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거부권과 진술거부권의 불고지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도682 판결

 

우리 헌법은 제12조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00(피의자의 출석요구와 진술거부권의 고지)에서도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전항의 진술을 들을 때에는 미리 피의자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처럼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공판절차 또는 수사절차에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진술거부권(陳述拒否權)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이렇게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리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에 관한 법원의 입장을 살펴보자.

 

사건 개요

갑 등은 범죄단체인 신 이십세기파를 조직하고 그 수괴로서 조직전체를 통솔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기소되었다.

1심과 2심은 공범으로서 별도로 기소된 피고인 을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검사와 을이 대화하는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검증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여 갑 등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갑 등은 위 녹화 당시 을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위 녹화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상고하였다.

 

판결요지

공범으로서 별도로 공소제기된 다른 사건의 피고인 을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피의자인 을과 그 사건에 관하여 대화하는 내용과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법원의 검증조서는 이러한 비디오테이프의 녹화내용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피의자신문조서와 실질적으로 같다고 볼 것이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준하여 그 증거능력을 가려야 한다.

검사가 위 녹화 당시 위 을의 진술을 들음에 있어 미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한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위 녹화내용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러한 녹화내용에 대한 법원의 검증조서 기재는 유죄증거로 삼을 수 없다.

 

해설

사안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얻은 자백의 증거능력이 문제되고 있다.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진술거부권에 대한 침해가 되므로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으나,

그 근거에 있어서는 1)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때에는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의하여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한다는 견해, 2)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얻은 자백은 그 임의성에 의심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위 판결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2007. 6. 1)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명문화하고 있다(308조의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