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동의 없이 임의제출한 혈액에 대한 감정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도968 판결

 

1. 사건개요

갑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내어 반대차선 운전자인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기 역시 병원에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 측의 요구에 따라 경찰관이 갑의 음주운전 여부를 수사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의식이 없고, 갑의 가족들도 현장에 없자, 마침 의료원 간호사가 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갑의 혈액 중 일부를 위 간호사로부터 임의로 건네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혈중알콜농도의 감정을 의뢰하였더니, 혈중알콜농도 0.09%의 주취상태였다는 감정회보가 나왔다.

감정회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됨.

 

2. 판결요지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해설

혈액채취는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강제채혈은 강제처분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은 동의에 의한 혈액채취를 인정하고 있고, 신체의 건강을 해하지 않을 정도라면 동의에 의한 채혈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경찰관이 감정목적으로 갑의 동의 없이 직접 채혈한 경우뿐 아니라,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채혈을 한 경우도 그 실질은 강제채혈과 다름없으므로 영장주의에 위배된다.

한편,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형소법 제218조), 혈액은 신체로부터 분리된 이상 ‘물건’이므로 압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안과 같이 간호사가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이때는 강제채혈로 볼 수 없을 것이다.)한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하여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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