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사랑에 푹 빠진 변호사
이영욱 강호 법률사무소 변호사 |
제1회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1995년) 애니메이션 부문 단편상·각본상 수상, 제3회 신한 새싹만화상(1995년) 동상 수상, 현재 네 컷 만화 ‘변호사 25시’ 대한변협신문 연재…. 얼핏 유명 만화가의 이력 같다. 아니다. 제44회 사법시험(2002년)에 합격, 현재 강호 법률사무소에서 활동 중인 이영욱(38) 변호사의 이야기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만화 창작 및 이용의 저작권법상 문제’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자칭·타칭 만화 마니아다. 명함에는 ‘만화가/변호사/공인중개사 이영욱’과 함께 직접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를 새길 만큼 만화와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평생 만화를 그리겠다”며 만화가와 변호사의 이중생활을 선언한 그를 만나 만화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화는 내 운명 “사실 그림을 정말 잘 그린 건 형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형의 손이 쓱쓱 지나가면 황홀한 그림이 완성됐고, 어린 마음에 신기해서 따라 그렸던 기억이 난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걸까. 그 역시 중·고교 시절 그림 대회에 나가 빠지지 않고 상을 탔다.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는 게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었다. 그의 형인 이영창씨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출신이지만 부모의 뜻을 따라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그림을 전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 역시 형의 변심(?)과 부모의 권유로 관심도 없던 법을 공부하게 된다. 그렇지만 속마음만은 바뀌지 않았다.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한 후에도 자연히 전공 공부는 만화 뒷전으로 밀려났다. “사실 학부 시절엔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웃음). 만화 동아리 ‘그림마당’에 들어가 무수히 많은 만화를 그렸고, 졸업할 무렵에는 아예 애니메이션 학원에 등록해 만화에 매진했다.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영욱이는 고대 만화학과 출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졸업 후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기를 살려 애니메이션·광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려니 회의가 들었다. 결국 그는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서 눈물겨운 고시생 생활에 돌입했다. 고시생 시절 본격 만화 연재 나서 하지만 그는 늦깎이 고시생이 된 후에도 만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만화가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신림동 고시 정보 신문인 ‘법률저널’에 고시생들의 애환을 담은 ‘고돌이의 고시생 일기’를 연재하게 된다. “만화를 계속 그리고 싶었고, 그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재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그린 원고 몇 개를 들고 무작정 법률저널 편집장을 찾아갔다. 흔쾌히 허락하셨고, 없던 만화 코너까지 만들어 주셨다.” 부모께 들키지 않기 위해 ‘이성욱’이란 가명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의 열의가 빛을 발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주 연재되는 이 네 컷짜리 만화는 고시생들 사이에 단연 화제가 됐고, 그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연재는 그가 공부를 한 3년여 간 지속됐고, 2002년 고시 합격 후 들어간 사법연수원에서도 ‘고돌이의 고시생 일기’는 연수원생들 사이에 회자됐다. 2003년엔 책으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법조인들의 가려운 곳 긁어 주는 만화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고 사회에 적응해 나갈 무렵 그는 다시 한번 만화 연재의 기회를 갖게 됐다. ‘고돌이의 고시생 일기’를 본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가 ‘대한변협신문’에 법조인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 볼 것을 권유했다. “겨우 변호사 2년차가 우리나라 변호사들을 대변하는 신문에 변호사에 관한 만화를 그린다는 게 너무 부담됐다. 하지만 용기를 내 ‘변호사 25시’라는 네 컷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대한변협신문도 ‘만화 그리는 변호사’의 등장으로 만화 코너가 처음 생기게 됐다. 독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워 벌써 100여 편이 넘게 연재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엔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변협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았다. “가장 큰 칭찬은 ‘(신문에서) 만화 빼고는 볼 게 없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다(웃음). 내가 그린 만화가 매개체가 돼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행복하다. 사실 그림은 자기 만족을 위해 그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지만 만화는 보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만화에 팬들이 남긴 댓글을 보여 줬다. “우리 속마음을 콕 찍어내 재미있는 만화로 그려줘 고맙다”는 응원 메시지가 대다수였다.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 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까지 내 홈페이지에 들러 관심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의 얼굴에선 행복감이 묻어났다. 시리즈 법률 만화 완성의 꿈 그는 최근 또 하나의 도전을 시작했다. 만화로 배우는 법률 서적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한 것. 지난해 ‘만화로 배우는 형사소송법 판례’를 출간한 것에 이어 이달 말 ‘만화로 배우는 민법 판례’가 나온다. “시리즈를 모두 펴내면 총 7권 정도가 될 것 같다. 두 번째 책 ‘민법 판례’는 내가 만화를 그리고 형이 해설을 써 더 뜻깊은 책이다.” 그가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법률 학습만화를 시리즈로 펴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사실 시중에 법률 공부를 만화로 할 수 있는 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 지식이 전무한 만화가가 작업하다 보니 허술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난 강점이 있는 사람 아닌가. 해야 할 일을 이제 시작하는 것뿐이다.” 그는 오는 10월 일본으로 떠난다. 대한변협의 ‘일본 영리더 프로그램’에 선발돼 일본 규슈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는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주관하는 장학제도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11개국 인재에게 석사과정 및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1년 동안 생활비·교통비·학비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게 된다. 그는 “일본은 만화 선진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일본에서 전공 분야인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더 깊이있게 공부도 하고, 기획 중인 책도 계속 집필할 예정”이라며 만화 속 어린아이처럼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글=홍연정기자 hong@ 사진=안윤수기자 ays77@ |
작성일 : 2009-07-22 오후 7:0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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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나와 조금 쑥스럽긴 합니다만..
그림도 화이트보드에 그린 것이라 영 엉성하네요.
위 기사에 나온대로, 저는 올해 10월부터 1년간 일본 큐슈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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