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제척 -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2도944 판결
이제 수사와 공소제기 절차에서 법원의 관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공판절차로 넘어왔다.
공판절차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문제는 해당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이 과연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문제이다. 쉬운 예로, 피고인이 해당 재판 법관의 아들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누가 봐도 해당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하여 형사소송법은 제17조 이하에서는 법원직원의 제척, 기피, 회피 제도를 두고 있는데,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법관을 배제하여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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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조(제척의 원인) 법관은 다음 경우에는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
1. 법관이 피해자인 때
2.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
3.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때
4.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증인, 감정인,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된 때
5.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대리인, 변호인, 보조인으로 된 때
6.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한 때
7.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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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절차로는 정식재판 절차 외에도, 비교적 경미한 사건의 경우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법원이 벌금 ·과료 또는 몰수형을 과하는 ‘약식명령’ 절차도 있다. 약식명령에 불복을 하면 정식재판 절차로 넘어간다.
본건에서는 약식명령과 정식재판과 관련하여 제척사유 중 ‘전심재판에 관여한 때’가 문제되었다.
■ 사건 개요
◦ 갑은 다단계조직의 가입자에게 상품의 판매를 알선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약식 기소되었고,
◦ 이에 대하여 판사 A는 약식명령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갑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판사 A가 다시 그 정식재판절차에서 갑에 대하여 심리하고 판결을 선고하였다.
■ 판결요지
◦ 약식절차와 정식재판절차는 동일 심급 내에서 절차만 달리하는 경우이므로, ◦ 약식명령을 발부한 법관이 정식재판절차의 제1심판결에 관여하였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17조 제7호에 정한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한 때'에 해당하여 제척의 원인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 해설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전심재판 또는 그 기초되는 조사ㆍ심리에 관여한 때는 제척사유가 되어 당해사건의 직무집행에서 당연히 배제되고, 제척사유 있는 법관이 재판에 관여한 때에는 상소이유가 된다.
◦ 이때 ‘전심’이란 상소에 의하여 불복이 신청된 재판으로서, 2심에 대한 1심, 3심에 대한 2심이나 1심을 말하고, ‘재판’은 종국재판을 의미한다.
◦‘전심관여’와 관련하여 약식명령을 한 판사가 정식재판을 담당하게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는데, 1) 약식명령의 경우에도 판사는 사건의 실체에 관하여 조사ㆍ심리에 관여하는 것이므로 예단ㆍ편견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에 해당한다는 견해와 2) 약식명령은 정식재판과 심급을 같이 하는 재판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이러한 논의는 즉결심판을 한 판사가 그 정식재판 사건에 관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위 판례는 후자의 견해를 따른 것이다. 다만, 약식명령을 한 판사가 그 정식재판의 항소심에 관여한 때에는 심급이 다르므로, 위 제척사유에 해당함을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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