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범의 공동정범>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3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적어도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그 공모에는 참여하였으나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 대하여도 그가 현장에서 절도 범행을 실행한 위 2인 이상의 범인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는 한 그 다른 범인에 대하여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이 위와 같이 3인 이상이 공모하고 적어도 2인 이상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실행한 경우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공동정범의 성립가능성을 제한한다면 직접 실행행위에 참여하지 아니하면서 배후에서 합동절도의 범행을 조종하는 수괴는 그 행위의 기여도가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합동절도에서도 공동정범과 교사범•종범의 구별기준은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 범행현장에 존재하지 아니한 범인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장소적으로 협동한 범인도 방조만 한 경우에는 종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해설

먼저 판례는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를 인정하지 않고 절도죄(제329조)를 인정한다. 그런데 331조 제2항은 절도죄의 합동범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합동범의 법적 성격에 대해 통설은 현장성설을 취하고 있었다. 즉, 현장에서 절취행위를 한 사람만 합동범이 될 수 있고, 현장에 있지 않지만 절취행위에 정범으로 관여한 사람은 절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설의 입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절도 현장에 있지 않았으므로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지 않고, 합동절도죄의 방조범이나 단순절도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에게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인정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붙잡아 두는 행위는 절도범행을 기능적으로 분담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절도현장에 있지 않은 범인도 합동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합동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이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기 위해서는 공범들 중 2인 이상이 현장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판결은 현장성설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합동범에까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을 기점으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도2994 판결,  대법원 2009.9.24. 선고 2008도6994 판결 등)고 하여 판례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범위를 제한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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