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의 해석과 소위 예문해석>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6231 토지수용등 

 

 

사실관계:
을(서울특별시)은 적법한 보상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년 동안 갑 소유의 토지를 상수도용지로 점유하여 사용해왔다. 갑은 을을 상대로 토지를 을이 수용해주거나 토지사용료를 달라고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도중 을은 갑에게 토지를 자신에게 팔라고 제의하였고, 이에 갑과 을의 담당공무원 A는 1995. 11월 토지대금을 87,112,500원으로, 그 중 75,750,000원은 계약일에, 나머지는 대금은 1996년도 예산에 편성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A는 미리 작성해 둔 매매계약서를 가져와 갑에게 서명, 날인하라고 요구하였고, 갑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채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매매계약서는 을이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식화된 문서로서 내용 중에는 “갑은 계약이 성립되면 계약일 이전의 토지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을에게 주장하지 못한다”는 부동문자(不動文字)로 인쇄된 조항도 들어 있었다.
갑은 매매계약을 마치면서 A에게 토지의 기존사용료도 1996년 예산에 편성하여 지급하라고 요구하였고, A는 최근 5년간의 사용료는 보상받을 수 있는데, 자신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니 다른 부서에 문의하라고 하였으며, 당시 법원에서 소송 중이던 이 사건의 취하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갑은 을로부터 토지사용료를 지급받지 못하자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서 을에 대하여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을은 매매계약상 갑이 기존사용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로 하였으니 이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결요지:

[처분문서의 내용이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면 인쇄된 예문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 기재를 합의의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처분문서라 하여 바로 당사자의 합의의 내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그 계약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예문에 불과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① 매매계약 당시 토지대금에 관한 협의만 있었던 점, ② 갑이 A에게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했던 점, ③ 매매계약을 체결한 A가 사용료는 다른 부서로 가서 요구하라고 말했던 점, ④ A가 을에게 소송의 취하를 권유한 바 없는 점, ⑤ 매매계약서 중 권리포기 조항은 을이 토지를 구입할 때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식화된 것인 점 등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면, 매매계약 당시 갑, 을 사이에는 기존의 사용료에 대한 권리(부당이득반환청구권)를 포기하기로 한 의사의 합치는 없었다고 판단되고, 따라서 매매계약서 상의 권리포기에 관한 문구의 기재는 단순히 예문(例文)에 불과하고, 따라서 갑은 을에게 토지의 기존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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