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변경의 필요 여부>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도1091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을과 이틀 동안 과음하여 만취된 상태에서 시비가 되어 서로 싸우던 중 격분하여 모래사장에 엎어진 을의 뒷머리를 잠시 누르게 되었고, 을은 그로 인해 질식사하였다.

검사는 갑을 을에 대한 살인죄로 공소제기하였고, 갑은 살인의 고의를 다투었다.(당시 취해서 잠시 기억을 상실하였다고 진술) 이에 대하여 1심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반면, 항소심은 살인의 고의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갑이 을을 폭행하여 을로 하여금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갑에 대하여 폭행치사죄를 인정하였다.

 

2. 판결요지

공소가 제기된 살인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그 증명이 없으나 폭행치사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도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반드시 폭행치사 사실을 포함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폭행치사죄를 인정함은 결국 폭행치사죄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 검사의 공소장변경 없이는 이를 폭행치사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3. 해설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실과 법원의 심리결과 인정되는 사실이 다르다고 하여 언제나 공소장변경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공소사실과 다르게 인정할 수 있다.(사실기재설)

따라서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할 범죄사실 사이에 구성요건이 다른 경우라도 (1)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예컨대, 강간치상죄와 강간죄)나 (2) 사실의 변화 없이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경우(예컨대, 배임죄와 횡령죄)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변경을 요하지 않는다.

이 사안과 같은 살인죄와 폭행치사죄의 경우는 위 (1)의 경우에 해당하여 공소장변경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으나, 대법원은 위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폭행치사죄와 달리 피고인에게 그 행위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는 요건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점을 중시해(즉, 방어의 초점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한 듯 하다.) 폭행치사죄와 살인죄와의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 또는 흡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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