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권리찾기(34) - 인터넷을 통한 권리침해에 대한 보호>

 

이영욱 변호사   

 

 

1. 들어가면서

최근에 저작권법상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일 것입니다. 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전국민의 저작권자화”, “전국민의 저작권 침해자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터넷이 저작권법 질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납니다. 
만화의 경우를 보면, 인터넷 포탈의 블로그, 까페 등에 의한 침해, 인터넷 게시판에 의한 침해, 나아가 웹하드, P2P에 의한 침해 등 다양한 경로로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만화가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권리를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물론 개별 업로더, 다운로더에게 일일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도 명확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고, 실은 이러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위로 많은 이득을 얻는 것은 인터넷 사업자이기 때문에, 인터넷 사업자(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권리침해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통상의 방법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올해 우리 대법원은 비록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판례를 하나 내놓았습니다(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그래서 이번 회에서는 위 판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2. 사실관계
A는 2004. 4. 친구의 소개로 B를 만나 교제하다가 2005. 4.경 B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B의 어머니인 C는 A가 임신한 B를 학대하고 버리려고 한다는 이유로 A의 뺨을 때리고 A의 회사와 학교생활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말하였고, 이에 A의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B는 2005. 4. 자신의 거주지에서 여러 통의 편지 형식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다.
그러자 C는 2005. 5. 5. 인터넷 사업자인 D가 운영하는, 사망한 딸인 B의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글을 게시하였는데, 그 내용은 B가 자살한 것은 A의 비도덕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였고, C는 위 미니홈피에 이러한 사실을 널리 퍼뜨려줄 것을 호소하였다. 

E, F, G는 각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였는데, 위 E 등의 사이트에는 관련 뉴스기사가 게재되고, 각 블로그, 카페에도 관련 게시물들이 게재되었다. D, E, F, G(이하 “D 등”이라고 함)는 각 5. 7. 내지 5. 16.경부터 위 게시물들을 삭제하거나 A의 실명을 검색어 순위에서 제외시켰다.
A는 6. 27. D 등에게 자신의 명예훼손이 우려되니, 관련 기사에 달린 A 관련 댓글 전체 삭제, 관련 추모, 안티 까페, 미니홈피, 블로그 등 A의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 폐쇄, A와 관련된 검색시 나타나는 정보 등의 차단 및 삭제를 요구했으나, D 등은 그런 요구만으로는 게시물 특정을 할 수 없어 해결책 마련이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하여 삭제를 요구해 달라고 답변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요지

[다수의견]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 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ㆍ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ㆍ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

[별개의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대법원은 위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D등에게 A에게 각 수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명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4. 결론 및 판례의 검토

위 판례는 명예훼손에 관한 판례이기는 합니다만, 웹하드나 P2P 사업자의 저작권법상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규정(동법 제102조 내지 제104조)에 의한 면책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판례의 입장에서 보건대, 저작권 침해의 문제에도 유추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위 판례의 어떤 입장에 따르는 경우에도, 만화가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의 권리침해 장면을 부지런히 찾아서 증거자료로 확보해놓고, (2) 그러한 침해가 일어나는 공간을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가능한 한 많이, 자주, 자신의 권리 침해 사실을 알리고, 권리 침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이를 알리는 것은 내용증명 등 우편의 방법도 좋고, 근거가 남을 수 있는 메일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한 고지도 좋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해 상태가 남아 있을 경우, 해당 자료를 또 다시 증거자료로 확보해놓는 것입니다. (4) 그럼에도 만족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모아놓은 자료를 근거로, 이를 직접 업로드한 사용자에 대하여 또는 인터넷 사업자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위 대법원 판례의 A씨처럼).

 

한편, 위 대법원 판례에서 두가지 입장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전자(다수의견)의 입장은 인터넷에 게시된 저작권 침해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인터넷 사업자의 관리통제가 가능하다면, 인터넷 사업자가 권리자로부터 침해 중단 조치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이고,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게시물의 존재를 알거나 알 수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별개의견)은 사업자가 권리자로부터 게시물을 구체적, 개별적으로 특정해서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해당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위 대법원 판례에 입장에 의하면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이트에서 일어나는 권리침해 거의 전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되므로, 지나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고, 이는 또한 인터넷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유력한 학설의 비판이 있습니다.
만화가(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당연히 대법원 다수의견이 저작권자에게 유리합니다(^^;)..

 

최근 저작권법 개정에 대해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상당 부분은 오해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IT(인터넷 기술)이 매우 빨리 발달하면서, 기존 저작권법 질서에 충돌이 생기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만화가(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인터넷이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권리에 대한 크나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바, 가만 있으면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잘 챙기고, 또한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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