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죄에서 법률상 보호의무>

 

 

대법원 1977.1.11. 선고 76도3419 판결

 

 

판결요지
현행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어 명문상 사회상규상의 보호책임을 관념할 수 없다고 하겠으니 유기죄의 죄책을 인정하려면 보호책임이 있게 된 경위 사정관계등을 설시하여 구성요건이 요구하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보호의무를 밝혀야 하고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일정거리를 동행한 사실만으로서는 피고인에게 법률상 계약상의 보호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해설
이 판결은 유기죄의 주체를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있는 자’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사회상규상 혹은 조리상의 구호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라고 하는 취지이다. 이는 소위 ‘선한 사마리아인 법’에 따라 긴급구호의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죽어도 할 수 없다는 의사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통설, 판례는 사회상규 또는 조리에 의한 작위의무를 인정하므로, 만약 검사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하였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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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약 10회에 걸쳐 만화형법판례 각론편을 연재합니다.

역시 한양대 오영근 교수님과 작업했습니다.

현재 작업은 다 끝났고 출판사에서 교정 편집중입니다.

 

"변호사25시"는 신문연재와의 일정상 한회 쉽니다.

 

 

 

<미결구금일수 일부산입의 위헌성>

 

헌법재판소 2009. 6.25. 선고  2007헌바25

 

결정요지
  형법 제57조 제1항은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한다. 더욱이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이와 같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해설
  이 결정은 형법 제57조 제1항의 미결구금일수를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위헌이라고 한다. 결국 미결구금일수는 그 전부를 산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반대의견은 ①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②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③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①적법절차에 따라 미결구금된 사람 역시 무죄추정을 받으므로, 적법절차원칙이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라고는 할 수 없고, ②미결구금이 형의 집행과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하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구금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③피고인의 절차지연은 피고인이 책임질 것이 아니라 법원이 피고인의 절차지연을 방지할 책임이 있고, 설사 피고인에게 절차지연의 책임을 돌린다 하더라도 다른 방법에 의해야 하지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하는 것은 구금되어 있던 기간을 구금되어 있지 않던 기간이라고 하는 것으로서 사리에 맞지 않는다.

 

 

 

 

<사형제도의 위헌여부>

 

 

헌법재판소 2010. 2. 25, 2008헌가23

 

 

결정요지

 

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법률에 의하여 사형이 형벌로서 규정되고 그 형벌조항의 적용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라도 단심으로 할 수 없고 사법절차를 통한 불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으로, 우리 헌법은 문언의 해석상 사형제도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

 

나. 헌법은 절대적 기본권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생명권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기본권 제한의 구조와는 달리, 생명의 일부 박탈이라는 것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필연적으로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게 되는바, 위와 같이 생명권의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생명권의 박탈이 초래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다.

(1) 사형은 일반국민에 대한 심리적 위하를 통하여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며 극악한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를 통하여 정의를 실현하고, 당해 범죄인의 재범 가능성을 영구히 차단함으로써 사회를 방어하려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
(2) 사형은 무기징역형이나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정도가 큰 형벌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까지 고려하면,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에 미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하며, 입법목적의 달성에 있어서 사형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사형보다 범죄자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가 작은 다른 형벌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형제도가 침해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오판가능성은 사법제도의 숙명적 한계이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 자체의 문제로 볼 수 없으며 심급제도, 재심제도 등의 제도적 장치 및 그에 대한 개선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이지, 오판가능성을 이유로 사형이라는 형벌의 부과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3) 사형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형제도는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라. 사형제도는 우리 헌법이 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일 뿐만 아니라,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을 내용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으며, 사형제도는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그 중한 불법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범죄자가 스스로 선택한 잔악무도한 범죄행위의 결과인바, 범죄자를 오로지 사회방위라는 공익 추구를 위한 객체로만 취급함으로써 범죄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사형을 선고하거나 집행하는 법관 및 교도관 등이 인간적 자책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제도가 법관 및 교도관 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형벌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

 

 

해설
사형폐지론자들은 ①사형은 특별예방이라는 형벌목표를 포기하는 형벌로서 형벌목적상 정당성이 없고, ②사형이 추구하는 형벌목적이란 응보와 일반예방인데, 응보란 형벌의 목적이라기 보다는 기능이라고 해야 하고, 사형의 일반예방효과 실증되지 않고, ③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 없는데 생명이야말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④손을 절단하는 형벌이 허용되지 않는데, 목을 절단하는 형벌이 허용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고, ⑤사형폐지가 전세계적 추세라는 등의 근거를 든다.
이 결정은 사형제도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위의 사형폐지론의 근거에 대해 설득력있는 반박은 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범의 공동정범>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3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적어도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일반 이론에 비추어 그 공모에는 참여하였으나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 대하여도 그가 현장에서 절도 범행을 실행한 위 2인 이상의 범인의 행위를 자기 의사의 수단으로 하여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는 한 그 다른 범인에 대하여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규정이 위와 같이 3인 이상이 공모하고 적어도 2인 이상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실행한 경우에 대하여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만일 공동정범의 성립가능성을 제한한다면 직접 실행행위에 참여하지 아니하면서 배후에서 합동절도의 범행을 조종하는 수괴는 그 행위의 기여도가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지 아니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합동절도에서도 공동정범과 교사범•종범의 구별기준은 일반원칙에 따라야 하고, 그 결과 범행현장에 존재하지 아니한 범인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상황에 따라서는 장소적으로 협동한 범인도 방조만 한 경우에는 종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해설

먼저 판례는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컴퓨터등사용사기죄(제347조의2)를 인정하지 않고 절도죄(제329조)를 인정한다. 그런데 331조 제2항은 절도죄의 합동범을 가중처벌하고 있다. 합동범의 법적 성격에 대해 통설은 현장성설을 취하고 있었다. 즉, 현장에서 절취행위를 한 사람만 합동범이 될 수 있고, 현장에 있지 않지만 절취행위에 정범으로 관여한 사람은 절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설의 입장에 의하면 피고인은 절도 현장에 있지 않았으므로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지 않고, 합동절도죄의 방조범이나 단순절도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에게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인정한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붙잡아 두는 행위는 절도범행을 기능적으로 분담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절도현장에 있지 않은 범인도 합동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합동절도죄의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피고인이 합동절도죄의 죄책을 지기 위해서는 공범들 중 2인 이상이 현장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판결은 현장성설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합동범에까지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판결을 기점으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도1623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235 판결,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도2994 판결,  대법원 2009.9.24. 선고 2008도6994 판결 등)고 하여 판례가 공모공동정범의 성립범위를 제한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농지전용죄의 종료시점>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7도6703 전원합의체 판결

 
판결요지
구 농지법(2005. 1. 14. 법률 제73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9호에서 말하는 ‘농지의 전용’이 이루어지는 태양은, 첫째로 농지에 대하여 절토, 성토 또는 정지를 하거나 농지로서의 사용에 장해가 되는 유형물을 설치하는 등으로 농지의 형질을 외형상으로뿐만 아니라 사실상 변경시켜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있고, 둘째로 농지에 대하여 외부적 형상의 변경을 수반하지 않거나 외부적 형상의 변경을 수반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원상회복이 어려운 정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 농지를 다른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와 같이 농지전용행위 자체에 의하여 당해 토지가 농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그 이후 그 토지를 농업생산 등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더 이상 ‘농지의 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때에는, 허가 없이 그와 같이 농지를 전용한 죄는 그와 같은 행위가 종료됨으로써 즉시 성립하고 그와 동시에 완성되는 즉시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와 같이 당해 토지를 농업생산 등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여전히 농지전용으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허가 없이 그와 같이 농지를 전용하는 죄는 계속범으로서 그 토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한 가벌적인 위법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계속범이라고 보아야 한다.

 

해설
이 판결은 농지전용죄의 형태를 두 종류로 나누고 농지로의 원상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형태의 농지전용죄는 즉시범이고, 농지로의 원상회복이 어려울 정도가 아닌 형태의 농지전용죄는 계속범이라고 하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별개의견은 원칙적으로 전용된 농지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농지전용죄의 중점은 후자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모든 농지전용죄는 계속범이라고 한다.
즉시범인가 계속범인가는 범죄행위가 기수가 된 이후에도 범죄행위가 계속되는가에 따른 구분이다. 즉시범에서는 기수와 동시에 범죄가 종료하고 따라서 기수 이후에는 공범이 성립할 수 없고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기수시이다. 이에 비해 계속범에서는 기수시에 범죄가 종료하지 않고 기수 이후에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더 이상의 범죄행위가 계속되지 않을 때에 범죄가 종료한다. 따라서 기수 이후에도 종료전까지는 공범이 성립할 수 있고,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시점이다.

 

 

 

 

<장애미수와 불능미수의 구별>

 

대법원 1984.2.14. 선고 83도2967 판결

 

판결요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독살하려 하였으나 동인이 토함으로써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인이 사용한 독의 양이 치사량 미달이어서 결과발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한편 형법은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독약의 치사량을 좀더 심리하여 피고인의 소위가 위 미수중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가렸어야 할 것이다.

 

해설

 불능미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발생이 불가능하여야 한다. 결과발생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는 규범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 판단이다. 따라서 아무리 대다수의 사람들이 결과발생이 가능 혹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과학적으로 결과가 발생 혹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후자의 판단이 우선한다.

 판례 중에는 “불능범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07.7.26. 선고 2007도3687 판결;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 판결 등)라고 하는데, 이는 결과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따라서 이 판례가 불능미수의 위험성 유무를 절대적 불능․상대적 불능인가에 따라 구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준 농약이 치사량에 현저히 미달하는 경우에는 수단의 착오로 인해 살인의 결과발생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장애미수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위험성 유무에 따라 불능미수 혹은 불능범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대법원 1995. 1. 12. 선고 94도2781 판결

 

판결요지
피고인이 스스로 야기한 범행의 와중에서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상해를 입힌 소위를 가리켜 법에 의하여 용인되는 피난행위라 할 수 없다.

 

해설
대법원 1987. 1. 20. 선고 85도221 판결에서 보듯이 자초위난에 대해서도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물은 행위는 피고인의 강간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정당방위에 대해 정당방위는 불가능하지만 긴급피난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위난을 자초했고, 피난행위에 대해 상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긴급피난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당방위에서 현재의 침해>

 

대법원 1992.12.22. 선고 92도2540 판결

 

판결요지
피고인 甲이 약 12살 때부터 의붓아버지인 피해자의 강간행위에 의하여 정조를 유린당한 후 계속적으로 이 사건 범행무렵까지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강요받아 왔고, 그 밖에 피해자로부터 행동의 자유를 간섭받아 왔으며, 또한 그러한 침해행위가 그 후에도 반복하여 계속될 염려가 있었다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 甲의 신체나 자유등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상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하여도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루어진 피고인들의 이 사건 살인행위가 형법 제21조 소정의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해설
위의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피고인 甲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해 피해자 A를 살해하였다. 만약 A가 甲을 강간하려고 할 때 乙이 A를 살해하였다면 甲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범행당시 A는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이 때에도 甲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고 할 수 있느냐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은 부당한 침해가 계속되어 왔고 장래에도 반복하여 침해행위가 계속될 염려가 있다면 甲의 신체나 자유 등에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라고 하여 긍정하는 듯한 표현을 하고 있다. 만약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다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과잉방위에 해당될 수도 있는데, 대상판결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는 물론 과잉방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진정결과적가중범의 공동정범>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도2156 판결

 

판결요지

강도살인죄는 고의범이고 강도치사죄는 이른바 결과적가중범으로서 살인의 고의까지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수인이 합동하여 강도를 한 경우 그 중 1인이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 범인은 강도살인죄의 기수 또는 미수의 죄책을 지는 것이고 다른 공범자도 살해행위에 관한 고의의 공동이 있었으면 그 또한 강도살인죄의 기수 또는 미수의 죄책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으나, 고의의 공동이 없었으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강도치사의, 강도살인이 미수에 그치고 피해자가 상해만 입은 경우에는 강도상해 또는 치상의, 피해자가 아무런 상해를 입지 아니한 경우에는 강도의 죄책만 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해설

진정결과적가중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의공동설의 입장에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부인하게 되면 진정결과적가중범의 공동정범도 인정할 수 없다. 이에 반해 행위공동설에 따라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입장에서는 결과적 가중범의 공동정범도 당연히 인정한다. 종래의 판례와 대상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따라서 다른 공범이 과실로 중한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 기본행위를 공동으로 한 공범은 결과적가중범에 대한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다른 공범이 고의로 중한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고의의 공동이 있었으면 결합범의 공동정범이 되고, 고의의 공동이 없었으나 중한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는 경우 결과적가중범의 공동정범이 인정된다.

 

 

* 변호사25시는 이번주 쉽니다.

 

 

 

<사후입법에 의한 공소시효 정지규정의 허용여부>

 

헌법재판소 1996. 2. 16 96헌가2, 96헌바13 결정

 

결정요지
[1] 과거에 이미 행한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언제나 위배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2]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우 위 법률조항은 단지 진행중인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률로서 이른바 부진정소급효를 갖게 되나, 공소시효제도에 근거한 개인의 신뢰와 공시시효의 연장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공익이 개인의 신뢰보호이익에 우선하는 경우에는 소급효를 갖는 법률도 헌법상 정당화될 수 있다.
[3] 진정소급입법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법을 변경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개인의 신뢰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해설
위의 결정과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범죄행위가 종료되기 이전의 사후입법의 소급효(부진정소급효)는 항상 인정되고, 범죄행위가 종료된 이후의 사후입법에 의한 소급효(진정소급효)도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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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새로 연재하는 만화는 만화형법판례(형법총론편)입니다.

영광스럽게도 한양대학교 로스쿨의 오영근 교수님이 글 부분을 맡아주셨습니다.

현재 원고는 모두 완성되어, 출판사에서 역시 교정을 보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오영근 교수님의 양해로 앞으로 매주 1회, 약 10회 정도

책의 일부분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만화민법판례(2)는 현재 막바지 교정 중에 있습니다.

출간되는 대로 곧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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