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와 긴급체포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체포는 상당한 범죄혐의가 있고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피의자를 단기간 수사관서 등에 가두어 놓는 제도이다. 체포는 보통 구속에 앞서서 하는 강제수사이지만, 체포 없이 곧장 구속을 할 수도 있다.

우리 법상 체포의 종류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기본적인 형태), 긴급체포, 현행범 체포의 세 가지가 있다.

긴급체포는 중대한 범죄혐의가 있고, 법관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 먼저 긴급하게 체포를 한 후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는 제도인데, 근거 규정은 아래와 같다.

200조의3(긴급체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긴급체포에 관한 법원의 입장을 살펴보자 


사건 개요

검사는 현직 군수인 갑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보한 다음 수사관을 군청 군수실에 보내었으나, 갑이 그곳에 없어 군청공무원에게 행방을 확인하자, 갑이 미리 알고 자택 옆 농장 농막에서 기다릴 것이니 수사관이 오거든 그곳으로 오라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수사관이 위 농장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갑을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검사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까지 갑을 유치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긴급체포의 적법성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문제되었다.

 

판결요지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하다.

위법한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

 

해설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긴급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이다.

여기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사후에 밝혀진 사정이 아니라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으나, 긴급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한 체포라 할 것이다.

이러한 위법은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중대한 것이니 그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

사안의 경우 갑이 군수여서 소재 파악이 쉬웠던 점, 관련자의 진술 확보 후 체포영장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 갑이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의도가 없었고 조사에 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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