제작사인 원고 회사 사이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작업을 한 것이므로 저작권은 원고 회사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례의 내용)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현장에서의 제작작업 전반에 관하여, 그 성과에 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 최종적인 결정을 행한 것은 총감독 B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감독으로서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자"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그것에 대해, 프로듀서인 A ...는 주로 스폰서, 텔레비젼 방송국, 광고대리점 등의 교섭 등을 담당하고 창작적으로 구체적인 관여는 하지 않았으며, 스탭에 대하여 지시를 한 것은 없었다. A등은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창적에 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 회사의 주장은 그 전제를 결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 회사는 법 제1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에 관해 저작자 인격권 및 저작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원고 회사는 C사와 상기 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사를 갖는 것에 이르렀고, 또한 스스로 제작비용을 부담하여 자기의 계산에 따라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하였다.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 발주자인 C사에 대하여 그 제작의 진행관리 및 완성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었으므로, 원고 회사는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의 발의와 책임을 갖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 따르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영화제작자는 원고 회사임을 알 수 있다.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전체적 형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것은 총감독을 담당하는 B라고 할 것이고, B는 원고 회사가 C사와 제작계약에 기반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을 안 것에다가, 총감독으로서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참가하여 제작작업에 대해 보수도 원고 회사로부터 D사를 통하여 받았으므로 ... 이러한 사실들에 따르면, B는 영화제작자인 원고 회사에 대해, 본건 텔레비젼 애니메이션의 제작에 참가하는 것을 약속한 것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만화가의 권리찾기(24) - 인터넷을 통한 만화의 불법 복제 >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지난 달(2008년 여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2008 글로벌 비즈니스 해외 연수”로 1주일간 일본의 여러 유명한 문화콘텐츠 회사들(소학관, 다츠노코 프로덕션, 츠부라야 프로덕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연수을 받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콘텐츠의 유통 채널이 주로 PC와 인터넷을 주축으로 한 데에 반하여, 일본의 경우 이러한 채널은 주로 핸드폰이 주축이 되고 있다고 하고, 그 중에서도 일본은 핸드폰을 통한 만화 시장이 매월 15%에 이를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과연 좁은 핸드폰 화면으로 만화책을 어떻게 본다는 것일까?”라고 생각했지만, 만화 한 장을 통째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컷 한 컷을 화면에서 넘겨 보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더군요. 주로 기존에 나온 만화책들을 권별로 핸드폰에 다운로드 받아서 열람하는 방식인데, 근래 매우 성황이고, 성인들은 만화책 전질을 핸드폰에 다운로드 받아 소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유통 채널은 역시 PC가 중심이 되고 있는 듯 하며, 웹툰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그 어두운 면으로서 인터넷을 통한 만화의 불법 유통이 성행하는 듯 합니다. 이번 회에는 이러한 만화의 불법 유통, 특히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웹하드를 통한 불법 복제, 전송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만화를 업로드한 사람 

우선 인터넷 공간에 만화를 불법적으로 업로드하는 사람의 경우를 살펴보면, 만화가의 허락 없이 만화를 인터넷에 다른 사람이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업로드하는 것이 저작권법상 복제권, 전송권(공중송신권)을 침해한 것임은 판례 또는 학설상 별다른 의문이 없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른바 헤비업로더를 대상으로 실형이 선고되었다는 뉴스도 있더군요.

실제로 저작권자들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주요 대상은 이러한 업로더로 보입니다.

 

3. 만화를 다운로드한 사람

문제가 되는 것은 만화를 불법적으로 다운로드하는 사람입니다. 일단, 이러한 사람 또한 외견상 저작권법상 복제권, 전송권(공중송신권)을 침해한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 저작권법 제30(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서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바, 혹시 위와 같은 다운로드가 위 규정에 해당되어 저작권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문제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는 일부 학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설 또는 판례는 이러한 경우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 위 규정에 해당하려면 복제를 해주고 받는 사람들이 소수이고, 그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인적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위와 같이 대중에게 제공된 인터넷 서비스는 그 회원이 수십만, 수백만이고, 서비스 이용시 회원 사이에 연쇄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파일 교환행위가 이루어지므로, 위와 같은 다운로드는 사적이용을 위한 범위를 넘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경우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사법기관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설마 “우리만화”의 독자 중에 인터넷에서 만화를 불법 다운로드 받는 분은 안 계시겠죠? (^^:)

(최근 일본에서는 다운로더의 저작권 침해를 저작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합니다)

 

4. 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저작물등을 복제 또는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예를 들어 P2P 서비스 운영자, 웹하드 서비스 운영자)을 저작권법상으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Online Service Provider)라고 합니다.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음을 발견한 때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해당 저작물의 복제·전송의 중단을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즉각 복제·전송의 중단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으며, 또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기술적인 조치"등 보다 고도화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만약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침해방조죄"의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이고, 현재 영화사들이 웹하드 업체들을 고소한 사건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저작권법 제103, 104조에서는 저작권자의 통보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즉시 해당 게시물에 대해 복제·전송의 중단을 하거나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로 보통의 웹하드 사이트에서는 위와 같은 신고를 받는 코너를 따로 만들고 있으니, 해당 절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5. 고소대리인을 통한 업로더, 다운로더의 고소 등

최근 저작권자가 고소대리인(법무법인)을 통해 업로더, 다운로더를 무차별적으로 고소한 사건이 사회문제화 된 바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형사 처벌을 빌미로 하여 큰 액수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은 일부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이와 관련하여 중학생이 자살까지 한 사건이 생겨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저작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한 상대방에 대하여 정당한 손해배상을 받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는 없고, 더군다나 현행 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절차로 인하여 권리자가 오히려 주눅이 들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23) - 만화의 드라마, 영화화>

 

영욱 변호사(법무법인 신우)

 

 

1. 들어가며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로의 만화로서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근 만화가 영화 또는 드라마화(이하에서는 양자를 포함하여 “영화화”라고 합니다)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의 경우만 보더라도, ‘식객’, ‘타짜’, ‘공포의 외인구단’, ‘궁’, 일본만화를 영상화한 것으로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 등 많은 만화가 영화화, 드라마화 되어 성공을 했고, 또 현재에도 영화사 또는 기획사에서는 진지하게 만화의 영화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영화화의 경우 만화 작가에게 지급되는 대가도 수 천만원, 억단위에 이를 정도로 큰 편입니다. 

그런데 만화를 애니메이션화 하는 경우와는 달리, 만화를 영화화 하는 경우는 일단 만화와 드라마의 존재 형태를 달리하는 차이점이 있는바, 본 원고에서는 이렇게 만화를 영화화 하는 경우는 어떤 법적 쟁점이 있고, 계약서에는 어떠한 점들이 들어가야 할 지 살펴보겠습니다.

 

2. 만화의 영화화의 법적 성질

만화를 기초로 만든 영화, 드라마는 우리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로서, 독자적인 저작물로 성립합니다. 여기서 영화, 드라마는 원작인 만화를 영상화한 것으로서 만화가 원저작물, 영화, 드라마는 2차적 저작물의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우리 저작권법 조문은 제5 (2차적저작물) “①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와 제22(2차적저작물작성권)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규정입니다.

, 만화가는 자신의 만화를 영화, 드라마로 만드는 권리를 갖고 있으니만큼, 3자가 허락없이 이를 영화화, 드라마화 한다면 만화가의 저작권을 침해하게 되고, 만화가 만화가와의 계약을 맺어 영화화가 된 경우 만화가의 권리 또한 영화에 미치게 됩니다.

특히 최근 드라마의 경우 만화의 저작권 침해가 분쟁화된 사례도 있지만(“태왕사신기”, “두근두근체인지” 사례 등), 본 원고에서는 계약이 이루어져 영상화가 되는 경우만을 살펴보겠습니다.

 

3. 만화의 영화화 계약의 주된 내용

그렇다면 만화를 영화화 하는 계약에는 어떠한 점이 점검되어야 할까요.

 

(1) 일단 해당 계약에서 만화를 어느 범위에서 사용되는 것인지(영화, 드라마화, 제작된 영상물의 판매, 비디오판매, 상품화 등)를 규정해야 하겠습니다.

 

(2) 권리의 행사범위를 국내로 할 것인지, 해외까지 할 것인지 규정해야 하는바, 최근 한류드라마, 영화가 일본 등 해외 각국에서 활발하게 상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3) 만화를 영화화하는 것을 “이용허락”하는 것인지, 해당 부분의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인지 규정해야 합니다. 양자의 차이점은 영화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용허락의 경우 영화에 대해 제한된 범위와 기간 내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고, 저작권양도의 경우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전자의 형태로 계약이 되어 그 범위를 정하지만 후자의 경우도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형태입니다.

 

(4) 허락의 범위를 영상화 외에 어디까지 허락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 비디오 제작, 상품화사업, 속편 제작 등 그 범위를 규정해야 하고, 외국어판 제작을 허락할 것인지 또한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각각의 경우 그 이용료(대가)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정해야 하겠습니다.

 

(5) 통상 영화화를 허락하는 경우, 해당 영화사 외의 제3자에 대해서는 그러한 것을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넣고, 또한 속편에 대해서 무조건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따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영화 제작을 할 권리의 존속기간, 영화 상영을 할 권리의 존속기간을 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와 지불방법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사가 영화제작에 들이는 시간적, 금전적 비용을 고려하건대, 영화 상영을 할 권리의 시간적 범위를 제한하는 것(예를 들어서 영화 개봉후 0년간)은 신중하게 정해야 할 것입니다. 

 

(7) 각본, 시나리오의 감수. 영화화의 과정에서 원작자인 만화가의 원작을 해할 정도로 왜곡이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에, 영화 시나리오, 각본의 감수, 수정요구의 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8) 영화화가 되는 과정에서 만화 원작을 해하여서는 안되지만(동일성유지권), 만화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영화적 문법에 맞게 이를 수정, 제작해야 할 필요성 또한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위하여 일정한 경우(원작자의 명예 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등)에는 원작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9) 만들어진 영화의 저작권은 영화사에게 귀속하는 것으로, 그러나 원작에 대해서는 만화가에게 저작권이 있음을 규정합니다.

 

(10) 기타 저작권의 표시((c)표시 등), 선전물 및 판촉물의 사용에 대해서도 규정합니다.

 

4. 결론

영화화, 드라마화의 경우 제작사에서도 막대한 인적, 물적 경비를 들여 영상물을 제작하고, 따라서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수입 또한 상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계약은 만화가로서도 통상 꽤 많은 대가를 받는 계약이자, 향후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계약이니만큼, 가급적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22) - 저작권의 양도인가, 이용허락인가>


이영욱 변호사(법무법인 신우)




1. 들어가며

저작권에 관한 분쟁으로 흔히 문제되는 것 중 하나가 저작권의 양도인가, 아니면 단순한 이용허락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만화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만화가가 누군가로부터 대가를 받고 그림을 그려준 경우, 그림에 대한 권리를 완전히 양도한 것일까요, 아니면 일정 기간 동안 사용만을 허락해준 것일까요? 즉, 만화가가 그려준 그림에 대한 권리는 출판사로 넘어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출판사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한정된 범위에서 사용이 가능하고 결국 그 권리는 만화가로 다시 넘어오는 것일까요? 우리가 통상 “매절”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바로 이와 같은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의 문제가 제기됩니다. 


2. 저작권 양도와 이용허락 - 출판계약의 경우


(1)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에 관한 제3자의 관여에 대해서 물권적(준물권적) 성격의 "저작재산권 양도"(저작권법 제45조)와 채권적 성격의 "저작물의 이용허락"(저작권법 제46조)로 분명히 나누고 있습니다.  


(2) 서적 출판 계약 또한 위와 유사하게, 저작재산권 양도계약(또는 그 중 일부의 권리인 복제권·배포권 양도계약)과 설정출판계약, 허락출판계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은 위의 “저작재산권 양도”에 해당하고, 허락출판계약은 “저작물의 이용허락”에 해당하며, 설정출판계약은 양자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출판자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말합니다(저작권법 제45조 제1항). 위 계약에 따라 출판자는 저작물의 복제·배포권, 방송권, 전시권 등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받아 저작물을 출판하고, 저작자에게는 이제 권리가 없습니다. 

한편 허락출판계약은 저작권자가 출판자에 대하여 출판을 허락하고, 이에 대해 출판자는 자기의 계산으로 복제·배포할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합니다(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여기에는 ① 출판자가 단순히 저작물을 출판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비배타적 허락출판계약’과, ② 허락을 받은 자만이 해당 저작물을 출판할 수 있고 저작권자도 동일한 내용의 허락을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없는 의무를 부담하는 ‘배타적 허락출판계약’이 있습니다. 저작자는 출판을 허락해 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자신의 저작권을 회복합니다. 


(3) 저작권 양도에 관한 판례의 태도

저작권에 관한 계약이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 불분명한 경우 그 법적 성질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는 “실제 계약을 해석함에 있어 과연 그것이 저작권 양도계약인지 이용허락계약인지는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가 많은데, 저작권 양도 또는 이용허락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경우 저작자에게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유리하게 추정함이 상당하며, 계약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구체적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거래관행이나 당사자의 지식, 행동 등을 종합하여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고, 또한 판례는 “원고(극작가)들이 피고 방송사로부터 대가를 받고 그들이 저작한 극본을 피고에게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저작권자인 원고들이 피고 방송사에게 저작물인 위 극본의 이용권을 설정해 준 데 불과할 뿐, 이로써 원고들의 극본에 대한 저작권을 상실시키기로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극본 저작자인 원고들은 위 극본에 대한 저작권을 그대로 보유한다. ...극본공급계약에는 원고들이 피고 방송사로 하여금 그 극본을 토대로 2차적저작물인 TV드라마 녹화작품을 제작하여 TV방송을 통하여 방영하는 것(개작 및 방송)을 승낙하는 의사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 극본을 토대로 제작된 녹화작품을 VTR 테이프로 이용하는 것까지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3. 매절 계약의 경우


(1) 매절의 의의

‘매절’이라 함은 출판자가 저작권자에게 책 판매량과 상관없이 미리 한 번에 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거래계에서는 통상 출판계약시 그 대가를 인세제가 아닌 원고료 형태로 한번에 미리 지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만약 매절계약을 ‘저작권양도계약’이라고 보면 저작권자의 권리가 크게 제한되나, 이를 ‘허락출판계약’ 또는 ‘설정출판계약’이라고 본다면 저작권자는 출판자에게 기간을 정한 준물권 설정 또는 채권적 이용허락만을 한 것이 되어 저작권자의 권리는 매우 강화됩니다. 

예컨대 ‘학습만화’의 경우 또는 어떤 책에 ‘만화 삽화’를 그리는 경우 일시불로 상당한 정도의 금액을 지급받는 경우가 있는바, 이를 ‘저작권양도계약’이라고 보면 만화가는 해당 삽화에 대한 권리를 모두 출판사에 넘기는 것이 되어 향후 만화 또는 만화가 게재된 서적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여지가 없을 것이나, 이를 ‘허락출판계약’ 내지 ‘설정출판계약’이라고 본다면 만화가는 출판자에게 일정한 기간 그 만화가 게재된 서적을 출판하도록 한 후 재차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여지가 있습니다.  


(2) 매절계약의 법적 성질

매절 계약에 대해, 출판자가 재고 등 위험부담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대가로서 출판자에게 저작재산권 등이 양도된 것으로 보아 이를 저작권 양도계약으로 보자는 견해가 있고, 그간 출판자측에서는 주로 이와 같은 전제에서 주장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판매부수에 따른 인세제의 경우에도 복제물이 팔리지 않는다고 저작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이상 위험부담을 저작권 양도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근거가 박약하며, 사용료의 선급은 다만 저작의욕을 부추기기 위한 인센티브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보아 매절계약을 허락출판계약 내지 설정출판계약으로 보자는 견해가 있습니다.

  

(3) ‘녹정기’ 사건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는 이른바 ‘녹정기’ 사건에서 “…신청인과 위 소외인 사이의 1987. 3. 31.자 계약은 저작물 이용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지급하는 형태로서 소위 매절계약이라 할 것으로, 그 원고료로 일괄지급한 대가가 인세를 훨씬 초과하는 고액이라는 등의 소명이 없는 한 이는 출판권설정계약 또는 독점적 출판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계약이 저작권양도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신청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4) ‘비록 대동아전사’ 사건(일본)

일본의 판례는 “원고의 매절이라고 하는 것에도 저작물 게재의 대가로서의 원고료의 지불의 경우도 있으므로, 매절이라고 하는 것으로부터 직접 저작권의 양도가 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원고 등에 대한 400자 원고용지 1매당의 지불금 액수 500엔이 인세 상당액을 큰 폭으로 웃도는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등 외에는 “비록 대동아전사”의 집필자 중 1 명의 사람으로부터 인세 청구가 있던 것 외에 그 후의 “비록 대동아전사 축쇄판” 및 “대동아 전사”의 출판에 대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집필자로부터 인세 그 외의 청구가 없는 점, “비록 대동아 전사” 12 권이 다수 집필자의 작은 편을 편집한 것인 점, 기타 앞에서 인정된 각 사실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 등으로부터 소외 서원에 대해 본건 각 저작물에 대해서 적어도 출판물에 대해 복제할 권리의 양도가 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5) 소결론

매절계약의 법적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우선 저작자와 출판자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해석문제이고,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출판계에서 통상 사용하는 계약이 설정출판계약 내지 허락출판계약이고, 저작권 관련 계약의 해석에서 저작권 양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분명한 약정이 필요하고, 양도 또는 이용허락 되었음이 외부적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것은 저작자에게 그 권리가 유보된 것으로 추정하는 ‘저작자에게 유리한 추정’(Presumption for author)이 적용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매절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저작권양도계약이 아닌 허락출판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 판례들 또한 매절계약을 원칙적으로 허락출판계약으로 보고, 다만 인세 상당액을 훨씬 초과하는 고액의 대가가 지급된 경우에는 이를 저작권양도계약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5. 결론

그렇다면, 만약 독자 여러분이 그간 “어느 정도 대가를 받고 만화를 그려줬으니, 이제 나는 권리가 없는 것 아닌가”, 즉 “매절”이라고 해서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면, 지금에라도 그 계약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 보아 지금이라도 권리를 행사할 여지를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21) - 만화 관련 법률에는 어떤 것이?>


이영욱 변호사(법무법인 신우)


 

 

1. 들어가며

우리는 만화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은 알고 있지만, 한편 상표법 등 다른 여러 가지 법률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말 또한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만화와 관련하여 법적 보호를 구할 수 있는 법률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법적 보호를 구할 수 있는 법률에는 저작권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법(이하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 등이 있는바, 이하에서는 각 법률에 의한 구제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각 법률에 대하여


(1) 저작권법

우리가 그린 만화는 저작권법상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 법상 저작물은 “최소한의 창작성”만 있으면 되고, 저작권의 발생에는 등록 등 별도의 절차를 요구되지 않으며, 그 보호기간도 저작자의 사후 50년으로 매우 긴 편입니다. 이처럼 저작권법상 보호가 매우 넓고 그 기간도 길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는 비용 대비 매우 효과적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가 몇 번 살펴본 바와 같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것은 “표현”이지 “아이디어”가 아니므로,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범위는 보통 생각하는 것 보다 약간 좁습니다. 우리가 “표절이다”라고 흥분하는 경우 중 상당수가 결국 법원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지 못하곤 하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대부분 저작권의 범위를 넓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상표법

우리가 만화 캐릭터를 상표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상표 등록”을 해야 합니다. 상표권이 등록되면 등록된 상표를 침해한 상대방은 과실이 추정되는 등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권리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권리 구제가 가능해집니다(상표권과 저작권을 비교하면, 상표의 경우 “상표의 동일, 유사”만 입증하면 되지만, 저작권의 경우 권리자측에서 자신의 저작물과 침해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해야 하고, 침해 저작물이 자신의 저작물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다”는 것 또한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상표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고, 상표등록 절차에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며, 상표등록이 된 후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비용이 들어가고, 상표등록 후 3년간 불사용한 경우, 해당 상표는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만화가가 직접 상표등록을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통상 상표등록은 해당 캐릭터의 상품화사업을 추진하는 상품화권자에 의하여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3) 디자인보호법(구 의장법)

만화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을 만드는 경우, 해당 상품(물품)을 디자인등록을 하는 때에는 디자인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보호법에서는 등록된 구체적인 디자인을 보호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디자인의 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즉 상대방이 그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한 경우에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디자인등록의 경우에도 유지 및 등록에 비용 및 절차를 요하고, 게다가 상품 디자인의 유행이 계속 짧은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만화가로서 보호받을 적합한 방법은 아닌 듯 합니다.


(4) 부정경쟁방지법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품주체혼동행위”를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부정경쟁행위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그 캐릭터가 상품화 사업을 영위하는 자의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어 있을 것이 필요하므로(대법원 판례의 입장), 사실상 상품화사업이 매우 활달하게 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받기는 힘들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한 캐릭터의 경우에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될 정도의 요건을 갖추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3. 결론

결론적으로, 창작을 하는 만화가의 입장에서 가장 간단하고, 저렴하고, 보호 범위가 넓은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입니다. 다른 법에 의한 보호의 경우 효과는 강력할지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그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 및 절차상 만화가 개인이 취하기에는 힘들 것입니다. 

일전에 “저작권 등록”에 대하여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만화가의 권리찾기 제6화), 저작권등록의 경우 기간도 짧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만큼(저작물 1개당 3만원) 권리보호에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20) - 응용미술저작물>

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저작권의 성립에는 별다른 요건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을 저작하기만 하면 성립하는 것으로서, 여기서 그 창작의 정도 또한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고,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2227 판결)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응용미술은 디자인보호법(구 의장법)으로 보호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왔는바, 그렇다면 공예나 실용품과 같은 응용미술 작품 또한 저작물로서 저작권법으로 보호해야 하느냐가 문제되는데, 이번에 살펴볼 “빤짝이 곰” 사건(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21462 판결)에서는 이에 대하여 판시한 사건입니다

 

2. 사실관계

원고는 봉제완구를 제조, 수입, 판매하는 업자이고, 피고는 완구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빤짝이 곰”을 미술저작물로서 등록한 사람이고빤짝이 곰은 안면, 몸통은 일반적인 곰인형의 형태로 목에는 리본을 묶었고, 곰의 형상을 단순화했으며, 곰인형의 겉에 빤짝이는 원단을 입혀 표면이 빤짝거리도록 한 특징이 있는데빤짝이 곰은 1999년경 통신회사 광고에 인기가수인 조성모가 이정현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던 인형으로 인기를 모았고, 이에 피고 회사는 빤짝이 곰 인형의 대량 판매실적을 올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빤짝이 곰에 대한 저작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저작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3. 판례의 내용

 

(빤짝이 곰에 대한 미술작품으로서의 저작물성 판단

원심은, 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는 등으로, 이 사건 빤짝이 곰은 산업상 대량 생산의 목적으로 창작된 응용미술작품이고, 미술품으로서의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그 판시와 같은 인정사실에 나타난 제작목적, 기법 및 외관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디자인적인 요소가 인형으로서의 미적인 고려와 기능적인 고려를 함께 반영한 것이어서 관념적 분리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응용미술저작물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빤짝이 곰에 대한 캐릭터로서의 저작물성 판단)

원심은 또한, 이 사건 빤짝이 곰은 텔레비전 상업광고의 소품으로 사용되었다가 우연한 기회에 의해 대중적 인기를 끈 곰 인형에 불과하고, 그 외모, 행동, 성격이나 그 광고 내용 등에 비추어 독창적인 개성이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빤짝이 곰은 위 광고 이외에 다른 대중매체나 사업영역에 이용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 캐릭터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도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또는 캐릭터의 개념이나 그 저작물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판례의 검토

응용미술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경우,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훨씬 넓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나, 이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경우 응용미술품에도 저작권에 기한 권리주장이 가능해져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디자인보호법의 여러가지 제한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어 문제됩니다(예컨대 디자인 등록이 거절된 디자인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기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경우, 디자인보호법에 의한 보호기간이 경과한 디자인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기한 권리 주장을 하는 경우).

대법원은 “생활한복” 사건 등에서 “응용미술작품()...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인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것만이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79판결), 2000년 개정 저작권법 제2조 제11호의 2에서 “응용미술저작물”에 대한 규정을 둔 이후 이른바 “히딩크 넥타이” 사건에서는 “위 도안이 우리 민족 전래의 태극문양 및 팔괘문양을 상하 좌우 연속 반복한 넥타이 도안으로서 응용미술작품의 일종이라면 위 도안은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또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작권법 제2조 제112호에서 정하는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2004. 7. 22.선고 20037572판결) 응용미술저작물이 저작물로서 성립하는 범위를 넓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도”의 응용미술품(예컨대 전시용 마네킹의 디자인이 마네킹을 떠나서는 독자적인 저작물로 성립된다고 보기 힘든 경우)이라면 이를 만화에서 이용한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될 여지가 없을 것이고, 응용미술작품의 경우 저작권으로서 인정되는 범위가 약간 좁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19) - 어문저작물과 만화의 저작권 침해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만화를 창작함에 있어서 타인의 어문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인바, 예컨대 만화가 고우영 작가는 ‘삼국지’, ‘초한지’ 등 주로 중국의 유명한 문학작품을 이용하여 만화 작품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홍은영 작가가 그린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가 보기 드물게 큰 상업적 성공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이 ‘삼국지’, ‘그리스 로마 신화’ 등 이미 공유의 영역(public domain)에 있는 어문저작물의 경우 이를 이용하여 만화를 그린다고 해도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나, 만화가가 저작권이 있는 타인의 어문저작물을 이용하여 만화를 그리는 경우가 문제됩다.

한편, 최근에 들어와서 만화가 어문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거꾸로 어문저작물(또는 어문저작물에 바탕을 둔 드라마 등 영상저작물)이 만화를 임의로 이용하여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2. 침해되는 권리


(1) 타인의 어문저작물을 이용하여 만화를 창작할 때에는 통상 어문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내지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문제됩니다.

저작자가 기존의 저작물(원저작물)을 그대로 베끼거나, 사소한 수정만을 가하되 새로운 창작성을 가미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는 ‘복제물’에 불과하므로 원저작물의 복제권 침해가 발생합니다.


(2) 저작자가 기존의 저작물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성을 가미하였지만, 기존 저작물에 대한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이는 원저작물에 대한 ‘2차적저작물’이므로 원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될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작물을 그대로 베끼거나, 사소한 수정만을 가한 경우에는 복제권 침해가 성립하므로, 가사 어문저작물을 이용하여 만화로 저작하였다고 해도, 원 어문저작물과 만화가 동일하거나, 원어문저작물에 가해진 개변의 정도가 ‘실질적 개변’(substantial variation)”에 이르지 못하는 ‘사소한 개변’(trivial variation)인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아닌 복제권 침해가 성립합니다.


(3) 저작자가 기존의 저작물을 토대로 저작을 하였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냄으로써 기존 저작물과 동일성 내지 종속적 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는 ‘독립저작물’로서 기존 저작물과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3. 저작권침해의 판단기준

 

(1) 저작권 침해의 요건

일반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1) 주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의거성. access), (2) 객관적 요건으로서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있을 것의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합니다. 


(2) 의거성

‘의거성’이란 침해저작물이 피침해저작물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의거는 내심의 문제이므로, 침해자가 피침해저작물에 대한 접근(access), 즉 피침해저작물을 보거나 접할 상당한 기회를 가졌던 경우에는 의거성이 입증되는 것으로 보고, 현저한 유사성(striking similarity) 또는 공통의 오류(common error)가 있는 경우 의거를 사실상 추정합니다.


(3) 실질적 유사성

어문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판단은 보통 관찰자의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 원칙이고, 이를 읽음으로써 양자를 대비하는바, 어문저작물은 그 내용이 복잡하고 여러가지 개별적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분해식 판단방법’이 유용합니다. 여기서 부분적ㆍ문자적 유사성만 문제되는 경우에는 유사성 요소가 일응 확정되므로 유사성 요소를 찾기 위해 전체를 대비할 필요는 없으나, 포괄적ㆍ비문자적 유사성을 찾기 위해서는 전체를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1)

판례는 ‘하얀나라 까만나라’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의 저작물을 비교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소설과 동일성이 인정되고, 부분적ㆍ문자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 연속극 대본의 일부는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존재를 알고 이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비록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그 본질적인 부분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고 이른바 통상적인 아이디어(idea)의 영역을 넘어서 위 소설의 경험적ㆍ구체적 표현을 무단이용하였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설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다”2)라고 판시하였는바, 침해된 분량이 일부이고 많지 않더라도 저작자의 창작성이 드러나는 중요한 부분이 유사하다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됩니다.


(4) 어문저작물 중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디어성”이 강한 요소로는 ① 주제(작품에 나타난 기본적인 사상이나 아이디어), ② 세팅(작품의 배경), ③ 분위기(작품의 전체적인 느낌, 톤), ④ 속도(작품에 나타난 줄거리의 완급)를 들 수 있습니다.3) 

한편, 어문저작물 중 보호되어야 할 ‘표현성’이 강한 요소로는 ① 플롯(줄거리 또는 줄거리에 나오는 여러가지 사건을 하나로 짜는 작업과 그 수법)이나 ② 사건의 전개과정(줄거리), ③ 등장인물, ④ 대사를 들 수 있습니다.4)


4..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는 경우

 

(1)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에 따라, 만화가 어문저작물의 구체적인 표현이 아닌 작품의 주제, 세팅, 개념(컨셉), 분위기, 속도 등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습니다.


(2) 또, ‘합체의 원칙’에 따라 어떤 것을 표현함에 있어 오직 그 표현방법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습니다.5)


(3) 나아가, ‘표준적 삽화의 원칙’(Scenes a Faire)에 따라 소설 또는 만화에서 통상 등장하는 필수장면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4) 또한 어문저작물 중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전기적 저작물이나 논픽션저작물의 경우 그 저작물의 본질을 이루는 사건(episode) 및 전개과정(sequence) 자체는 저작자가 고유한 창작적 표현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표현의 영역이 아니므로, 그에 대하여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5) 기타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의 제한의 경우(법 제23조 내지 제36조), 이미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게 된 어문저작물에 대해서도 저작권 침해가 될 여지가 없습니다.

 

 

5. 마치며

이번 원고는 생소한 저작권법적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약간 어려운 내용일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표절”과 법원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약간 다른 기준에 따라 판단된다는 것을 알아두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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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영준, 저작권침해판단론, 박영사(2007), 167~168면.

2) 서울고등법원 1995. 10. 19. 선고 95 나 18736 판결.

3) 권영준, 전게서, 170~174면.

4) 권영준, 전게서, 174~184면.

5) ‘태왕사신기 사건’에서는 “어떠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 가지 방법만 있거나, 하나 이상의 방법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또는 개념적인 제약 때문에 표현방법에 한계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표현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제한된 표현을 그대로 모방한 경우에만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7.13. 선고 2006나16757 판결).

 

             <만화가의 권리찾기(18) - 캔디·캔디 사건>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이번 회에 살펴볼 2002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인 “캔디·캔디” 사건은 만화의 스토리작가와 만화, 만화가 사이의 법률관계에 대한 판례이다. 이 판례에 대해서는 일본의 많은 학자가 평석을 발표하였고,  일본의 저작권 판례선집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법률적 쟁점도 많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판례라고 하겠다.


2. 사건의 개요(판결로 인정된 사실관계)


(1) 원고는 월간 소녀 만화 잡지 "나카요시"에 연재되고, 후에 텔레비전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끈 "캔디·캔디"라는 제목의 만화(이하 "본건 연재만화"라고 함)의 원작자(스토리작가)이고, 피고1은 그 만화의 작화를 한 만화가이다.


(2) 본건 연재만화는 아래와 같은 순서에 따라 제작되었다.

원고가 각 회의 스토리를 창작해 이것을 소설 형식의 원고(원작 원고)로 만들어 담당 편집자에게 건네준다. 그 때, 담당 편집자가 원작 원고를 보고 요망을 말해 거기에 응해 원고가 수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담당 편집자가 원작 원고의 복사본을 만화가인 피고1에게 건네주면, 피고1은 그 원작 원고에서 만화에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그 외의 부분에 근거하여 지면에 칸을 나누고, 그림을 간략화한 형태로 그려 만화의 초안을 작성한다. 피고1은 완성된 초안을 담당 편집자에게 보이고 협의를 해서 필요에 따라 피고1이 수정을 하거나, 담당 편집자가 다시 원고와 협의를 해 스토리 수정을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해서 초안이 완성되면 다시 피고1이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펜 터치를 한 후 마지막에 연필을 지워 만화가 완성된다.

원고는 해당회의 만화의 교정쇄를 본 후, 다음회의 원작 원고를 작성한다.


(3) 만화의 연재가 끝난 후, 피고1은 위 만화의 주인공인 “캔디”의 그림을 그리고, 광고회사인 피고2는 피고1의 허락을 얻어(스토리작가인 원고의 허락은 얻지 않았음) 그 그림을 사용해서 석판화(리도그라프) 및 그림엽서를 작성해서 판매하려고 했다.


(4) 그러자 원고는 피고들에게 ① 연재만화 중 특정의 컷 그림(본건 콤마화), ② 만화잡지 표지에 나왔던 “캔디”를 그린 그림(본건 표지화), ③ 연재가 끝난 후 그린 그림(본건 원화)에 대해서, 자신이 ① 본건 연재만화의 “공동저작자”로서의 권리 ② 본건 연재만화는 자신의 원작 원고를 원저작물로 한 2차적저작물이므로 자신이 그 원작 원고의 “원저작자”의 권리를 갖고 있음을 선택적으로 주장하여, 주인공을 그린 그림의 작성, 복제, 배포를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5) 이에 대해 피고1은 ① 본건과 같이 만화 제작시 원작자(스토리작가)와 작화자가 다른 경우, 작화자가 작성한 본건 콤마화가 스토리를 나타내지 않을 때는, 이야기 원고에 의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번안”이 아니고, ② 본건 표지화과 본건 원화는, 원고의 원작 원고에 의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창작한 캐릭터 원화를 복제한 것이므로 본건 연재만화의 주인공의 그림의 “복제”는 아니라는 등으로 반론했다  1심은 본건 연재만화는 원고의 원작 원고를 번안한 것에 따라 창작한 2차적저작물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이에 피고1은 항소하였다(피고2는 1심에서 패소 후 항소하지 않음).

  

 

 

3. 동경고등법원,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


(1) 항소심인 동경고등법원은

"저작권법 28조는, 「2차적저작물의 원저작물의 저작자는 해당 2차적저작물의 이용에 관해 이 관에 규정할 권리로 해당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가 가지는 것과 동일한 종류의 권리를 전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에 의하면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는 결과적으로 2차적저작물의 이용에 관해서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와 같은 내용의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 분명하고, 한편 공소인(피고1)이 2차적저작물인 본건 연재만화(본건 연재만화 자체가 피항소인(원고) 작성의 이야기 원고의 2차적저작물인 것은 원판결의 인정하는 대로이고 공소인도 당심에 있어 이것을 다투지 않았다)의 저작자로서, 본건 연재만화의 이용의 한 태양으로서의 본건 콤마화의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는 것도 분명한 이상, 본건 콤마화에 대해 그것이 스토리를 나타내고 있는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피항소인이 공소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지는 일도 분명하다고 해야 한다.

…2차적저작물은, 그 성질상, 어느 면에서 보면,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해 그것을 계승하는 요소(부분)와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의 독자적인 창작성만이 발휘되고 있는 요소(부분)의 쌍방을 항상 가지는 것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이 상기와 같이 상기 양요소(부분)를 구별하는 일 없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하나는 상기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현실에는 곤란 또는 불가능한 일이 많아 이 구별을 요구하게 되면 권리관계가 현저하게 불안정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하나는 2차적저작물인 이상, 엄격하게 말하면 그것을 형성하는 요소(부분)로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하여 피고1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원고 승소). 


(2) 일본 최고재판소는

“본건 연재만화는 피상고인(원고)이 각 회마다의 구체적인 스토리를 창작해 이것을 400자 원고용지 30매에서 50매 정도의 소설 형식의 원고로 해 상고인(피고1)에 의해 만화화에 해당되어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개 그 원고에 의거해 만화를 작성한다고 하는 순서를 반복하는 것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관계에 의하면, 본건 연재만화는 피상고인 작성의 원고를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일 수 있기 때문에, 피상고인은 본건 연재만화에 대해 원저작자의 권리를 가지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차적저작물인 본건 연재만화의 이용에 관해, 원저작물의 저작자인 피상고인은 본건 연재만화의 저작자인 상고인이 가지는 것과 동일의 종류의 권리를 전유(소유)해, 상고인의 권리와 피상고인의 권리가 병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고인의 권리는 상고인과 피상고인의 합의에 의하지 않으면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피상고인은 상고인이 본건 연재만화의 주인공 캔디를 그린 본건 원화를 합의에 의하지 않고 작성하거나, 복제하거나, 또는 배포하는 것의 금지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여 피고1의 상고를 기각하였다(원고 승소).


4. 판례의 검토


(1) 위 판례에서 스토리작가를 만화의 “공동저작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만화를 2차적저작물로 보고 스토리작가는 “원저작자”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어느 쪽으로 본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만화를 이용함에 있어서는 스토리작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법적 효과에 있어서는 다소의 차이가 생긴다.

결국 위 문제는 해당 만화가 저작된 실제 모습을 살펴서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만화를 저작하면서 스토리와 작화로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 저작한 것이라면 공동저작물, 스토리원작이 나와있고, 이를 바탕으로 만화를 저작한 것이라면 만화는 2차적저작물), 위 사안에서는 본건 연재만화를 스토리작가가 작성한 원고를 원저작물로 한 2차적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고, 그에 따라 스토리작가인 원고를 “원저작자”로 판단하였다.


(2) 위 판례에서는 만화의 내용 중 사용되었던 “본건 콤마화”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건 표지화”, “본건 원화”(본건 원화의 경우 만화 연재가 종료된 후에 작성되었음)는 스토리작가와는 상관없이 만화가가 그린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도 스토리작가의 저작권의 효력이 미치는가가 문제되었다.

동경고등법원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2차적저작물(이 사건에서는 본건 연재만화)에는 원저작물(이 사건에서는 원작 원고)의 창작성에 의거한 측면이 있고 2차적저작물의 저작자의 독자적인 창작성만이 발휘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양자를 구별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하고, 만화가 2차적저작물인 이상 원저작물의 창작성에 의거하지 않는 부분은 있을 수 없다고 보아 결과적으로 위 그림들 모두 원저작물(원작 원고)의 창작성에 의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3) 본 판결은 결과적으로 스토리 작가의 저작권을 매우 넓게 인정하는 결과가 되었는바, 이에 대해서는 특히 스토리작가의 이야기의 창작성과 관계 없는 연재만화 주인공의 그림을 그린 경우에도 복제권 침해가 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일본 학자들의 비판이 많고, 또한 일본 저작권법 제65조 제3항(우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단서)의 “전 2항의 경우에, 각 공유자는 정당한 이유없이 제1항의 동의를 거절하거나 전항의 합의를 방해해서는 안된다(우리 저작권법: 이 경우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정당한 이유”를 탄력적으로 해석해서 타당한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일본 학자의 견해가 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17) - 만화 저작권 침해(표절)의 판단기준>

 

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만화가 다른 만화를 표절했다”, “저작권침해를 했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번회에서 살펴볼 ‘전략삼국지·슈퍼삼국지 사건’(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47782 판결)은 비록 “출판권” 침해에 관한 사안이지만, 위와 같은 저작권 침해의 요건으로 언급되는 “실질적 유사성”의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상세하게 판단한 중요한 판례이다. 

 

 

 

 

(위의 만화가 국내에서 출판된 "슈퍼 삼국지", 아래 만화가 일본의 "전략 삼국지") 

                                                                                                  

2. 판례에서 나타난 사실관계

 

원고는 1993. 6. 30. ‘전략 삼국지’의 일본어 원판 저작권자인 요코야마 미쓰테루(橫山光輝), 일본 출판사로부터, 원고가 위 일본어 원판 만화의 한국어판을 독점 출판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받아 위 도서를 출판하고 있고, 피고는 1999. 7. 10.부터 국내의 만화작가가 작화한 ‘슈퍼 삼국지’라는 책을 출판하고 있다.

 

원고는 청구원인으로서, “피고의 ‘슈퍼 삼국지’는 원고가 출판권을 가지고 있는 ‘전략 삼국지’의 등장인물과 배경 및 대화내용 등의 구체적 표현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약간 변형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는 ‘슈퍼 삼국지’를 출판함으로써 원고의 ‘전략 삼국지’에 대한 출판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는 ‘슈퍼 삼국지’의 인쇄, 제본, 배포, 판매를 해서는 안되고, 원고에게 100,000,000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이에 대해, “‘슈퍼 삼국지’와 ‘전략 삼국지’는 그 배경, 캐릭터, 그림체, 흑백과 컬러 여부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양 도서간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도 원고가 출판권을 가지고 있는 ‘전략 삼국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므로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었다.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지만(원고 패소), 2(항소심)은 양 작품이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 주는 시점 등에 있어서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되고, 양 작품 사이에는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컷 나누기에 있어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10,816쪽인 “슈퍼삼국지” 중 3,000쪽 이상에서 전부 또는 일부 컷이 “전략삼국지”를 모방하여 제작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의 출판권을 침해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원고 승소).

 

3. 대법원의 판단

 

(1) 대법원의 판단(원고 패소)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54조 소정의 출판권은 저작물을 복제ㆍ배포할 권리를 가진 자와의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인바, 3자가 출판권자의 허락 없이 원작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을 출판하는 때에는 출판권 침해가 성립된다 할 것이지만,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리고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만화저작물에 있어서 원작과 제3자가 출판한 작품과의 동일성 여부는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연출의 방법(이야기의 전개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해당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하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출판의 “슈퍼삼국지”와 원고 출판의 “전략삼국지”는 전체의 약 30% 가량에 해당되는 쪽의 전부 또는 일부 컷에 있어서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주는 시점, 컷 나누기,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인물의 표정ㆍ동작 및 주변의 묘사 등이 상당히 유사하지만, 그림의 표현형식에 있어서 “전략삼국지”는 약화체로 표현되어 있고 흑백의 단색으로 되어 있는 데에 비하여 “슈퍼삼국지”는 사실체로 표현되어 있고 컴퓨터 그래픽 채색작업에 의한 천연색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등장인물들의 얼굴형이 “전략삼국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 그 자체로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고, 원심이 채용한 원심의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더라도 “슈퍼삼국지”는 스토리 전개 및 연출방식에서 “전략삼국지”를 표절하였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림체에서는 “전략삼국지”를 표절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되어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양 작품의 유사점만으로는 곧바로 “슈퍼삼국지”와 “전략삼국지”가 동일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슈퍼삼국지”가 “전략삼국지”와의 동일성을 손상할 정도로 변경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을 파기 환송하였다(원고 패소).

 

(2) 파기환송 후 항소심의 판단(원고 패소)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전략 삼국지’와 ‘슈퍼 삼국지’를 이른바 “서사만화(敍事漫畵)”라고 판단한 후,

“서사만화는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작품으로서 일반적으로 그 구성요소는, ① 스토리(story ; 이야기의 전체적인 진행, 설명어구, 인물들 사이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② 그림(캐릭터 및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③ 연출방법(이야기의 전개 순서에 따라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는 개개의 장면을 구상하고, 그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지면을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칸으로 분할하며, 그 분할된 칸에 구상한 장면을 배열한다) 등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 스토리(story)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수많은 소설 및 만화와 마찬가지로 ‘전략 삼국지’와 ‘슈퍼 삼국지’는 모두 중국의 고전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그 스토리의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전략 삼국지’와 ‘슈퍼 삼국지’는 모두 위 ‘삼국지연의’를 원저작물로 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이처럼 2차적저작물이 이미 모든 사람의 공유(公有, public domain)에 속하는 저작물을 이용하여 작성된 경우, 그 주제나 사건내용 및 전개과정 등 스토리는 이미 공유에 속하는 부분이므로, 동일성 또는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 그림

‘슈퍼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 손권, 여포 등)은 그 얼굴형, 표정, 복장 등이 ‘전략 삼국지’의 그것들과 확연하게 구분되어 그 자체로써 창작성이 인정될 정도로 독특하고, 배경 그림(, 나무, 성곽, 군대, 강물 등)도 ‘전략 삼국지’에는 그 대강의 윤곽만이 스케치 형식으로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비하여 ‘슈퍼 삼국지’에는 하나하나의 배경이 보다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캐릭터나 배경 그림의 표현형식에 있어 ‘전략 삼국지’는 약화체로 표현되어 있고 흑백의 단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비하여 ‘슈퍼 삼국지’는 사실체로 표현되어 있고 모든 그림을 천연색으로 구성하면서 컴퓨터 그래픽 채색작업을 이용하여 명암, 입체감 등을 부가함으로써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 연출방법

‘슈퍼 삼국지’( 10,816 ; 39,351) 중 약 30% 가량에 해당하는 쪽의 전부 또는 일부 컷(cut)에 있어서 말풍선 내의 대사의 흐름, 대사를 끊어주는 시점, 컷 나누기, 개개 컷의 구성, 컷 내의 그림의 배치, 인물의 표정·동작 및 주변의 묘사 등이 ‘전략 삼국지’( 12,480)의 그것과 유사하다. 다만, 위와 같이 유사한 부분들도 구체적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컷의 크기나 모양, 개수 등에 있어 약간 차이가 있다.

 

양 작품의 동일성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슈퍼 삼국지’는 스토리 및 연출방법에 있어 ‘전략 삼국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많이 있으나, ① ‘슈퍼 삼국지’나 ‘전략 삼국지’는 모두 ‘삼국지연의’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전체적인 스토리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은 당연한 결과인 점, 그런 와중에도 ‘슈퍼 삼국지’가 ‘전략 삼국지’에 비해 역사적 사실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캐릭터들의 대화내용에 있어서도 더 순화되고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② 양 저작물은 주요 캐릭터들의 얼굴형, 표정 등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있는 점, (cut)의 배경이나 그 묘사 방법에 있어 ‘전략 삼국지’가 대강의 윤곽만을 스케치 형식으로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음에 반하여 ‘슈퍼 삼국지’는 보다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특히 ‘전략 삼국지’가 흑백의 단색으로 되어 있음에 반하여 ‘슈퍼 삼국지’는 컴퓨터 그래픽 채색작업에 의한 천연색으로 되어 있는 점, ③ 연출방법에 있어서도 약 30% 가량에 해당하는 쪽의 전부 또는 일부 컷에 있어 그 구성상의 유사성이 인정될 뿐 구체적인 컷의 외형은 동일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이 동일 또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슈퍼 삼국지’가 원고의 ‘전략 삼국지’에 대한 출판권을 침해할 정도로 ‘전략 삼국지’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과 동일성 있는 작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하였다(원고 패소).

 

4. 위 판례의 검토

 

(1) 우리법상 출판권의 내용

출판권이라 함은 “저작물을 인쇄 그 밖의 유사한 방법으로 문서 또는 도화로 인쇄하는 권리”를 말하고(저작권법 제57조 제1), 출판권자는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출판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를 가진다(저작권법 제57조 제2).

원작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원작의 “전부”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부분”만을 복제한 경우에는 출판권 침해가 되지 않는지 문제되는바, 대법원 판례는 이른바 “98 편입영어스피드완성” 사건에서 “저작권법의 '원작 그대로'라고 함은 원작을 개작하거나 번역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경하지 않고 출판하는 것을 의미할 뿐 원작의 전부를 출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침해자가 출판된 저작물의 상당한 양을 복제한 경우에는 출판권자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원작의 동일성을 침해하는 변경”을 하여 출판을 한 경우에도 출판자의 출판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문제되는바, 대법원 판례는 위 사안에서 “제3자가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것이다.   

저작권법상 출판권은 저작물을 ”원작 그대로 출판할 권리”이므로, 원작과 동일성을 상실할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경우에는 출판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고, 이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 작성권으로 규율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2) 저작권 침해의 판단기준

통상,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주관적 요건으로,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의거성), ② 객관적 요건으로 침해저작물과 피침해저작물과의 실질적 유사성의 두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중 객관적 요건인 “실질적 유사성”의 판단은 사안별로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되, 그 구체적 판단기준으로는 ① 청중테스트 이론, ② 이중테스트 이론, ③ 연속여과테스트 이론(문제된 저작물을 세분화된 구성요소로 분해한 후 그 중에서 내재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에 필수적으로 부수되는 표현, 공유에 속하는 표현 등 보호받을 수 없는 요소들을 모두 걸러낸 다음 위와 같이 여과되고 남은 핵심적 요소인 독창적인 표현만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린다는 이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위 사안에서 우리 대법원 판례는 저작물의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상으로 양 작품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였고, 파기환송 후 항소심 판례는 대체로 “연속여과테스트 이론”에 입각하여 판단한 듯 하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 판례는 만화의 동일성 판단의 대상으로 ① 글과 그림의 표현형식, ② 연출의 방법의 동일성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고, 파기환송 후 항소심 판례는 ① 스토리, ② 그림(캐릭터 및 배경), ③ 연출방법을 판단 대상으로 제시하였는바(스토리는 판단 대상에서 제외, 그림은 다르다고 판단, 연출방법은 일부 유사한 면이 있다고 판단), 향후에도 만화와 관련된 소송에서는 위와 같은 요소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3) 위 사건에서 원고는 “출판권자”였지만, 대법원 판례가 “제3자가 원작과의 동일성을 손상하는 정도로 원작을 변경하여 출판하는 때에는 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할지언정 출판권자의 출판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한 취지에 따르면, ‘전략 삼국지’ 만화를 저작한 “저작권자”인 만화가가 자신의 저작권(2차적저작물 작성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면, 소송에서 승소할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고, 그러한 취지의 판례 평석도 있다. 

 

 

 

 

<만화가의 권리찾기(16) - 공동저작물>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며

만화를 그릴 때, 혼자서 만화를 그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만화를 그리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명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명은 스토리를 쓸 수도 있고, 여럿이 함께 스토리를 구상해서 함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으며, 아니면 한명이 주도한 작품에 다른 여럿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 어떤 저작권법적 문제들이 생길 수 있을까? 아래 예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1)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A가 어떤 만화 스토리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들은 B가 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만화를 완성했다. A는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2) C가 만화를 그리는데, D가 C로부터 돈을 받고 펜터치를 하고 지우개질을 하는 등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다. D는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3) E가 스토리를 쓰고 F는 그림을 그려 함께 만화를 완성했다. 그런데 E는 만화에 대한 자기 지분을 G에게 양도했다. G는 그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2. 혼자 창작하는 경우, 여럿이 창작하는 경우


(1)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물을 저작한 사람이 저작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한명이 전 과정을 맡아서 만화를 완성할 경우, 그 사람만이 저작권자가 된다(가장 간단한 형태).


(2) 한편, 여럿이 함께 저작한 만화는 통상 “공동저작물”이 된다. 우리 저작권법상 “공동저작물”이란 둘 이상의 저작자가 공동으로 창작하여 각자의 기여분이 분리할 수 없거나 상호 의존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하나의 저작물이 된 경우의 저작물이다(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이하에서는 2007. 6. 29.부터 시행되는 개정저작권법을 기준으로 함). 이 경우 공동저작자 모두가 저작권자가 된다.


(3) 공동저작물의 요건으로 ① 2인 이상이 창작에 관여해야 하고, ② 창작에 있어서 공동관계가 존재해야 하며, ③ 단일한 저작물이 창작되고 각자의 기여분이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


3. “공동저작물”과 구별해야 할 것들


(1) “공동저작물”과 “결합저작물”은 구별해야 한다. 결합저작물은 해당 저작물에 각자의 기여분(이바지한 부분)이 분리가능한 경우이다. 예컨대 한 만화책에 여러 작가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화를 그린 경우, 그 만화책은 단독저작물의 결합에 불과한 것이어서, 개별 작가가 개별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갖는다.


(2) 또한 “공동저작자”와 “보조자”는 구별해야 하는데, “보조자”는 저작자가 아닌 단순한 조수이다. 조수는 저작자의 지휘 감독 하에 그의 손발이 되어 작업에 종사한 자로서 저작자의 창작활동을 돕는 자에 불과하고 스스로의 창의에 의하여 저작을 하는 자가 아니므로, 저작자가 아니다.


(3) “공동저작물”과 “2차적저작물”은 구별해야 한다. 만화의 스토리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공동저작물”은 만화가와 스토리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화를 만드는 경우에 해당하고, 반면 스토리 작가가 혼자 구상해 만든 스토리를 만화가가 만화화한다면, 만화는 원작 스토리의 “2차적저작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유명한 일본 판례로 “캔디 캔디 판례”가 있다)


4. 공동저작물의 저작권의 행사


(1)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은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저작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15조 제1항).

예를 들어 두명이 공동으로 하나의 만화를 그린 경우, 두 사람의 합의가 없이는 작품의 “공표”를 할 수 없다. 다만, 각자는 신의에 반하여 그러한 공표의 합의를 방해할 수 없다.


(2)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고,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을 설정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통상 재산권을 공유하는 경우 공유자는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지만(민법 제263조), 공동저작물의 경우 자기의 지분을 양도할 수 없다는 데에 주의해야 한다.


(3)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은 공동저작자 간에 특약이 없는 때에는 그 저작물의 창작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배분된다. 각자의 이바지한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48조 제2항). 물론 그 지분을 약정하는 경우라면 그 약정에 따르면 된다.


(4) 공동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침해가 있는 경우, 공동저작물의 각 저작권자 또는 각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저작자 또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침해의 정지 등 청구를 할 수 있고, 그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관하여 자신의 지분에 관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9조).


5. 결론


그럼 처음의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1)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A가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들은 B가 그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어 만화를 완성한 경우, 이 문제는 공동저작물의 문제이자 “아이디어”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된다. 우리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것은 “표현”이고 “아이디어”는 보호되지 않으므로, A는 만화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여지가 없다(“만화가의 권리찾기” 5회 참조).


(2) C가 만화를 그리는데, D가 돈을 받고 펜터치를 하고 지우개질을 하는 등 어시스턴트 역할을 한 경우, D는 단순한 “보조자”로서 만화에 대한 공동저작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저작권법 제9조에서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그 법인 등이 된다”라고 규정하였는바, 사안과 같은 경우 위 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따라 그 이름으로 만화를 발표한 만화가만이 저작권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만화가의 권리찾기” 3회 참조).


(3) E가 스토리를 쓰고 F는 그림을 그려 만화를 완성한 후 E가 만화에 대한 자기 지분을 G에게 양도한 경우, 만화에 대해 E와 F는 공동저작권자가 될 터인데, 공동저작물에 대해서는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자기의 지분을 양도할 수 없으므로 G는 F에게 만화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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