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리더프로그램에 다녀와서
이영욱
저는 대한변협과 일본문부과학성이 주관하는 영리더프로그램(Young Leader Program. 이하 YLP과정)에 참가하여 2009년 10월부터 2010년 9월까지 1년간 일본 큐슈대학교 대학원에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지난 1년간 겪은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고 회원 여러분들께 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YLP과정에 참가하게 된 과정
제가 위 과정에 지원한 것은 제가 사법연수원에서 ‘일본법학회’ 활동 이래로 일본의 법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러한 관심을 조금 더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우연히 대한변협의 공고를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YLP과정은 여러모로 저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있었고, 이에 약 6개월간 토플시험을 공부, 응시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한 다음, 서류 접수와 인터뷰 등을 통해 운좋게 과정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과정에 지원할 생각이 있는 분은 공고 기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토플 성적 등 필요 서류를 제출하기 힘들다는 점과 현재 이 과정에 지원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2009년, 2010년 각 2명이 지원해서 각 1명이 선발됨)
2. YLP과정 및 수업
YLP과정은 주로 동아시아권에서 온 15명 가량의 학생으로 구성되는데, 법률사무에 상당기간 종사한 실무자로서 대부분 판사, 검사 등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름 본국에서는 쟁쟁한 사람들이고, 최근 몽골에서는 YLP과정을 거친 사람이 장관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큐슈대학에서는 다른 LL.M. 또는 LL.D. 과정 학생들과 공부하게 되는데, 일본의 다른 장학금 과정과는 달리 YLP과정은 일정 자격을 갖춘 실무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장학금도 월 26만엔 정도로 다른 과정보다 많은 편이어서 어느 정도 좋은 대접을 해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비는 면제되고, 학생 1인의 왕복 비행기표도 제공됩니다.
YLP과정의 수업은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영어 수업으로 진행되고, 주로 국제법을 중심으로 국제거래법, 지적재산권법, 형법 등 여러가지 주제가 다루어집니다.
수업 및 학생들 사이의 대화는 영어로 하는데, 어차피 각국에서 온 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이른바 네이티브 스피커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됩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들은 서구인이 절반, 일본인이 절반 정도인데 모두 다 충분한 영어능력과 학식을 갖춘 분들입니다.
대학에서의 과정은 대체로 보통의 대학원 생활과 유사하지만, 짧은 기간에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므로 어느 정도 밀도깊게 진행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YLP과정에서는 일본 변호사 사무실에서 2번의 인턴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한번은 후쿠오카, 한번은 토쿄), 일본 변호사들의 실제 생활을 바로 옆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중 한 변호사님은 지금도 한국과 관련하여 본인이 진행하는 사건에 대해 저에게 메일로 물어오곤 합니다.
1년의 과정 동안 20학점(10과목)을 취득하고, 50페이지 또는 70페이지 이상의 논문을 작성해야 하며, 논문 발표시에는 프레젠테이션과 질문 등 디펜스 과정도 거치고, 최종적으로 LL.M.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일본어로 된 학위기에는 “석사. 국제관계법 전공”으로 표시됨).
3. 일본에서의 생활
큐슈대학이 위치한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한국과 매우 가까운 항구도시입니다. 후쿠오카는 인구 200만 정도의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로서, 물가도 그리 비싸지 않고, 도시이지만 도시같지 않은 전원풍의 도시입니다.
저는 가족(처, 딸)과 함께 가서 1년간 생활했는데, 큐슈대학교 기숙사에서 가족실을 배정받아 1년간 지냈습니다(기숙사는 우선 배정받음). 기숙사는 좀 낡은 건물이지만, 이용비용은 저렴하고, 기본적인 가전제품 및 시설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식생활은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아 거의 불편함이 없이 지냈고, 지급받는 장학금은 특별히 낭비만 하지 않는다면 3인 가족이 쓰기에는 충분한 금액입니다.
큐슈는 유후인, 벳푸, 나가사키 등 여러 유명한 관광지와 온천지가 많은 아름다운 자연과 풍광을 갖춘 곳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조그만 중고차를 하나 사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큐슈의 여러 곳을 여행할 즐거운 기회를 많이 가졌습니다. 평소 시간이 없어 함께 지내지 못하여 빚진 마음이었던 가족에게 나름대로 봉사를 할 좋은 기회를 가졌고, 제 차로 다른 외국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4. YLP과정을 통하여 얻은 것
외형상 YLP과정을 통하여 얻는 것은 우선 LL.M.학위(석사학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큐슈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일본어 언어 과정(Japanese Language Course)을 수강할 수 있는데 일본어 회화 능력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고, 저는 나름대로 일본어 실력을 더 배양하고자 따로 공부를 하여 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도 취득하였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YLP과정을 통해 일본에 대해 보다 깊게 이해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관광으로 잠시 들르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실제로 생활하면서 일본의 여러 모습을 보니, 그간의 저의 많은 오해와 무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 동남아, 서구 등 여러 친구들과 교우활동과 생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YLP과정은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지원자가 많지 않다는 점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고, 뜻과 의지가 있는 분에게는 정말로 의미깊은 1년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YLP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해주신 협회장님 이하 많은 분들에 감사드리며 특히 김재구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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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변협과 일본문부과학성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2009. 10.~2010. 9.까지 일본 큐슈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그 간단한 후기를 2010. 10. 대한변협신문에 올린 글입니다.
여러 배려를 해주시고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김재구 변호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