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도2018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피해자 A에 대한 성폭법위반(특수강간 등)죄로 기소되었다. 갑은 재판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자수하였으므로, 선처를 바란다고 진술하였으나, 1심 및 항소심은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도 않았다.

이에 갑은 자수감경주장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

 

2. 판결요지

피고인이 자수하였다 하더라도 자수한 자에 대하여는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할 수 있음에 불과한 것으로서 원심이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자수감경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3. 해설

유죄판결에는 판결이유에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여야 할 뿐 아니라, 소송관계인의 ①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②형의 가중, 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는 때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3조)

이때 ①에는 구성요건해당성조각사유를 포함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범죄의 부인에 불과하므로 위법성조각사유와 책임조각사유만을 의미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판례는 예컨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죄로 공소제기된 경우 등기가 실체적 권리 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라는 주장은 공소사실에 대한 적극부인에 해당할 뿐,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에 관한 주장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427 판결)

②와 관련하여서는 필요적 가중ㆍ감면사유(누범, 심신미약, 농아자, 중지미수, 위증죄 및 무고죄의 자수ㆍ자백 등)가 이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으나, 임의적 감면사유(장애미수, 불능미수, 과잉방위, 과잉긴급피난, 과잉자구행위, 자수ㆍ자복 등)의 경우에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판례는 자수는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가 아니므로 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임의적 감면사유는 ②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학설상으로는 당사자의 주장을 신중히 고려하여 판결의 객관적 공정을 확보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에는 임의적 가중ㆍ감면의 경우도 다를 바 없으므로, ②에 포함하자는 견해(이재상, 597면)도 유력하다.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의 의미>

 

대법원 1991. 12. 7. 선고 91모79결정

 

1. 사건 개요

갑은 항소심에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면서, 공판기일에 3회나 불출석하였다가, 관련 공동피고인들의 구속기간 만료(12. 15.)가 거의 다 된 1991. 11. 22.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이미 수사기관에서 조사되어 1심에서 증언까지 마친 A와 해외출장 중인 담당 수사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기각하자 갑은 불공정한 재판이 염려된다는 이유로 재판부의 법관 전원에 대하여 기피신청을 하였고, 항소심은 소송지연만을 목적으로 한 신청임이 분명하다며 기피신청을 각하하였다.

이에 갑은 재항고.

 

2.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18조 제1항 제2호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라 함은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 사정이 있는 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므로, 재판부가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재판의 공평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 할 수 없다.

(2) 소송지연만을 목적으로 한 기피신청은 그 신청 자체가 부적법한 것이므로 그러한 신청에 대하여는 기피당한 법관에 의하여 구성된 재판부가 스스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

 

3. 해설

기피신청의 원인은 제척의 원인이 있는 때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

사안은 법관이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않은 경우도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가가 문제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증거채택 결정은 기속재량의 성질을 가지므로, 당사자의 증거신청권에 대한 자의적인 침해가 인정될 경우에는 기피사유에 해당한다는 견해(기속재량설)도 있으나, 위 판결은 증거신청에 대하여 채택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기피신청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이는 증거의 채택여부는 법원의 자유재량이라는 점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다만, 위 사안의 경우에는 갑이 소송지연만을 위해 불필요한 증인에 대하여 증인신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기속재량설에 따르더라도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합범에 있어서 자백의 보강정도>

 

대법원 1996. 2. 13. 선고 95도1794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1994. 6. 중순(①회), 같은 해 7. 중순(②회), 같은 해 10. 중순(③회), 1995. 1. 17.(④회)에 각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갑은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고, 증거로는 1995. 1. 18.에 채취한 갑의 소변에서 메스암페타민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감정회보서의 기재와 갑의 검거 당시 압수된 메스암페타민 이 있다.

항소심은 ① 내지 ③의 범행에 대하여는 보강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④는 유죄), 이에 검사가 상고.

 

2. 판결요지

소변검사 결과는 1995. 1. 17.자 투약행위로 인한 것일 뿐 그 이전의 4회에 걸친 투약행위와는 무관하고, 압수된 약물도 이전의 투약행위에 사용되고 남은 것이 아니므로, 위 소변검사 결과와 압수된 약물은 결국 피고인이 투약 습성이 있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에 불과하다 할 것인바, 투약 습성에 관한 정황 증거만으로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각 투약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보강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3. 해설

보강증거는 개별 범죄사건을 단위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경합범은 수죄이므로, 각각의 범죄에 대하여 보강증거가 필요하다. 다만, 각각의 범죄에 대한 보강증거가 서로 다를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증거가 각각의 범죄와 긴밀한 관련성이 있다면, 공통된 보강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안의 경우 소변검사결과 메스암페타민 양성반응이 나온 감정회보와 압수된 메스암페타민의 존재는 전체 투약행위에 대한 보강증거로서 충분한가가 문제된다.

우선, 체내에 있던 메스암페타민이 소변에 의해 검출되는 기간(비교적 단기임)을 고려하면, 소변채취시점보다 수개월 이전에 행한 투약사실(① 내지 ③)에 대하여는 위 감정회보가 보강증거로서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압수된 메스암페타민의 경우도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 등과 달리 투약사실과는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압수시점보다 훨씬 이전의 투약행위에 대하여는 보강증거가 되지 못한다.

 

 

 

 

 

 

<증인신문에 있어 반대신문권 보장과 증명력>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

 

1. 사건 개요

교도관 갑은 재소자인 A가 맡긴 돈을 보관하던 중 횡령하고, A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로 기소되었다.

그런데, A는 갑에 대한 1심 공판기일에서 갑에게 돈을 맡기고 사례비를 준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이어 검찰에서의 A의 진술을 탄핵하려는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A의 1심 진술 및 A에 대한 검사작성 진술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갑이 상고.

 

2. 판결요지

(1)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그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그 조서는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고,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과 다른 진술을 하거나 변호인 또는 피고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곧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할 사유가 되지는 아니한다.

(2) 검사 작성의 진술조서에 대하여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서도 그 진술조서상의 진술내용을 탄핵하려는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대하여 묵비한 것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책임 있는 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경우, 그 진술기재는 반대신문에 의한 증명력의 탄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이므로 그 신빙성을 선뜻 인정하기 어렵다.(위 사안에서 A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

 

3. 해설

사안과 같이 원진술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묵비함으로써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없었던 경우 그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 경우 전문증거에 대한 반대신문권은 형식적ㆍ절차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ㆍ효과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이유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와 원진술자의 증언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 이상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위 판례는 후자인 긍정설을 취하면서도, 반대신문권 보장의 취지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증인이 반대신문에 묵비하여 진술내용의 탄핵이 불가능하였다면 그 증거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법정증언을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2000. 6. 15. 선고 99도110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건개요

A는 갑에 대한 변호사법위반 사건 1심 증인으로 출석하여 갑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그러자 검사는 A를 검찰청으로 소환한 다음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위 증언이 진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내어 그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고, 갑은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다.

다시 검사의 증인신청으로 A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위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였다.

 

2. 판결요지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을 검사가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고, ⓐ종전 증인이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여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인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

 

3. 해설

공소제기 후에도 공소제기를 유지하거나 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임의수사는 가능하기 때문에, 참고인조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다만, 피고인신문에 대하여는 견해대립)

문제는 사안과 같이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증인을 수사기관이 다시 신문하여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소제기 후에는 원칙적으로 법원에 의하여 증인신문이 행해짐이 원칙이기 때문에(즉, 증인으로 다시 재소환이 가능한데도), 임의수사라고 하여 참고인 조사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은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에 반함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가 통설이다.

판례의 경우 종전에는 위와 같이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도, 그 후에 종전 증인을 다시 소환하여 증인으로 환문하면서 위 진술조서 기재내용에 관하여 피고인측에게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였다가(92도1555), 위 판결과 같이(ⓐ) 태도를 변경하였다.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기준>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

 

1. 사건개요

갑은 을이 피해자로부터 강취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를 장물인 정을 알면서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는 내용의 장물취득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는데, 이후 갑과 을이 합동하여 위 장물취득과 인접한 일시, 장소에서 갑은 망을 보고, 을은 술에 취해 졸고 있던 피해자를 때려 반항을 억압한 후 국민카드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을 꺼내어 가 강취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에 의하여 판단되는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여부는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 없고, 규범적 요소(피해법익, 죄질 등)도 고려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 사이에는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소판결사유가 아님)

 

3. 해설

사안의 경우 판결이 확정된 장물취득사실과 나중에 기소된 강도상해죄가 동일한 사실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양자간에 동일성이 인정된다면 위 강도상해 공소는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형소법 제326조 제1호).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판단기준에 있어 대법원과 다수설은 공소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판단할 때 공소사실과 기초적인 사회적 사실 사이에 지엽적인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기본적 사실동일설)를 취하여 왔고, 위 판결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본래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법적 평가를 문제 삼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적ㆍ전법률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임에 반하여, 위 판결은 규범적 요소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위 장물취득 사실과 강도상해 공소사실이 범행일시와 장소가 근접하고 피해품이 중복됨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반의사불벌죄로의 공소장변경과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시한>

 

대법원 1988. 3. 8. 선고, 85도2518 판결

 

1.사건개요

검사는 갑을 상해죄로 기소하였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예비적으로 폭행죄를 추가하는 공소장변경을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갑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가 항소심 법정에서 갑의 처벌을 원하지 않음을 명시하여 진술하였다.

항소심은 상해사실은 인정하지 않고, 폭행죄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음에 근거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형소법 제327조 제6호)

 

2. 판결요지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제3항의 취지는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1심판결선고 이전까지로 제한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므로 비록 항소심에 이르러 비로소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공소장변경이 있었다 하여 항소심인 제2심을 제1심으로 볼 수는 없다.

 

3. 해설

고소는 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고(형소법 제232조 제1항), 이는 반의사불벌죄에도 준용되고 있는데(동조 제3항), 이러한 친고죄에 있어 고소취소(제327조 제5호)나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동조 제6호)는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

문제는 사안과 같이 비친고죄로 공소제기되었으나, 항소심에 이르러 친고죄(혹은 반의사불벌죄)로 인정되거나 공소장변경이 된 경우이다.

이에 대하여는 소송조건의 구비 여부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에 대한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즉 위와 같은 경우 공소장변경이 된 항소심까지) 고소취소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으나, 대법원은 형소법 제232조 제1항을 형식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 사안과 같은 경우에도 항소심을 1심으로 보아 고소취소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사안의 경우 폭행죄의 유죄인정)

 

 

 

 

 

<피의자의 동의 없이 임의제출한 혈액에 대한 감정서의 증거능력>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도968 판결

 

1. 사건개요

갑은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를 내어 반대차선 운전자인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 자기 역시 병원에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 측의 요구에 따라 경찰관이 갑의 음주운전 여부를 수사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이 의식이 없고, 갑의 가족들도 현장에 없자, 마침 의료원 간호사가 치료 목적으로 채취한 갑의 혈액 중 일부를 위 간호사로부터 임의로 건네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혈중알콜농도의 감정을 의뢰하였더니, 혈중알콜농도 0.09%의 주취상태였다는 감정회보가 나왔다.

감정회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됨.

 

2. 판결요지

경찰관이 간호사로부터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되어 있던 피고인의 혈액 중 일부를 주취운전 여부에 대한 감정을 목적으로 임의로 제출 받아 이를 압수한 경우 그 압수절차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 및 영장 없이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에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해설

혈액채취는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강제채혈은 강제처분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은 동의에 의한 혈액채취를 인정하고 있고, 신체의 건강을 해하지 않을 정도라면 동의에 의한 채혈도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경찰관이 감정목적으로 갑의 동의 없이 직접 채혈한 경우뿐 아니라, 간호사에게 부탁하여 채혈을 한 경우도 그 실질은 강제채혈과 다름없으므로 영장주의에 위배된다.

한편,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형소법 제218조), 혈액은 신체로부터 분리된 이상 ‘물건’이므로 압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안과 같이 간호사가 진료 목적으로 이미 채혈(이때는 강제채혈로 볼 수 없을 것이다.)한 혈액을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경우에는 위 규정에 의하여 영장 없이도 압수할 수 있다.

 

 

 

 

 

<공소장변경요구의 법적 성질>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도2518 판결

 

1. 사건 개요

갑은 갑과 A 공동명의의 입금확인서를 위조하여 행사한 사실로 기소되었는데, 항소심은 위 입금확인서가 컴퓨터 활자로만 작성되었고, A의 이름 다음에 날인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진정한 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외관과 형식을 갖춘 완성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는 항소법원이 사문서위조미수죄로 공소장변경을 요구하거나 스스로 사문서위조미수죄의 성립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상고.

 

2. 판결요지

(1)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여부는 재량에 속하는 것이므로 법원이 검사에게 공소장의 변경을 요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2)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포함된 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것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3. 해설

사안에서 갑의 행위는 사문서위조죄는 되지 않지만, 사문서위조미수죄에는 해당할 여지가 크고, 기소범으로 기소된 경우는 공소장변경 없이도 미수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법원은 심리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변경을 요구하여야 하는데(제298조 제2항), 사안과 같이 검사가 미수범으로 공소장변경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법원이 공소장변경의 요구 없이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은지, 이 경우 공소장변경 없이도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음에도, 공소장변경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은지에 있다.

학설은 법원의 공소장변경요구를 의무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으나(의무로 보는 경우에는 사안의 경우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게 된다.), 위 판결은 재량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판례는 공소장변경이 없음을 이유로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죄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99도3674), 법원의 예외적 심판의무(공소장변경요구의무가 아닌)를 인정하고 있다.

  

  

 

 

<이혼소장각하와 간통고소의 효력>

 

대법원 1975. 6. 24. 선고 75도1449판결

 

1. 사건 개요

갑의 처인 A는 갑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갑과 그의 정부인 을을 간통으로 고소하였다.

을이 먼저 검거,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는 항소를 포기하여 판결이 확정되었고, 갑은 을보다 늦게 검거되어 기소되었다.

그런데, 갑에 대한 간통피고사건의 재판 도중 위 이혼사건이 취하 간주되어 버렸고, 이에 따라 항소심은 갑에 대한 이사건 간통고소는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 고소가 유효조건을 소급하여 상실한 이상 이사건 공소도 소급하여 그 소추조건을 결여한 것으로 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

 

2. 판결요지

간통피고사건에 대한 제1심판결 선고 후에 고소인의 이혼심판청구 사건이 취하간주된 경우에는 간통고소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간통의 상간자가 이미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어도 이론을 달리하지 않는다.

 

3. 해설

친고죄의 공범 중 그 일부에 대하여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에는 제1심 판결선고 전의 다른 공범자에 대하여는 그 고소를 취소할 수 없는데(85도1940 판결), 사안의 경우 이러한 법리가 간통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통죄의 경우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에는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고(형소법 제229조 제2항), 이 경우 고소는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친고죄의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공범자에 대하여 1심 판결이 선고된 후에도 고소가 취하된 경우(소장 각하된 경우나 소취하 간주된 경우도 이에 포함됨)에는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사안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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