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30) - 미키마우스 패러디 사건>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기존에 나왔던 유명 만화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새로운 만화를 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경우로 김수정 선생님의 “둘리”를 주인공으로 그린 최규석 작가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만화가 있죠. 실제로 동호회지에서는 기존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패러디 작품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기존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고약한 만화를 그린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예를 들어서 기존의 밝고 명랑한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포르노 만화를 그린다거나 하는...

이번에 다루어 볼 미키마우스 패러디 사건(Walt Disney Productions v. Air Pirates)은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디즈니의 많은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들이 마약을 흡입하고 문란한 행동을 하는 만화를 그린 경우가 문제된 사안입니다.

 

2. 사건의 내용

원고 디즈니사는 여러 만화책의 저작권자인데, 위 만화에는 만화 주인공의 익살맞은 행동이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Air Pirates Funnies라는 제목의 만화잡지를 발행한 이들로써, 원고측에 의하여 만들어진 만화 안의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들의 만화에 베낌으로서 디즈니사가 갖는 만화의 저작권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당했습니다.

피고의 만화잡지에 있는 주인공들은 원고만화의 주인공들과 그 모습이 매우 유사했으며, 그 주인공들의 이름도 동일하였습니다. 다만 디즈니사의 만화는 위 만화 주인공들의 순진한 웃음거리에서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것이었지만, 피고는 이미 알려진 예를 들면 미키 마우스의 명랑한 얼굴, 환한 미소 및 해피 엔딩으로 연상되는 디즈니의 만화 주인공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의미를 갖는 비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데, 위 디즈니 만화 주인공들은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으며, 난잡하게 생활하고 약물을 복용하는 반문화적인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3. 1심의 판단

위 사건에서 피고는 자신이 디즈니의 만화를 패러디한 것이고, 따라서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여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1심인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공정사용 항변을 배척하고 피고들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4. 2심의 판단

“피고들은 자신들의 복제행위가 침해를 구성할만큼 실질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대신에 디즈니의 만화를 의도적으로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사용항변에 따라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의 그대로 베낀 경우가 아닐 때 법원들은 패러디한 자가 풍자의 대상을 회상하거나 떠올릴 수 있는데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원작을 도용하였는지 여부를 물어봄으로써 복제의 실질성을 분석해왔다... 여기서 회화적인 이미지를 베낀 것은 가능하면 똑같게 디즈니의 작업을 따라 한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들은 처음 보았을 때 원작인 것처럼 보이고 자세히 조사해 보면 매우 다른 것임을 발견할 때 패러디의 유머스런 효과를 가장 잘 얻을 수 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필요한 이상으로 베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의 그대로 베낀 행위를 정당화하게 될 이 주장에 대한 짧은 대답은 최선의 패러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대로 베끼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The short answer to this assertion, which would also justify substantially verbatim copying, is that when persons are copying a copyrighted work, the constraints of the existing precedent do not permit them take as much of a component part as they need to make the "best parody.")

최선의 패러디를 만들려는 희망은 저작권자가 가지는 창작적 표현에 대한 권리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패러디스트에게 원작을 떠올리는 데 필요한 것을 주는 것으로 그 균형을 맞출 수 있고 특별히 정확하게 베낄 필요가 없는 이 사건에서 그 기준은 초과되었다. 이미지 전체를 베낌으로서 피고들은 독자들에게 풍자되는 특별한 특성과 패러디되는 작품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베꼈다. 공정사용의 다른 요소들은 그 자체로 공정사용항변을 배척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 법원과 다른 법원은 지나친 복제는 공정사용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전통적인 원칙을 받아들이고 있다. 피고가 베낀 정도가 허용되는 수준을 넘기 때문에 저작권의 침해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

 

5. 결론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미국 저작권법은 그 체계나 내용이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상 책임의 일반적 제한 사유로 “공정이용(fair use)"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 저작권법에는 개별적인 제한 사유(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등)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는 경우에도 만약 제3자가 원저작자가 만든 만화 캐릭터를 임의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가 성립할 뿐만 아니라 저작인격권(동일성유지권) 침해 또한 성립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피고측 반론인 패러디에 관해, 우리 저작권법상 패러디를 인정해 면책을 인정한 판례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학계에서 패러디에 관한 논의가 이미 상당히 존재하고, 현실적으로 패러디라는 것이 문화계에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향후 법적으로도 문제될 여지가 많다고 보이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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