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 남용 대법원 2001. 9. 7. 선고 20013026 판결

 

이제 수사기관이 수사를 마치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단계를 살펴보자.

공소제기(公訴提起) 또는 기소(起訴)란 검사가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소권(公訴權)은 이처럼 검사가 형사사건의 심판을 법원에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형사소송법은 공소권을 검사만이 행사할 수 있도록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데, 이를 기소독점주의’(起訴獨占主義)라고 말한다.

때로는 검사의 공소권 행사가 부적정하거나 부당한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검사의 공소권의 행사가 형식적으로는 적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당한 경우를 공소권 남용이라고 한다.

본건에서는 검사의 공소권 남용이 문제되었다.

 

 사건 개요

 갑은 운전면허 없이 피해자 A의 차를 운전하여 가 절취하였고, 절도죄로 지명수배 및 기소중지되었다가, 검거되었으나 무면허운전의 점에 대하여만 기소되었다.

 이후 갑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가석방으로 출소하였으나, 같은 날 다시 위 절도죄로 긴급체포되었다. 검사는 피의자신문시 갑이 차를 절취하여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검거되었다는 진술을 받았고,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종전 사건의 내용을 확인하지 아니한 채, 절도죄와 아울러 이미 처벌받은 무면허운전죄도 기소하였다.

 

 판결요지(공소권 남용 부분에 한함)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는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절도의 점은 공소권 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무면허 운전의 점은 면소판결.

 

 해설

 사안의 경우 절도와 무면허운전 모두에 대하여 동시에 기소가 가능하였음에도, 무면허운전에 대하여만 기소하여 형이 확정된 뒤,다시 절도죄로 기소한 것이 소추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같이 공소권의 행사가 형식적으로는 적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경우 이를 형식재판으로 종결시켜야한다는 이론을 공소권남용이론이라고 한다.

 공소권남용을 인정하는 명문규정이 없는 점과 검사에게는 광범위한 소추재량권이 인정되는 점에서 이를 인정할지 여부의 논란이 있으나,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통제 및 피고인을 조기에 형사절차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인정하는 것이 통설이다.

위 판결 역시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서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를 공소기각사유(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로 보고 있어, 공소권남용이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대법원이 공소권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사유로 본 경우는 위 판결 이외에는 함정수사의 경우가 유일하고, 학설상 주로 논의되는 다른 유형의 경우-혐의없는 사건의 공소제기 유형, 소추재량을 일탈한 공소제기 유형, 차별적 공소제기 유형-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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