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증언을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2000. 6. 15. 선고 99도110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개요

A는 갑에 대한 변호사법위반 사건 1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갑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그러자 검사는 A를 검찰청으로 소환한 다음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위 증언이 진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내어 그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고, 갑은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시 검사의 증인신청으로 A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위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였다.

 

2. 판결요지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고, ⓐ종전 증인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여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

 

3. 해설

공소제기 후에도 공소제기를 유지하거나 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의수사는 가능하기 때문에, 참고인조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다만, 피고인신문에 대하여는 견해대립)

문제는 사안과 같이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증인을 수사기관이 다시 신문하여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소제기 후에는 원칙적으로 법원에 의하여 증인신문이 행해짐이 원칙이기 때문에(즉, 증인으로 다시 재소환이 가능한데도), 임의수사라고 하여 참고인 조사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은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에 반함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가 통설이다.

판례의 경우 종전에는 위와 같이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도, 그 후에 종전 증인을 다시 소환하여 증인으로 환문하면서 위 진술조서 기재내용에 관하여 피고인측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였다가(92도1555), 위 판결과 같이(ⓐ) 태도를 변경하였다.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기준>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

 

1. 사건개요

갑은 을이 피해자로부터 강취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를 장물인 정을 알면서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는 내용의 장물취득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이후 갑과 을이 합동하여 위 장물취득과 인접한 일시, 장소에서 갑은 망을 보고, 을은 술에 취해 졸고 있던 피해자를 때려 반항을 억압한 후 국민카드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을 꺼내어 가 강취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에 의하여 판단되는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는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 없고, 규범적 요소(피해법익, 죄질 등)도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 사이에는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소판결사유가 아님)

 

3. 해설

사안의 경우 판결이 확정된 장물취득사실과 나중에 기소된 강도상해죄가 동일한 사실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양자간에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위 강도상해 공소는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형소법 제326조 제1호).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있어 대법원과 다수설은 공소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판단할 때 공소사실과 기초적인 사회적 사실 사이에 지엽적인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기본적 사실동일설)를 취하여 왔고, 위 판결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본래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법적 평가를 문제 삼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적ㆍ전법률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임에 반하여, 위 판결은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위 장물취득 사실과 강도상해 공소사실이 범행일시와 장소가 근접하고 피해품이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의사불벌죄로의 공소장변경과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시한>

 

대법원 1988. 3. 8. 선고, 85도2518 판결

 

1.사건개요

검사는 갑을 상해죄로 기소하였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예비적으로 폭행죄를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갑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가 항소심 법정에서 갑의 처벌을 원하지 않음을 명시하여 진술하였다.

항소심은 상해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폭행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음에 근거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형소법 제327조 제6호)

 

2. 판결요지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제3항의 취지는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1심판결선고 이전까지로 제한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므로 비록 항소심에 이르러 비로소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공소장변경이 있었다 하여 항소심인 제2심을 제1심으로 볼 수는 없다.

 

3. 해설

고소는 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형소법 제232조 제1항), 이는 반의사불벌죄에도 준용되고 있는데(동조 제3항), 이러한 친고죄에 있어 고소취소(제327조 제5호)나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동조 제6호)는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

문제는 사안과 같이 비친고죄로 공소제기되었으나, 항소심에 이르러 친고죄(혹은 반의사불벌죄)로 인정되거나 공소장변경이 된 경우이다.

이에 대하여는 소송조건의 구비 여부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즉 위와 같은 경우 공소장변경이 된 항소심까지) 고소취소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대법원은 형소법 제232조 제1항을 형식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 사안과 같은 경우에도 항소심을 1심으로 보아 고소취소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사안의 경우 폭행죄의 유죄인정)

 

 

 

 

 

<피의자의 동의 없이 임의제출한 혈액에 대한 감정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도968 판결

 

1. 사건개요

갑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내어 반대차선 운전자인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기 역시 병원에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 측의 요구에 따라 경찰관이 갑의 음주운전 여부를 수사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의식이 없고, 갑의 가족들도 현장에 없자, 마침 의료원 간호사가 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갑의 혈액 중 일부를 위 간호사로부터 임의로 건네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혈중알콜농도의 감정을 의뢰하였더니, 혈중알콜농도 0.09%의 주취상태였다는 감정회보가 나왔다.

감정회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됨.

 

2. 판결요지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해설

혈액채취는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강제채혈은 강제처분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은 동의에 의한 혈액채취를 인정하고 있고, 신체의 건강을 해하지 않을 정도라면 동의에 의한 채혈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경찰관이 감정목적으로 갑의 동의 없이 직접 채혈한 경우뿐 아니라,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채혈을 한 경우도 그 실질은 강제채혈과 다름없으므로 영장주의에 위배된다.

한편,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형소법 제218조), 혈액은 신체로부터 분리된 이상 ‘물건’이므로 압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안과 같이 간호사가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이때는 강제채혈로 볼 수 없을 것이다.)한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하여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다.

 

 

 

 

 

<공소장변경요구의 법적 성질>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도2518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갑과 A 공동명의의 입금확인서를 위조하여 행사한 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항소심은 위 입금확인서가 컴퓨터 활자로만 작성되었고, A의 이름 다음에 날인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진정한 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외관과 형식을 갖춘 완성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항소법원이 사문서위조미수죄로 공소장변경을 요구하거나 스스로 사문서위조미수죄의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상고.

 

2. 판결요지

(1)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의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2)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3. 해설

사안에서 갑의 행위는 사문서위조죄는 되지 않지만, 사문서위조미수죄에는 해당할 여지가 크고, 기소범으로 기소된 경우는 공소장변경 없이도 미수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법원은 심리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변경을 요구하여야 하는데(제298조 제2항), 사안과 같이 검사가 미수범으로 공소장변경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법원이 공소장변경의 요구 없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은지, 이 경우 공소장변경 없이도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공소장변경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은지에 있다.

학설은 법원의 공소장변경요구를 의무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으나(의무로 보는 경우에는 사안의 경우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게 된다.), 위 판결은 재량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판례는 공소장변경이 없음을 이유로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죄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99도3674), 법원의 예외적 심판의무(공소장변경요구의무가 아닌)를 인정하고 있다.

  

  

 

 

<이혼소장각하와 간통고소의 효력>

 

대법원 1975. 6. 24. 선고 75도1449판결

 

1. 사건 개요

갑의 처인 A는 갑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갑과 그의 정부인 을을 간통으로 고소하였다.

을이 먼저 검거,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는 항소를 포기하여 판결이 확정되었고, 갑은 을보다 늦게 검거되어 기소되었다.

그런데, 갑에 대한 간통피고사건의 재판 도중 위 이혼사건이 취하 간주되어 버렸고, 이에 따라 항소심은 갑에 대한 이사건 간통고소는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 고소가 유효조건을 소급하여 상실한 이상 이사건 공소도 소급하여 그 소추조건을 결여한 것으로 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

 

2. 판결요지

간통피고사건에 대한 제1심판결 선고 후에 고소인의 이혼심판청구 사건이 취하간주된 경우에는 간통고소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간통의 상간자가 이미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어도 이론을 달리하지 않는다.

 

3. 해설

친고죄의 공범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제1심 판결선고 전의 다른 공범자에 대하여는 그 고소를 취소할 수 없는데(85도1940 판결), 사안의 경우 이러한 법리가 간통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통죄의 경우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형소법 제229조 제2항), 이 경우 고소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친고죄의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공범자에 대하여 1심 판결이 선고된 후에도 고소가 취하된 경우(소장 각하된 경우나 소취하 간주된 경우도 이에 포함됨)에는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사안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

 

 

 

 

 

<재전문증거의 증거능력>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159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A(생후 30개월, 여)에 대한 강제추행죄로 기소되었다. 유죄의 증거로는 A, B(A의 모), C(A의 부)의 각 증언 및 동인들과 D(인천성폭력상담소 상담원)에 대한 진술조서 등이 제출되었는데, B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은 모두 A로부터 갑에게 추행을 당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고, C의 법정진술(ⓒ) 및 D의 검찰에서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B가 A로부터 들었다는 피해사실을, B로부터 다시 전해 들어서 알게 되었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 각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건임.

 

2. 판결요지

(1)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또는 제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각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2) 형사소송법은 전문진술에 대하여 제316조에서 실질상 단순한 전문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재전문진술이나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는 달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3. 해설

‘진술조서’는 법관면전이 아닌 수사기관이 들은 것을 기재한 것이므로, 전문증거(서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전문증거인 경우 2단계의 전문성을 띠게 되는데, 이와 같이 전문증거가 그 내용상 전문증거를 포함하는 경우를 재전문증거(또는 이중의 전문증거)라고 한다.

형소법은 이러한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어 재전문증거 나아가 재재전문증거(또는 누적적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ⅰ)전문성이 문제되는 각 부분에 대해 전문법칙의 예외 요건이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견해, (ⅱ)재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 (ⅲ)재전문증거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인정하나, 재전문증거에 대하여는 부정하는 견해 등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판례는 재전문증거에서도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재전문진술이나 재재전문증거에 대하여는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

 

 

 

 

 

<함정수사>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1247 판결

 

1. 사건개요
검찰수사관은 A에게 마약밀거래 제보를 해주면, 마약사건으로 구속된 B의 공적으로 인정해 B를 선처해 주겠다고 제의하였고, 이에 A는 B를 돕기 위해 애인이었던 갑에게 접근하여, 수사기관과 B를 돕기 위해 히로뽕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히로뽕을 구입할 자금까지 건네주었다. 이에 갑은 처음에는 그럴 의사가 없다가 A의 부탁에 못 이겨 중국에 가서 히로뽕을 매입하여 국내로 수입하던 중 A의 제보로 인천공항에서 C에게 체포되었다.


2. 판결요지
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기한 공소기각판결)


3. 해설
함정수사에는 이미 범죄의사를 가지고 있는 자에 대하여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기회제공형)와 범죄의사 없는 자에게 범죄를 유발한 경우(범의유발형)가 있다. 학설 및 판례는 전자의 경우 적법하다고 보는데 대부분 일치하나, 후자의 경우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특히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있어서는 피교사자의 구제방법과 함정수사에 의하여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이 문제된다. 피교사자의 구제방법과 관련해서는, 함정수사는 적법절차에 위배하여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는 경우이므로 공소제기가 무효라는 견해(공소기각설), 함정수사는 국가기관이 사술을 이용하여 범죄를 유발시켰다는 점에서 국가기관의 염결성을 해쳤다는 측면과 수사기관이 제공한 범죄의 동기나 기회를 일반시민이 뿌리칠 수 없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무죄판결을 해야한다는 견해(무죄판결설), 함정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위법성과 책임이 조각되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로 범죄를 실행한 이상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가벌설)가 대립되고 있다. 위 판례는 공소기각설의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소불가분의 원칙이 반의사불벌죄에도 준용되는지 여부>

 

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

 

1. 사건 개요

갑, 을, 병은 공모하여 망 A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 동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위 A의 전 보좌관 B, C에 대해서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출판물에 게재하였다. 이에 A의 유족인 처 D와 동생 E 그리고 B, C가 갑, 을, 병을 사자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그런데, 갑, 을, 병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던 중에 B, C, D, E는 을과 병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였고, 갑에 대하여는 고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1심 법원은 갑, 을, 병 전원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검사의 항소에 의한 항소심 역시 검사의 공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

 

2. 판결요지

형사소송법이 고소와 고소취소에 관한 규정을 하면서 제232조 제1항, 제2항에서 고소취소의 시한과 재고소의 금지를 규정하고, 제3항에서는 반의사불벌죄에 제1항, 제2항의 규정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면서도, 제232조에서 고소와 고소취소의 불가분에 관한 규정을 함에 있어서는 반의사불벌죄에 이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에 관하여 친고죄와는 달리 공범자간에 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자 함에 있다고 볼 것이지, 입법의 불비로 볼 것은 아니다.

 

3. 해설

사자명예훼손죄의 경우 친고죄이므로(형법 제312조), 고소취소의 주관적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고소인들의 을, 병에 대한 고소취소로 갑에 대한 공소부분도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

문제는 사안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와 같은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는 고소 및 고소취소의 불가분의 원칙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도 고소불가분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고소인의 자의에 의하여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좌우되는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준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도 이를 준용할지 여부를 입법정책의 문제이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를 조건으로 하는 이유나 방법에 있어 친고죄와 차이가 있으므로, 준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갑의 경우 사자명예훼손죄에 대하여만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하여는 실체판단을 하여야 한다.

 

 

 

 

 

 <공소장변경의 필요 여부>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도1091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을과 이틀 동안 과음하여 만취된 상태에서 시비가 되어 서로 싸우던 중 격분하여 모래사장에 엎어진 을의 뒷머리를 잠시 누르게 되었고, 을은 그로 인해 질식사하였다.

검사는 갑을 을에 대한 살인죄로 공소제기하였고, 갑은 살인의 고의를 다투었다.(당시 취해서 잠시 기억을 상실하였다고 진술) 이에 대하여 1심은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반면, 항소심은 살인의 고의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갑이 을을 폭행하여 을로 하여금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갑에 대하여 폭행치사죄를 인정하였다.

 

2. 판결요지

공소가 제기된 살인죄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그 증명이 없으나 폭행치사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도 살인죄의 구성요건이 반드시 폭행치사 사실을 포함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공소장의 변경 없이 폭행치사죄를 인정함은 결국 폭행치사죄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에 검사의 공소장변경 없이는 이를 폭행치사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3. 해설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실과 법원의 심리결과 인정되는 사실이 다르다고 하여 언제나 공소장변경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공소사실과 다르게 인정할 수 있다.(사실기재설)

따라서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할 범죄사실 사이에 구성요건이 다른 경우라도 (1)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사실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예컨대, 강간치상죄와 강간죄)나 (2) 사실의 변화 없이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경우(예컨대, 배임죄와 횡령죄)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변경을 요하지 않는다.

이 사안과 같은 살인죄와 폭행치사죄의 경우는 위 (1)의 경우에 해당하여 공소장변경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여지도 있으나, 대법원은 위 살인죄의 공소사실은 폭행치사죄와 달리 피고인에게 그 행위로 인한 사망이라는 결과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는 요건에 관한 기재가 없다는 점을 중시해(즉, 방어의 초점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한 듯 하다.) 폭행치사죄와 살인죄와의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 또는 흡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공소장변경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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