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범위를 초과한 현금카드에 의한 현금인출의 죄책>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3516 판결

 

판결요지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해 오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이와 함께 현금카드를 건네받은 것을 기화로 그 위임을 받은 금액을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 상당을 위법하게 이득할 의사로 현금자동지급기에 그 초과된 금액이 인출되도록 입력하여 그 초과된 금액의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그 인출된 현금에 대한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 때에 그 인출한 현금 총액 중 인출을 위임받은 금액을 넘는 부분의 비율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그 차액 상당액에 관하여 형법 제347조의2(컴퓨터등사용사기)에 규정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로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된다.

 

해설
이 판결은 위임범위를 초과하여 타인의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하여 영득한 경우 초과금액에 대해 컴퓨터사용사기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전원합의체판결이 아니므로 권한없이 타인의 현금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아닌 절도죄를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178 판결)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이전의 판결들과 이 판결을 종합하면, 대법원은 타인으로부터 전혀 위임을 받지 아니하고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범위를 초과하여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된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권한없이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재물이고 재산상 이익이 아닌데, 권한을 초과하여 인출한 현금은 왜 재물이 아닌 재산상 이익이 되는지 분명하지 않다.
둘째, 제347조의2는 ‘권한없이 정보의 입력’을 규정하고 있는데, ‘권한을 초과한 정보의 입력’이 ’권한없는 정보의 입력‘에 포함된다고 하는 것은 언어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유추해석이 될 수 있다.

 

 

 

<공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다수의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은 업무를 통한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보호하려는 데 있으므로, 그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고, 여기서 ‘사무’ 또는 ‘사업’은 단순히 경제적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사람이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의미한다. 한편,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별도로 규정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의 집행’이란 널리 공무원이 직무상 취급할 수 있는 사무를 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죄의 보호법익이 공무원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하여지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고, 여기에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는 그 보호법익과 보호대상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의 행위유형에 비하여 공무집행방해죄의 행위유형은 보다 제한되어 있다. 즉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협박에 이른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 이에 이르지 아니하는 위력 등에 의한 경우는 그 구성요건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또한, 형법은 공무집행방해죄 외에도 여러 가지 유형의 공무방해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마련하여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처벌조항 이외에 공무의 집행을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받도록 하여야 할 현실적 필요가 적다는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하여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해설

이 판결은 위력을 행사하여 공무원들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거나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종전의 입장(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도1959 판결,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도5883 판결)을 변경하고, 공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하였다.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위법성조각>

 

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도3191 판결

 

판결요지
신문기자가 내용 중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신문기사를 보도한 경우, 기사 작성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그 기사 내용을 작성자가 진실하다고 믿었으며 그와 같이 믿은 데에 객관적인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

 

해설
이 판결은 객관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행위자가 진실한 사실로 믿고 그렇게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통설은 객관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을 때에는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제310조의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있다고 믿었으므로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전제)사실의 착오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로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이 조각된다. 또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제한고의설이나 엄격책임설에 의하면 제307조 제1항의 죄책을 지고, 엄격고의설이나 제한책임설에 의하면 과실 명예훼손행위가 되어 처벌되지 않는다. 

 

 

 

<여성으로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죄의 성립여부>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3580 판결

 
판결요지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둥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 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 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으므로, 성의 결정에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해설
이전의 판례는 여성으로 성전환자를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그러나 성구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결론이 바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판결이 아니므로 위의 96도791판결의 법리를 변경한 것이 아니고 그 적용만을 달리 한 것이다. 사람의 성을 사회통념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96도791판결의 취지를 따른다면 강간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형법의 전면개정작업과정에서도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가 아닌 사람으로 규정하여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유기죄에서 법률상 보호의무>

 

 

대법원 1977.1.11. 선고 76도3419 판결

 

 

판결요지
현행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어 명문상 사회상규상의 보호책임을 관념할 수 없다고 하겠으니 유기죄의 죄책을 인정하려면 보호책임이 있게 된 경위 사정관계등을 설시하여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보호의무를 밝혀야 하고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일정거리를 동행한 사실만으로서는 피고인에게 법률상 계약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해설
이 판결은 유기죄의 주체를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있는 자’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사회상규상 혹은 조리상의 구호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라고 하는 취지이다. 이는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따라 긴급구호의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의사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통설, 판례는 사회상규 또는 조리에 의한 작위의무를 인정하므로, 만약 검사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하였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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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약 10회에 걸쳐 만화형법판례 각론편을 연재합니다.

역시 한양대 오영근 교수님과 작업했습니다.

현재 작업은 다 끝났고 출판사에서 교정 편집중입니다.

 

"변호사25시"는 신문연재와의 일정상 한회 쉽니다.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의 위헌성>

 

헌법재판소 2009. 6.25. 선고  2007헌바25

 

결정요지
  형법 제57조 제1항은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한다. 더욱이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이와 같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해설
  이 결정은 형법 제57조 제1항의 미결구금일수를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위헌이라고 한다. 결국 미결구금일수는 그 전부를 산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대의견은 ①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②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③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①적법절차에 따라 미결구금된 사람 역시 무죄추정을 받으므로, 적법절차원칙이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라고는 할 수 없고, ②미결구금이 형의 집행과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구금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③피고인의 절차지연은 피고인이 책임질 것이 아니라 법원이 피고인의 절차지연을 방지할 책임이 있고, 설사 피고인에게 절차지연의 책임을 돌린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에 의해야 하지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하는 것은 구금되어 있던 기간을 구금되어 있지 않던 기간이라고 하는 것으로서 사리에 맞지 않는다.

 

 

 

 

<사형제도의 위헌여부>

 

 

헌법재판소 2010. 2. 25, 2008헌가23

 

 

결정요지

 

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법률에 의하여 사형이 형벌로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의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도 단심으로 할 수 없고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우리 헌법은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

 

나.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생명권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기본권 제한의 구조와는 달리, 생명의 일부 박탈이라는 것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필연적으로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게 되는바, 위와 같이 생명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생명권의 박탈이 초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다.

(1) 사형은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인의 재범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큰 형벌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까지 고려하면,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에 미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하며,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 사형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가 작은 다른 형벌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형제도가 침해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오판가능성을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일 뿐만 아니라,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사형제도는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인바,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는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해설
사형폐지론자들은 ①사형은 특별예방이라는 형벌목표를 포기하는 형벌로서 형벌목적상 정당성이 없고, ②사형이 추구하는 형벌목적이란 응보와 일반예방인데, 응보란 형벌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기능이라고 해야 하고, 사형의 일반예방효과 실증되지 않고, ③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 없는데 생명이야말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④손을 절단하는 형벌이 허용되지 않는데, 목을 절단하는 형벌이 허용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고, ⑤사형폐지가 전세계적 추세라는 등의 근거를 든다.
이 결정은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위의 사형폐지론의 근거에 대해 설득력있는 반박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범의 공동정범>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3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적어도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그 공모에는 참여하였으나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 대하여도 그가 현장에서 절도 범행을 실행한 위 2인 이상의 범인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는 한 그 다른 범인에 대하여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이 위와 같이 3인 이상이 공모하고 적어도 2인 이상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실행한 경우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공동정범의 성립가능성을 제한한다면 직접 실행행위에 참여하지 아니하면서 배후에서 합동절도의 범행을 조종하는 수괴는 그 행위의 기여도가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합동절도에서도 공동정범과 교사범•종범의 구별기준은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 범행현장에 존재하지 아니한 범인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장소적으로 협동한 범인도 방조만 한 경우에는 종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해설

먼저 판례는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를 인정하지 않고 절도죄(제329조)를 인정한다. 그런데 331조 제2항은 절도죄의 합동범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합동범의 법적 성격에 대해 통설은 현장성설을 취하고 있었다. 즉, 현장에서 절취행위를 한 사람만 합동범이 될 수 있고, 현장에 있지 않지만 절취행위에 정범으로 관여한 사람은 절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설의 입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절도 현장에 있지 않았으므로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지 않고, 합동절도죄의 방조범이나 단순절도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에게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인정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붙잡아 두는 행위는 절도범행을 기능적으로 분담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절도현장에 있지 않은 범인도 합동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합동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이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기 위해서는 공범들 중 2인 이상이 현장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판결은 현장성설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합동범에까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을 기점으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도2994 판결,  대법원 2009.9.24. 선고 2008도6994 판결 등)고 하여 판례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범위를 제한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사의 착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4089 판결

 

 

판결요지
교사자가 피교사자에 대하여 상해 또는 중상해를 교사하였는데 피교사자가 이를 넘어 살인을 실행한 경우에, 일반적으로 교사자는 상해죄 또는 중상해죄의 죄책을 지게 되는 것이지만 이 경우에 교사자에게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과실 내지 예견가능성이 있는 때에는 상해치사죄의 죄책을 지울 수 있다.

 

해설
이 판결은 중상해를 교사하였는데, 피교사자들이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교사자에게 상해치사죄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상해치사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상해를 교사하면 피교사자들이 범행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예견가능하다. 통설에 의하면 이러한 원칙은 종범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즉, 중상해를 방조하였는데 정범이 살인을 하였고,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는 경우 방조자는 상해치사죄의 방조범의 죄책을 진다. 
  이에 대해 상해치사죄의 교사(방조)범을 인정하는 것은 상해교사(방조)치사죄를 인정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다. 상해치사죄는 상해죄의 정범만이 질 수 있고, 상해교사(방조)범은 상해치사죄를 범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해치사죄의 교사범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으면, 중상해교사(방조)죄와 과실치사죄의 상상적 혹은 실체적 경합범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농지전용죄의 종료시점>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7도6703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구 농지법(2005. 1. 14. 법률 제73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9호에서 말하는 ‘농지의 전용’이 이루어지는 태양은, 첫째로 농지에 대하여 절토, 성토 또는 정지를 하거나 농지로서의 사용에 장해가 되는 유형물을 설치하는 등으로 농지의 형질을 외형상으로뿐만 아니라 사실상 변경시켜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있고, 둘째로 농지에 대하여 외부적 형상의 변경을 수반하지 않거나 외부적 형상의 변경을 수반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원상회복이 어려운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 농지를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와 같이 농지전용행위 자체에 의하여 당해 토지가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그 이후 그 토지를 농업생산 등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더 이상 ‘농지의 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때에는, 허가 없이 그와 같이 농지를 전용한 죄는 그와 같은 행위가 종료됨으로써 즉시 성립하고 그와 동시에 완성되는 즉시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와 같이 당해 토지를 농업생산 등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여전히 농지전용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허가 없이 그와 같이 농지를 전용하는 죄는 계속범으로서 그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한 가벌적인 위법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계속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해설
이 판결은 농지전용죄의 형태를 두 종류로 나누고 농지로의 원상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형태의 농지전용죄는 즉시범이고, 농지로의 원상회복이 어려울 정도가 아닌 형태의 농지전용죄는 계속범이라고 하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별개의견은 원칙적으로 전용된 농지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농지전용죄의 중점은 후자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농지전용죄는 계속범이라고 한다.
즉시범인가 계속범인가는 범죄행위가 기수가 된 이후에도 범죄행위가 계속되는가에 따른 구분이다. 즉시범에서는 기수와 동시에 범죄가 종료하고 따라서 기수 이후에는 공범이 성립할 수 없고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기수시이다. 이에 비해 계속범에서는 기수시에 범죄가 종료하지 않고 기수 이후에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더 이상의 범죄행위가 계속되지 않을 때에 범죄가 종료한다. 따라서 기수 이후에도 종료전까지는 공범이 성립할 수 있고,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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