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 4컷 만화 변협신문 10년째 연재… 법조계 '고바우'
만화그리기 바쁜 이영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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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44·사법연수원 34기) 감우 변호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많은 변호사들이 그렇듯 나도 주중에는 매우 바쁜 편이라 주말은 보통 주중에 하지 못한 밀린 일을 하는 시간이 되곤 한다.
나의 주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만화 그리기'이다. 1999년 고시생 시절부터 그리기 시작한 4컷 만화가 2006년부터는 대한변협신문에 연재하는 '변호사25시'라는 만화가 되었고, 얼마 전 벌써 연재 10년, 400회를 돌파했다. 그 만화는 매주 목요일 밤 마감이라서 주말과 무관하지만 그 만화가 계기가 된 탓인지 요즘은 주말에 종종 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작업을 하고 있는 만화 작업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기획을 한 우리나라의 중요 저작권 판례 20개를 만화화하는 작업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된 '솔섬' 판결, 가수 서태지의 '컴백홈' 패러디 사건, 인기 작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글 사건, 인기 걸그룹 '시크릿'의 안무사건 등 재미있고 의미 있는 판결들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저작권을 변호사가 된 뒤에도 계속 공부해 올해 초 간신히 '저작권 계약' 쪽으로 모교인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긴 했지만, 이 저작권 판례 만화를 그리면서도 새삼 '저작권법이 참 어렵고도 재미있는 학문이구나' 실감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작 만화를 그리는 나도 판례 결론을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중요 판례를 만화화하는 작업을 해서 형인 이영창 판사와 성낙인 총장님, 오영근 교수님 등과 만화 민법 판례, 헌법 판례, 형법 판례 등 몇 권의 책을 내놓기도 했는데, 워낙 바쁜 터라 통 업데이트하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나의 연수원 교수님인 위재민 변호사님과 함께 개정작업을 한 '형사소송법 판례 만화'를 법률신문에서 전자책으로 출간하기로 하고 원고를 마감해서 넘겼는데 발행이 기다려진다.
고시생 시절부터 그리기 시작
중요 저작권 판례 20개 만화화 '형소법 판례만화' 도 곧 출간
"원래 좋아서 그렸던 것이지만 요즘 주말까지 시간 쫓겨 고민"
그 만화 외에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계간지 '법률구조'에 들어가는 법률만화인 '구공단 변호사와 상의하세요'를 수년째 그리고 있다. 재작년에는 춘천지방법원 최성준 전법원장님께서 부탁하셔서 재판절차를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만화를 그렸고, 작년에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사례 10개를 만화로 그리는 작업 등을 하기도 했다. 만화는 원래 좋아서 그렸던 것이지만 요즘은 다소 주말에까지 시간에 쫓기는 부담을 느끼게 되어 고민스럽다.
주중에는 매일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다 집에 가니,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숲'에 가서 자전거를 빌려 숲 여기저기를 누비면 정말 가슴 깊이 행복해진다. 나도 여느 아빠와 마찬가지로 딸 바보일까?
주말 하루 정도는 마음 편하게 가족과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최근에는 만화 작업과 토요일 강의(경희대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의 '엔터테인먼트 법' 강의)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다. 주말까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주말 밤 늦게 "아빠 집에 언제 와?"라는 딸의 전화에 가족에게 너무 미안할 때가 있다. 가정과 직업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 고민은 언제나 끝날까?
< 이영욱변호사 (법무법인 감우) >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95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