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와 호의행위의 구분>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다43486 임대차보증금

 

 

사실관계:
갑은 A에게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을 주고 A의 건물을 임차했는데, 선순위저당권의 실행으로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건물에서 나와야 했다.
이에 갑은 수차례 A의 아들인 을을 찾아가 임대차보증금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고, 결국 을은 자신이 갑의 임차보증금을 책임지고 해결하겠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였으나 약정서나 각서를 작성해주지는 않았다.
그 후 갑은 을의 도움으로 을이 동석한 상태에서 건물의 경락인으로부터 이사비조로 1,300만 원을 지급받았으나, 나머지 돈은 받지 못하자 ‘을이 임차보증금을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을을 상대로 1,2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을은 자신이 갑에게 그와 같이 말은 했으나 이는 갑이 임차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이지 법적인 책임까지 지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판결요지:
[법률행위의 해석방법]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문언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그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낙찰대금에서 배당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임대인의 아들을 찾아가 임대차보증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 따지자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으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 경우, 그 말의 객관적 의미는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를 법적으로 부담할 수는 없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그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취지이다.

 

 

해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비록 을이 갑에게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하였으나, 낙찰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한 임차인이 수차례 임대인의 아들을 찾아가 임대차보증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이 말이 나온 것이라면 그 말의 객관적 의미는 ‘최대한 협조하겠다’ 또는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과 같이 법률적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겠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이행을 사실상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법률행위의 해석과 소위 예문해석>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36231 토지수용등 

 

 

사실관계:
을(서울특별시)은 적법한 보상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년 동안 갑 소유의 토지를 상수도용지로 점유하여 사용해왔다. 갑은 을을 상대로 토지를 을이 수용해주거나 토지사용료를 달라고 진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도중 을은 갑에게 토지를 자신에게 팔라고 제의하였고, 이에 갑과 을의 담당공무원 A는 1995. 11월 토지대금을 87,112,500원으로, 그 중 75,750,000원은 계약일에, 나머지는 대금은 1996년도 예산에 편성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A는 미리 작성해 둔 매매계약서를 가져와 갑에게 서명, 날인하라고 요구하였고, 갑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은 채 서명날인을 하였는데, 매매계약서는 을이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식화된 문서로서 내용 중에는 “갑은 계약이 성립되면 계약일 이전의 토지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을에게 주장하지 못한다”는 부동문자(不動文字)로 인쇄된 조항도 들어 있었다.
갑은 매매계약을 마치면서 A에게 토지의 기존사용료도 1996년 예산에 편성하여 지급하라고 요구하였고, A는 최근 5년간의 사용료는 보상받을 수 있는데, 자신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니 다른 부서에 문의하라고 하였으며, 당시 법원에서 소송 중이던 이 사건의 취하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갑은 을로부터 토지사용료를 지급받지 못하자 소송을 취하하지 않고서 을에 대하여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을은 매매계약상 갑이 기존사용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기로 하였으니 이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판결요지:

[처분문서의 내용이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다면 인쇄된 예문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 기재를 합의의 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처분문서라 하여 바로 당사자의 합의의 내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그 계약 내용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것이 예문에 불과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① 매매계약 당시 토지대금에 관한 협의만 있었던 점, ② 갑이 A에게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했던 점, ③ 매매계약을 체결한 A가 사용료는 다른 부서로 가서 요구하라고 말했던 점, ④ A가 을에게 소송의 취하를 권유한 바 없는 점, ⑤ 매매계약서 중 권리포기 조항은 을이 토지를 구입할 때 일률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식화된 것인 점 등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면, 매매계약 당시 갑, 을 사이에는 기존의 사용료에 대한 권리(부당이득반환청구권)를 포기하기로 한 의사의 합치는 없었다고 판단되고, 따라서 매매계약서 상의 권리포기에 관한 문구의 기재는 단순히 예문(例文)에 불과하고, 따라서 갑은 을에게 토지의 기존사용료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동시사망과 대습상속>

 

대법원 2001.3.9.선고 99다13157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사건

 

 

사실관계:

A는 B와 결혼하여 자녀 C, D을 두었다. C는 을(A, B의 사위)과 결혼하여 자녀 C1, C2를 두었고, D는 F와 결혼하여 자녀 D1를 두었다.
이 가족들은 괌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을은 사정상 나중에 여행에 합류하기로 하였고, 이에 나머지 가족들 모두(A, B, C, D, F, C1, C2, D1)는 한 비행기로 괌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이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을 하여 가족 전원이 사망하였다.
그 후 을이 A의 부동산에 대하여 대습상속인임을 이유로 상속등기를 신청하여, 을 명의의 등기가 마쳐졌다. 그러자 A의 형제자매들인 갑1, 갑2, 갑3은 (1) 동시사망의 경우에는 대습상속이 일어나지 않고, (2) 추정상속인 전원이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이 아니라 본위상속이 이루어지며, (3) 피대습자의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들을 배제하고 단독상속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들을 하면서 을 명의로 이루어진 상속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대습상속과 동시사망 추정제도의 취지] 원래 대습상속제도는 대습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함으로써 공평을 꾀하고 생존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하여 주려는 것이고, 또한 동시사망 추정규정도 자연과학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동시사망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나 사망의 선후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다루는 것이 결과에 있어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데에 그 입법 취지가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피대습자, C)의 배우자(대습자, 을)는 피대습자(C)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을 하고, 피대습자(C)가 상속개시 후에 사망한 경우에는 피대습자를 거쳐 피상속인(A)의 재산을 본위상속을 하므로 두 경우 모두 상속을 하는데, 만일 피대습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즉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만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가 본위상속과 대습상속의 어느 쪽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동시사망 추정 이외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앞서 본 대습상속제도 및 동시사망 추정규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1001조의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와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목적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해설

민법에는 대습상속의 요건으로 '상속인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으므로 ‘상속인와 피상속인이 동시에 사망한 경우’에는 대습상속이 발생하는가가 민법상 규정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은 동시사망의 경우에 대습상속이 되지 않는다는 보면 위와 같이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여 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대법원이 법률해석을 통해 법률의 흠결이 보충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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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만화 6컷 중 하단의 2컷인 "원고, 피고의 주장" 부분(통상 5컷에 등장하는 사람이 원고, 6컷에 등장하는 사람이 피고)은 사건의 쟁점을 부각시키고 이에 상반된 주장을 대조시킴으로써 판례의 쟁점을 이해하기 쉽게 하고자 가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즉, 만화에서의 원고와 피고의 주장은 실제 소송에서의 원고와 피고의 주장인 경우도 있지만, 하급심 판례의 내용이거나 학설의 내용인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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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에 걸쳐 "만화로 배우는 민법 판례" 중 일부를 출판사측의 양해를 얻어 공개합니다.

그럼 어려운 민법 판례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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